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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심 판결문 전수분석
전체 임금노동자의 3%인 이주노동자,중대재해 사건에선‘11%’기록
“외국인 근로자인 피해자가 위험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사고를 당하게 됐다.회사 대표·총괄이사는 전반적인 안전문제를 방치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울산지법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자동차부품 제조회사 대표에게 징역 2년,총괄이사에게 금고 1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판시했다.2022년 7월14일 경남 양산시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네팔 국적의 노동자 A씨(41)가 부품 기계 내부를 청소하던 중 머리가 끼여 숨진 사건이었다.
경향신문이 중대재해법 시행(2022년1월27일) 이후 첫 선고가 나온 지난해 4월6일부터 올해 6월28일까지 중대재해법이 적용돼 기소된 형사사건 1심 판결문 17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이 중 2건(11.76%)이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확인됐다.10건 중 1건 이상인 꼴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임금 노동자(2841만6000명)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92만3000명)는 3.24%에 불과했으나 중대재해 사건에선 이보다 비중이 높았던 셈이다.
지난해 9월16일엔 인천 중구 을왕동의 한 근린신축건설 현장에서 중국 국적의 노동자 B씨(42)가 거푸집(가설구조물) 동바리(지지대) 높이 조정 작업을 하던 중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그 하중을 지지하던 철제 파이프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B씨는 원청회사의 하청업체 소속 정도가 아닌 재하청의 재재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인천지법은 “사업주는 크레인 등 인양장비에 거푸집을 매달지 않은 채 근로자에게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고,거푸집 조립도를 작성하지도 않고 임의로 작업을 수행하도록 방치했다”고 밝혔다.다만 재판부는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원청회상의 현장소장과 재재하청업체 대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일자리를 찾아 국내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일에 투입되면서도 회사로부터 산업재해 예방 조치는커녕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다.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23명 중 18명도 이주노동자였다.이들은 대피로 등과 관련한 안전교육도 받지 않아 사고가 났는데도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는 급증할 전망이다.중대재해법이 올해 초부터‘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면서다.위험한 안전사고가 빈번한 50인 미만의 중소업체 이주노동자들의 사고가 통계로 잡힐 경우 이른바‘위험의 이주화’현상은 고스란히 통계수치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 사고 현장인 아리셀 공장도 상시근로자 48명이 근무하던 곳이라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고용노동부는 아리셀 측 2명,에버턴 브렌트포드불법파견 의혹을 받는 인력공급업체 메이셀 측 1명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