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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마라톤 협상 끝 내년 최저임금 1만70원 결정
심의 초반부터 최저임금 확대적용 vs 차등적용 격돌
고용부 "도급근로자 확대적용 논의 가능"…가능성 열어
경영계,차등적용 필요 업종 첫 제시…논의 심화될 듯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7%(170원) 오른 시간당 1만70원으로 결정됐다.
법정 심의기한을 또 다시 넘겼고 최종 표결에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항의 퇴장하는 등 갈등과 충돌도 이어졌지만,제도 도입 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1만원 최저임금 시대를 열었다.
또 배달기사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 의제가 첫 발을 떼고,우고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한 업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등 성과도 있었다.
14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최임위는 지난 11일과 12일 양일 간 밤샘 심의를 거쳐 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70원으로 의결했다.
이로써 내년 1월 1일부터는 주40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는 월 환산 209만6270원을 받게 된다.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기준으로는 47만9000명이,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으로는 301만1000명이 적용 대상이다.
올해 최임위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배달기사나 택배기사 등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특고·플랫폼 노동자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논의다.
도급근로자는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근로자다.이 때문에 근로자보다는 '종사자' 등으로 불린다.그동안 4대보험은 물론,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있어 대표적인 노동약자로 인식돼왔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우고최저임금액을 시간·일·주 또는 월 단위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1986년 이후 이 같은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가 테이블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노동계는 올해 심의 첫 전원회의부터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반면 경영계는 이 같은 논의를 할 권한이 최임위에 없다는 입장이었다.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법은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이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게 전제조건이고 인정 주체는 정부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임위가 먼저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사가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공익위원들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요구했다.이에 고용부는 도급근로자 확대 적용에 관한 논의를 최임위에서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공익위원들은 "제도개선의 이슈"라며 "최임위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는 국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에서 논의하기를 권유한다"고 제안했다.노사는 이를 수용했다.
또 "올해 심의를 종료한 후 최저임금법 5조 3항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구체적 유형,특성,규모 등과 관련해 실태와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하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논의 가능성을 열었다.
비록 확대적용은 무산됐지만,노동계도 논의의 첫 발을 뗀 데 의의를 뒀다.양대노총은 하반기 관련 입법활동을 펼칠 예정으로,내년 심의에서도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확대적용 문제는 전면에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의 만년 의제인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도 일부 진전을 이뤘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 한시적으로 도입됐우나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최저임금이 단일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매해 최임위 테이블에 오르는 단골주제이기도 하다.올해도 경영계는 심의 초반부터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실을 고려할 때 일부 업종에라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노동계는 특정업종에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게 되면 '낙인효과'가 발생하고 성별,지역별 임금격차를 심화시킨다며 반대했다.
노사가 법정 심의기한이 임박해서도 이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우고공익위원들은 사용자위원 측에 데이터 등 자료에 기반해 차등적용이 필요한 업종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영계는 ▲한식·외국식·기타 간이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등에 대한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류기정 경총 총괄전무는 "숙박음식점업은 37.3%에 달하는 최저임금 미만율과 90%에 육박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제조업 대비 21%에 불과한 1인당 부가가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수용 능력이 제일 열악한 업종"이라며 "현실적인 가능성을 고려해 숙박음식점업 전체보다는 영세자영업이 대부분인 한식집,중식집,분식집 같은 세부업종 3개만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택시운송업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용역 결과에서 1인당 부가가치,영업이익 등 주요 경영지표들이 하위 10%에 속한다고 분석됐던 업종"이라며 "이 외에도 구분적용이 시급한 업종이 많이 있지만,현 시점에서 활용 가능한 통계적 근거와 현실을 감안해 우선 선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최임위는 7차 전원회의에서 차등적용을 표결에 부쳤다.표결 결과 찬성 11표·반대 15표·무효 1표로 차등적용 도입은 무산됐으나,내년 심의에서는 논의가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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