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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위 비공개 회의서 '조국해방' 표현 문제삼으며 비난."사상 재단",월드컵 우승컵"본말전도" 비판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2기 진화위) 위원장이 자신과의 면담을 요구한 한국전쟁 학살희생자 유족의 일부 발언을 문제삼아 "시위대"라고 지칭하며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위원장은 유족들이 "우리 법체계를 넘어선 요구를 한다"며 색깔론적 표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상훈 진화위 상임위원은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 진화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그저께(지난 2일 진화위에) 온 '시위대(유족)'가 성명에서 6.25전쟁을 조국해방행위라고 하던데 저희는 대한민국 헌법과 진화위법에 의거해 판단·결정해야 한다.(유족들이) 우리 법체계를 넘어서는 판단과 의견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해당 유족회는 과거에 불법점거를 했음에도 이를 (반복하며) 면담을 (요구)했는데 과연 6.25전쟁을 조국해방행위라고 표현하는 그런 단체하고 만나 의견을 조율해야 (하나)'라고 언급했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이 지칭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유족회) 소속 20여 명은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중구 진화위 건물 6층에 있는 김 위원장 집무실 앞을 점거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조국해방공간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고 부정하는 김광동은 장관급 고위공직자 자격이 없다"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이에 진화위는 출입문 폐쇄 등으로 대응하다가 다음날(3일) 낮 12시경 경찰들을 동원해' 집단퇴거 불응죄'로 유족들을 강제 퇴거시켰다.
"진화위 수장이라면,왜 점거했는지 소통해야"
유족회는 ▲ 2기 진화위 활동이 내년 5월이면 만료되는데 유족회가 신청한 사건의 조사는 지지부진한 점 ▲ 김 위원장이 한국전쟁기 민간인 피학살자들을 두고 "전시에는 민간인을 즉결 처분해도 위법이 아니"라고 발언하는 등 막말을 일삼아온 점을 비판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해당 유족회가 사용한 "조국해방"이란 단어가 북한이 사용하는 표현이란 이유로 면담 등을 거부하고 있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유족회의 입장문을) 확인해보니 유족들은 6.25전쟁을 가리켜 조국해방행위나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직접 표현한 바 없다"며 "특정 단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사상을 재단한 본말이 전도된 행태"고 우려했다.
이어 "진화위가 (다룬) 사건 중 '대학생 친구가 말한 파쇼라는 단어가 멋있어 보여 자신의 일기장에 그 내용을 적은 재수생이 고문수사 끝에 북한 찬양 목적이었다고 자백해 처벌받은 사건'이 있었다"며 "해당 유족회 소속 회원들은 70~80대의 고령으로 점거의 주된 이유 또한 자신들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점 등을 항의하기 위함이었다.사건이 지연된 경과를 살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진화위 관계자 A씨도 "본인에게 비판적인 유족회를 비난하고 배제하려는 행태는 (김 위원장이) 그간 해오던 것으로,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유족들은 한평생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대의 탄압과 연좌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분들"이라며 "국가로부터 사과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진화위의 판단은 진상규명의 첫 단추인데,위원장은 우호적인 유족회는 수용하고 비판적인 유족회는 만나주지 않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1기 진화위에서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을 담당했던 노용석 부경대 교수는 "유족들이 매끄럽지 못하게 표현한 부분은 분명 있다"면서도 "진화위의 존재 이유이자 역할은 이데올로기전이 아닌 과거사 진상규명"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하나의 단어를 이유로 전체 (입장문의) 내용을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과거사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대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표현을 쓴 경위가 무엇인지 유족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진화위 역할과 원칙을 과거사규명에서 '이데올로기전'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그 결과 유족을 문제적으로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는 김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문자로 이날 오후 6시까지 질의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