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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유일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의학회 정책이사
"의대생 집단유급 시 의료공백 심화…회피 가능 사망률 늘어날 것"
"늘어난 의사,트윈 포커지역 내 필수의료로 유입할 정책부터 내놓아야"
"이만 때쯤이면 저기에서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었다."
김유일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남대학교(광주) 의대 건물 앞 텅 빈 야외 쉼터를 가리키면서 이같이 말했다.1학기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6월5일 찾은 전남대의대 캠퍼스는 고요했다.강의실들이 불이 꺼진 채 잠겨 있고 복도는 적막했다.전남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3개월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의대생에게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온라인 출석률 역시 저조하다.이달 말이면 집단 유급도 현실화할 전망이다.
바로 옆 전남대병원의 상황도 심각했다.지난 2월을 기해 전남대병원을 떠난 뒤 복귀한 전공의는 불과 5명 안팎이다.정부는 이탈한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용하고 행정처분 절차도 중단하면서 '퇴로'를 열겠다는 방침이지만 복귀 움직임은 미미하다.전남대병원은 지난 5월22일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면서 전임의 추가 채용 방침을 밝혔다.그러나 김 교수는 "올해 들어오기로 한 전임의도 거의 다 임용을 포기하고 다른 병원에서 근무 중"이라며 "인력확충이 절실한 소아과는 물론 호흡기내과도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3개월 동안 이어진 의·정 갈등과 내년부터 실현될 의대 증원,트윈 포커두 사태로 지역의료는 혼란에 빠졌다.전남대의대 졸업 후 전남대병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김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성 없는' 정부의 의료개혁이 필수·지역 의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전공의 이탈 사태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전공의 업무가 주 업무가 됐다.입원·외래 환자들의 기본 처치도 하고,응급실과 병동,트윈 포커중증환자실 당직도 서고 있다.특히 밤 당직이 많아졌다.가끔 운이 좋으면 쪽잠 잘 시간이 생기지만 1시간도 못 잘 땐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다.진료 외에 연구나 강의,대외 봉사활동 등 교수로서의 업무는 거의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전남대병원은 전임의를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혔다.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가.
"(전임의) 채용 공고를 올려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1,2차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를 유치해야 하는데 (기존 근무지보다) 더 높은 급여를 주고 채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정부가 내놓은 '전문의 중심 병원' 방안도 마찬가지다.임금과 수가개선,법적 부담완화 등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악마는 결국 디테일에 있다.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제반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입원전담전문의,일명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의 채용이 대표적인 사례다.상기 채용중이지만 임금과 처우,중증환자와 법적 부담 등으로 인해 미달 상태다.또 일부 지방의료원 전문의나 당직의사들이 고임금 조건을 제안해도 근무환경이 열악하기에 결국 충원되지 않는다.구체적인 정책 없이는 이같은 상황이 악순환 될 것이다."
필수의료패키지에 빠진 '디테일'은 무엇인가.
"패키지 정책의 전반적인 취지는 좋다.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입증된 게 없다.특히,늘어난 의대생을 '지역 내 필수의료'로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지역의료 중에서도 필수의료로 유치해야 한다.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지역의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지만 현재 상황에선 늘어난 의사들도 결국 인기과인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에 갈 것이다."
지역 내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할 방법은 뭐가 있나.
"가장 중요한 건 해당 지역의 경제·교육·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해 정주여건을 향상하는 것이다.또 대학이 의대생을 모집할 때부터 지역인재전형 외에 '지역의사제전형'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다.이 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은 지역 내 필수의료에 5~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다.아울러 군·면 단위 필수의료 기관과 의료취약지의 이송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결국 의대 정원을 늘리기 전에 정부의 지원과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가능한 작업들이다."
"전남대,160명 이상 수용할 강의실 無…내년도 정원은 163명"
전남대는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163명이다.늘어난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전남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특별한 준비없이 막막한 상태다.대학은 학생 유급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급급하다.당장 160명 이상을 수용할 강의실이 없는 상황에서 (학교 측에선) 보조의자를 설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실험·실습실 부족은 물론,각종 기자재,해부실습에 사용할 카데바(해부용 시신)도 부족하다.이런 문제점을 토대로 의대 증원에 이의제기를 해도 결국 학칙개정은 총장의 결정 사항이었다. 최종적으로는 교육부 지침을 따라야 하기에 모든 게 패스트 트랙으로 결정된 셈이다."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마지노선이 임박하다.어떤 점이 우려되는지.
"당장 의사 배출이 어려워지면서 전공의도 줄어들 것이다.결국 대학·수련병원의 의료공백이 더 심화되고 의료시스템은 수십년 전으로 퇴보하게 된다.이미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기 힘들어졌다.앞으로는 난이도 높은 질환 치료가 더 어려워지고 회피 가능 사망률도 상승할 것이다."
전남대병원은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한 의사 총파업(집단휴진) 투표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대 교수들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전남대의대 교수들도 타 대학처럼 대정부 행동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이제라도) 현장 의료진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현장 파악과 예산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의대 증원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다보니 과거 의전원 제도 추진 때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진 않을지 우려된다.의전원은 현재 한 곳 빼고 모두 폐지된 상태다.이번에도 부실한 준비로 예산·인력·사회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과연 정부가 책임질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