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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은 지난달 12일 오후 8시53분쯤.경북 포항 남구 연일대교를 건너던 포항중앙여고 3학년 김은우(17)양의 시야에 한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난간 앞에 서 있었다.연달아 한숨을 쉬었고,더 셰브론 챔피언십이내 고개를 떨궜다.한 손엔 담배가 들려 있었다.김양은 힐긋 본 뒤 발걸음을 옮겼다.연일대교 위에서 유유히 흐르는 형산강 풍경을 즐기는 여느 행인들처럼 잠시 쉬어가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다리 끝에 다다랐을 때쯤 김양은 몸을 돌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조금 전 지나쳐온 아저씨에게서 받은 불안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다시 그가 보이는 지점에 도착했을 때 김양은 휴대전화를 꺼내 112를 눌러야 했다.그가 난간 밖에 매달려 있었다.김양은 무선 이어폰으로 경찰에 위치를 알리며 난간을 잡은 남자의 팔을 붙잡고 소리쳤다.“아저씨 안 돼요.저랑 얘기 좀 해요.제발요,더 셰브론 챔피언십제발.”
김양이 최근 국민일보와 통화하며 들려준 구조 당시 상황이다.그날 학원 자율학습을 마친 뒤 친구와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가던 김양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40대 남성을 붙들어 생명을 구했다.이 사연은 언론을 통해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김양은 경찰 표창장을 받았다.지난 10일에는 포스코청암재단이 선정하는‘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돼 상패와 장학금을 받았다.(관련 기사▶난간 앞 40대 멈춰 세운 여고생의 한마디[아살세])
당시 언론에는 구조자로 김양만 소개됐지만 현장에는 여중생 2명과 할아버지 한 명이 더 있었다고 한다.김양이 남성을 붙들며 도와달라고 소리치자 연일대교를 건너던 여학생 2명이 달려와 함께 붙잡았다.남성은 뛰어내리지 않을 테니 팔을 놓으라며 거세게 저항했다고 한다.김양은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놓을 수 없었다.저희끼리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데 계속‘도와달라’고 소리치니까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힘을 보태주셨다”고 전했다.
“혹시라도 진짜 놓았다가 아저씨가 떨어질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손에서 식은땀이 나고 계속 미끄러지는데도 못 놓겠더라고요.이 아저씨도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생각에 진짜 내 가족인 것처럼 필사적으로 붙잡았던 것 같아요.”
이들의 끈질긴 설득에 남성은 난간 안쪽으로 넘어왔다고 한다.할아버지가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다독이자 남성은 눈물을 흘렸고,더 셰브론 챔피언십약 1분 뒤 경찰이 도착했다.남성이 경찰과 함께 가는 걸 확인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김양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목소리가 들리자 울음이 터졌다.엄마는 생명을 구한 거라며 다독였다.딸이 안전하게 귀가한 뒤에야 “다치면 어쩔 뻔했느냐”며 참았던 걱정을 쏟아냈다.
김양이 절박하게 남성을 붙잡은 건 자신에게도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정도였다.그런 김양이 호전되는 데는 친구들 역할이 컸다.김양은 “원래 힘든 내색을 못 하는 편인데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며 “그래서 더욱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양 스스로도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30분 일찍 일어나기‘하루 7000보 걷기‘억지로라도 하루 세 번 웃기’처럼 소소한 목표를 세우고 매일 실천했다.김양은 “제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가 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무대감독이 돼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연을 연출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많은 관심을 받은 소감이 어떠냐는 마지막 질문에 김양이 내놓은 속마음은 의외였다. 마냥 기뻐할 수 없었고 외려 씁쓸했다고 그는 대답했다.“아저씨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드셨잖아요.근데 저는 표창장을 받는다는 게 죄송스럽더라고요.”
김양은 과거 자신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저는 아직 고등학생일 뿐이고,더 셰브론 챔피언십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지만….그래도 저는 지나고 보니 지금이 참 행복해요.포기하지 않고 이겨냈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