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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김원영 지음/문학동네/360쪽/1만 9000원장애를 갖고 태어난 저자
변호사 겸 무용수로 활동
외면받던 몸이 직업으로
무대 오르기까지의 경험
춤의 역사와 엮어 돌아봐
‘실격시킨’몸에 대한 사유
편견의 뿌리부터 흔들어
앞선 저작‘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통해 소수자들도 그 자체로 존엄하고 매력 있는 존재라고 주장했던 저자가 이번엔 장애인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저자는 특수학교 중학부에 입학해 장애인 친구들을 만났고,umag고등학교 때는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했다.대학 졸업 후 변호사가 됐지만 지금은 불거진 가슴과 가느다란 다리를 내보이는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감으로 삼고 춤의 역사를 끌어와 이를 엮어 사유한다.무용사에 기이한 신체가 등장하는 사건을 조망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 무용가 최승희,umag맨발의 이사도라 덩컨,umag중력을 거부한 니진스키 등 동서양 무용인을 호출한다.또 독자적 흐름을 창조하는 20세기 후반 국내외 장애인 극단과 무용팀의 목소리도 고루 들었다.
비장애인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깊이 사유한다는 게 책의 장점이다.예컨대 병신춤에 대해 저자는 춤을 추는 주체가 비장애인임을 꼬집고,장애인에 대한‘효과적인 모방’에 그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19~20세기 초 근대 박람회에서 유행한‘프릭쇼’에 대해서도 시선을 달리해 본다.프릭은 주로 장애인,난쟁이,온몸이 털로 뒤덮인 비유럽계 이민자 기인들을 통칭한다.이들을 보여 주고 돈을 받는 프릭쇼가 차별적 역사를 가진 폭력과 착취의 현장이긴 하나 사회에서 배제된 몸이 직업으로 인정받은 점에서 긍정하기도 한다.사회에 나서지 못한 채 방에서,시설에서 갇혀 지내는 지금의 장애인들과 대비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자신의 어린 시절,학창 시절,사회에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장애인 차별을 비판하고 이들의 평등을 때론 정치적으로 주장했지만 자기 몸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긍정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학교 다닐 적 아파서 꿈쩍도 하지 못했을 때 자신을 업고 병원까지 뛰어가 준 후배의 몸은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단다.내심‘장애 없는 신체의 효율성’에 감탄했으며 비장애인들의‘효율적이고 빠르고 균형 잡힌 몸’은 그저 아름다웠다고.
그래서 저자가 10여년 전 무대에 오르는 이야기에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다.저자는 당시를 “가장 생생한 내가 되는 경험”과 “나로서 존재한다”는 감각에 눈뜨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밝힌다.몸에 깃든 힘을 인식한 뒤로 그는 더이상 몸을 비장애인처럼 위장하지 않게 됐다.휠체어에서 솟구치듯 오르고,팔로 체중을 지탱해 짐승처럼 걷고,때론 무대 바닥을 뒹굴고 혹은 비장애인 무용수와 함께 무대를 누빈다.
자신의 이야기와 춤의 역사를 연결하고 깊은 사유로 단단하게 빚어낸 책은 우리가‘실격시킨’몸에 대한 관점을 바로잡는다.장애와 비장애라는 서로 다른 몸,umag지극히 차별적인 몸이어도 각자의 방식으로 온전히 평등하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장애인에 대한 얄팍한 편견을 뿌리부터 흔들기에 가히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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