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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측 "심리전" 주장하나 대리세력엔 "신중하라" 주의시켜
전문가 "이란,이스라엘 공격 시 재보복 막을 선택지 없어"
대통령 고문 "하니예 암살 대응에 상응…성숙한 방식 될 것"

이란 테헤란 시내에 설치된 신임 대통령과 암살된 하마스 정치지도자 하니예의 그림 [AFP 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 테헤란 시내에 설치된 신임 대통령과 암살된 하마스 정치지도자 하니예의 그림
[AFP 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지난달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던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당했다.

이에 이란이 그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피의 복수를 예고하면서 중동 정세는 초긴장 상태로 치달았다.

하지만 이후 거의 2주 동안 경고만 이어졌을 뿐 '보복 공격'으로 볼만한 이란의 움직임은 물론 보복을 예측할만한 상황도 포착되지 않으면서 그 원인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란 측은 이를 두고 공격 시점과 방식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긴장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된 심리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란 정권의 한 내부자는 FT에 "보복 공격이 없을 수도 있고,젠지 슬리퍼당장 오늘 밤에 단행될 수도 있다.죽음을 기다리는 건 죽음 그 자체보다 고통스럽다"며 이것이 바로 이란 지도부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이스라엘 군과 치안 당국을 긴장하게 하고 점령지 주민들의 평온함을 빼앗기 위해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신중하게 보복공격의 수위를 조절하려는 고민이 깔려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자국 심장부에서 벌어진 귀빈 암살을 응징해야 하지만 동시에 군사적 공격이 이스라엘의 추가 대응으로 이어져 정권 자체를 위협할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의 오랜 제재로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내부에서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전면전은 이란 지도부에게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표면적으로는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대리세력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는 무력시위를 하더라도 전면전은 피해야 한다며 행동에 주의를 촉구했다고 W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과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의 대화 내용을 잘 아는 한 레바논 인사는 WP에 "이란과 그 동맹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와 밀접한 관계인 이라크 의회 의원도 보복공격에 대해 이란으로부터 "제한적인 대응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이란이 확전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니예 암살 규탄하는 이란 시위대 (테헤란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현지 시위대가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을 규탄하며 이란 국기와 팔레스타인 국기 등
하니예 암살 규탄하는 이란 시위대
(테헤란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현지 시위대가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을 규탄하며 이란 국기와 팔레스타인 국기 등을 흔들고 있다.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자국에서 하니예가 암살된 것과 관련,젠지 슬리퍼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2024.08.01


이란은 또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고자 이란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보고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를 지낸 아흐마드 다스트말치안은 "네타냐후는 중동을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끌어들이려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이란은)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선거리로 1천600㎞나 떨어진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면전을 피하는 동시에 자국의 강경파가 납득할만한 수준의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주재 영사관 폭격으로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 등이 사망했을 당시 한차례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적이 있어 선택지는 더 좁아졌다.

당시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젠지 슬리퍼무장 드론 320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공격했으나,젠지 슬리퍼사전에 전문을 통해 공격 사실을 알려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비할 시간을 줬다.이에 서방 언론들은 이란이 '약속 대련' 같은 방식으로 전면전 발생 가능성을 줄였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싱크탱크 위기그룹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인 알리 바에즈는 이란의 군사적 대응이 "이스라엘의 맞대응을 막을 가능성은 작다"며 "이스라엘은 이란에 마땅한 보복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외통수를 둔 것" 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어떤 방식을 취하든 군사적 보복은 결국 더 큰 이스라엘의 대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고,이 경우 이란이 악순환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귀빈 암살사건과 함께 출범한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정부의 어수선한 상황도 이란의 보복을 지체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국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중동 분석가 사남 바킬은 "새 대통령이 지명한 외무장관 등 각료 후보자들은 아직 의회의 승인도 받지 못했다"며 "더욱이 개혁 성향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되는 것을 막으려 균형을 잡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이란의 대응은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서방과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중동지역 대테러 작전 고위 책임자를 지낸 마크 폴리메로폴루스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해외 외교 공관 등 '소프트 타깃'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WP에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선거캠프 미디어 고문인 알리스가르 샤피에얀은 WP에 "하니예 암살은 정보에 기반한 임무였다.이란의 대응은 그에 상응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란의 대응은) 심사숙고와 인내의 시간을 보낸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40년 전에는 이란의 대응 일부가 격앙되고 감정적인 것이었지만 이제 이란은 성숙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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