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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신교대 수료식날 용산역에 차려진 분향소."부를 땐 국가의 아들,숨지면 나몰라라"

▲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한 군인이 얼차려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권우성
 
"자꾸만 청춘들이 바스러져가는데 국가는 언제까지 분향소만 차리게 할 건가요?" - 시민 추모객 권진혁(28·남성)씨
"분향소가 너무 작아서,더뉴 세인츠그 작은 모습이 숨진 그 아이 같아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 아들을 군대에 보낸 김아무개(50대 여성)씨


19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가혹한 얼차려로 숨진 육군 12사단 훈련병의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반복되는 군 사망사고와 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군의 대처에 한 목소리로 분노했다.같은 날 강원 인제군 12사단에선 고인이 '참석할 수 없게 된' 신병교육대 훈련 수료식이 열렸다.

눈물 젖은 손수건과 국화 들고 "생때 같은 목숨이."

따가운 햇살과 찌는 듯한 더위를 무릅쓰고 검은색 옷차림을 한 시민들은 용산역광장 분향소에서 줄을 선 채 추모 차례를 기다렸다.이들 손에는 국화와 눈물을 닦기 위한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고 박아무개 훈련병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대전에서 열차를 타고 온 시민, 휴가를 나온 군인,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분향소에 모였다.

분향소엔 영정 대신 '고 박○○ 훈련병'이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분향소 바로 옆에는 훈련병 어머니가 고인이 입대할 때 쓴 편지와 숨진 이후 심경을 담은 편지, 고인이 입영식 당시 어머니를 업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세워져 있었다.추모를 마친 사람들은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사진을 보던 한 중년 남성은 "생때 같은 목숨이 저렇게"라며 탄식했다.

추모객들은 눈물을 닦아가며 젖은 손으로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더뉴 세인츠다음과 같은 추모 메시지도 남겼다. 

"당신의 이름으로 '젊은이들이 웃으며 집에 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기도할게요."
"친구여 너를 잊지 않으마."
"입대할 땐 대한건아 죽고 나면 방해만 되는 고깃덩어리.- 국방부 - "

 
▲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얼차려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권우성
 
박 훈련병은 지난달 23일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에서 훈련을 받던 중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른바 얼차려(군기훈련)를 받다 쓰러졌다.그는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이틀 뒤 사망했다. 사인은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로 확인됐다.현장에 있던 중대장 등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완전 군장 상태에서 선착순 달리기,구보,팔굽혀펴기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군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강원경찰청은 박 훈련병이 숨진 지 24일 만인 지난 18일 얼차려를 지시했던 중대장과 부중대장 등 장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고문으로 인한 살인" "국가는 분향소만 차리게 할 건가".진상규명 촉구도

이날 첫 번째로 분향한 권진혁씨는 "분향소가 세워진다는 소식을 접한 뒤 대전에서 바로 열차 티켓을 끊고 올라왔다"고 했다.권씨는 "생각이 참 많아지는데,'바스라진 청춘'이란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분향소에서 추모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이젠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닌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이태원·오송 등 여러 참사를 맞았고,더뉴 세인츠최근에는 특히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도 있지 않았나"라며 "국가가 언제까지 분향소만 차리게 할 건가.신속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향소에는 특히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발걸음이 두드러졌다.은평구에서 딸과 함께 방문한 이은영(48,여성)씨는 "아무리 군인이 나라를 위해서 희생하는 존재라도 소모품,더뉴 세인츠(분풀이) 도구처럼 사용하면 어떡하나"라며 "아들과 전화할 때마다 '네가 군법을 잘 숙지하고 대처해야 된다','몸 조심이 먼저'라는 당부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멀찌감치 지켜보던 김아무개(50,더뉴 세인츠여성)씨도 "저도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정말 남의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김씨는 "(큰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가 너무 작아보여서,그 작은 모습이 마치 그 아이(고인) 같아서 너무 속상하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조금만 더 일찍 병원으로 옮겨졌다면,그런 강압적 지시들을 막을 수만 있었더라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훈련소 조교 출신 김아무개(남성)씨는 "입소한 지 며칠 안 됐는데 적응 중인 훈련병들에게 완전군장을 시키고 얼차려를 했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특수부대도 그렇게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훈련을 위한 규정들이 마련돼 있는데도 가해자(중대장)는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애를 잡으려고 했다"며 "개인 의견이지만 고문치사로 인한 살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육군 '병영생활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또는 단독군장 상태에서는 보행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구보(달리기)를 시켜선 안 된다. 

김씨는 "채상병 사건 등을 포함해 상관들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 썼더라면 막을 수 있는 죽음들이 연달아 발생하니 솔직히 애국심마저 바닥난다"고 덧붙였다. 
 
▲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얼차려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권우성
 
고인의 동료 훈련병들의 수료식이 열린 이날,12사단이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 출입을 제한한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실제 강원 인제군 인제체육관에서 열린 수료식에는 사전에 비표를 받은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분향소를 찾은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당에서도 (수료식 현장 등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부대가 극구 반대했다"라며 "군 부대가 국회의원 방문이나 실정 보고를 막는 걸 보며 숨겨야 될 게 있나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부를 때는 '국가의 아들'이고 죽거나 다쳤을 땐 '나 몰라라 네 아들'이라는 식으로 젊은 장병들을 취급한다면 징병제도가 유지되겠나"라며 "수료날이어야 하는 날이 분향소 차리는 날이 됐다"고 지적했다.

유족을 지원하는 군인권센터가 마련한 분향소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군인권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의 부모님께서는 답답한 수사 상황과 군,더뉴 세인츠가해자들이 보여준 일련의 행태를 보고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직접 분향소에 나오기로 했다"며 "오후 6시부터 직접 분향소에서 시민들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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