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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직후 베트남 부모에게 버려진 중증장애 칠삭둥이 '동민이'
부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서 새 삶 시작…선생님들 사랑으로 성장
간신히 보살핌 받고 있지만 본명도 못 갖는 처지
'있지만 없는 아이'된 동민이…여실히 드러난 출생신고 사각지대

동민이(가명)가 부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 원장님 품에 안겨 있다.김혜민 기자
동민이(가명)가 부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 원장님 품에 안겨 있다.김혜민 기자
태어난 직후 외국인 부모에게 버려진 칠삭둥이가 중증장애 아동을 돌보는 소화영아재활원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재활원은 무명의 아이에게 이름까지 지어줬지만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법적인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의 한 병원에서 몸무게가 1.2㎏에 불과한 미숙아가 태어났다.베트남 국적의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아이의 엄마는 "병원비를 구해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퇴원한 뒤 남편과 함께 출국해 버렸다.
 
홀로 남겨진 동민이는 지난 4월 부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에 입소했다.'작은 꽃이 피는 곳'이란 뜻의 소화영아재활원은 만 6세 이하의 중증장애 아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시설이다.다른 시설에서 받아주지 않는 아이들도 끝까지 돌보겠다는 의지로 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이미 30살을 넘긴 중증장애인도 머물고 있다.
 
동민이의 경우도 아픈 곳이 많은 데다 무엇보다 출생신고 자체가 안 된 '미등록 아동'이다 보니 선뜻 받고자 하는 시설이 없었다.현행법상 국내에서 외국인이 출산한 아동은 출생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재활원 측도 처음에는 각종 법적,기아 야구경기 결과행정적인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 동민이를 받아달라는 부탁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재활원 측은 고심 끝에 '우리 기관이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동민이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부산시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 과정에만 2개월이 걸렸다.시는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지만 재활원 현원으로 포함해 관리하기로 했다.또 담당 구청의 도움으로 피해아동보호명령과 의료급여 1종 수급자로 신청해 의료비 지원 등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칠삭둥이로 태어난 동민이는 현재 여러 대학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받고 있다.시력과 청력이 좋지 않고 신장도 한쪽만 갖고 태어났다.뇌전증으로 인해 잦은 경련을 일으키고 역류성 식도염도 심해 콧줄을 통해서만 섭식이 가능하다.이달 첫 수술도 앞두고 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다 보니 각종 정밀 검사도 쉽지 않고 최근 의료계 파업까지 겹쳐 진료 날짜를 잡는데도 애를 먹었다.하지만 병원 측 배려로 수술 일정 등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며 재활원 측은 감사함을 전했다.

동민이(가명)가 부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에서 지내고 있는 모습.김혜민 기자
동민이(가명)가 부산 남구 소화영아재활원에서 지내고 있는 모습.김혜민 기자

보호사 선생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민이를 돌보느라 여력이 없다.경련과 울음이 심해 항상 2명의 선생님이 배치돼 있다.재활원에서 두 번째로 어린 동민이를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돌보다 보니 선생님들은 자주 밤을 꼴딱 세야 했다.그럼에도 자신들의 월급으로 예쁜 신생아 옷과 장난감을 사오며 사랑을 전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헌신과 사랑 덕분에 동민이의 상태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1.2kg으로 태어났던 아이는 어느덧 5.6kg까지 성장했다.밤새 안 자고 울기만 하던 아이가 몇몇 어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가 하면,기아 야구경기 결과서툴지만 눈맞춤도 하게 됐다.동민이가 처음으로 "까르륵까르륵" 웃었을 때는 재활원 전체가 들썩였다.보호사 선생님들은 "피로가 다 풀린다"며 종일 싱글벙글이었고 옆방 선생님들도 달려와 사진 찍기에 바빴다.
 
재활원은 지금 쓰는 가명을 대신할 이름까지 지어 놓은 상태다.지금 머무는 곳을 온전한 집으로 생각하며 아무런 걱정 없이 건강하게 자라 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는 이름이다.하지만 출생 신고가 불가능해 법적으로는 실명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현재 모든 전산에 등록된 이름은 '무명 김동민(가명)'이다.
 
소화영아재활원 황석자 원장은 "가장 큰 걱정이 그거다.정식으로 이름 있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외국 국적 부모에게서 태어난 경우 국내에서 출생신고가 안 되지 않느냐"면서 "아이가 먹고 자는 문제는 재활원에서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추후 교육이나 여러 법적 보호를 어떻게 받게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슬픈 기운이 전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항상 '여긴 우리 집이고 엄마도,기아 야구경기 결과형도,누나도 있다'고 말해준다"면서 "잘못이 있다면 어른들에게 있지 동민이에겐 아무런 책임이 없다.앞으로도 아이가 좀 더 건강하게 자랄 방법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의료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모든 아이는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국적이 아닌 부모가 국내에서 출산한 아동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유기되고 방치되는 유령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오는 19일부터 시행된다.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 부과(출생통보)하고 익명 출산을 지원(보호출산)하는 내용이다.하지만 외국 국적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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