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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김정은 친서 전달' 증언 나와.쌍방울,안부수 믿고 대북사업 확신했나
지난 2018년 12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남한 측에 전달했던 인사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안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30일 청와대가 '김정은 친서'를 언론에 공개하기 전 중국으로 건너가 김성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실장으로부터 김정은 친서를 전달받았다는 것.이는 안 회장의 핵심 측근이자 아태협 핵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른 것이다.
북한 측이 안 회장에게 김정은 친서 전달을 맡겼다는 것은 북한 측이 안 회장을 신뢰했고,그를 대남 사업의 중요한 협력자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북사업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안 회장의 위상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이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부가 김성태 전 회장이 대북사업을 추진한 배경은 '안부수'가 아닌 '이화영'이라고 판결한 것과 배치돼 주목된다.
이화영 전 지사 1심 재판부는 안 회장에 대해 "김성태 등 쌍방울그룹 임직원들 등을 아태위와 연결해 주는 '대북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안 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과 공모해 중국과 북한에서 김영철 아태위 위원장,송명철 부실장 등을 만나 총 21만여 달러(약 2억 원)와 180만 위안(약 3억 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2023년 5월).
김정은 친서,'연내 서울 답방 무산' 확인시켜줘
김정은 친서가 전달된 2018년으로 돌아가 보자.문재인 정부 2년 차인 2018년은 남북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해로 기록된다.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서 시작된 '평창 데탕트'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4월 27일 판문점,5월 26일 판문점,9월 18일~20일 평양)과 북미정상회담(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6월 30일 판문점),남북미 정상회담(6월 30일 판문점)으로 이어졌다.이 과정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개성),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회담 개최,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이 담긴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군사분야합의서 등 중요한 문서에 남북한이 서명했다.
가장 주목받은 남북한 합의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었다.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1일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라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다"라고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12월 4일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가 연내냐 아니냐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루게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한-뉴질랜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지지만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일정을 특정하는 보도까지 나왔다.12월 8일 <세계일보>가 정부 고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내주 후반으로 정해졌다.13일과 14일 가운데 13일이 더 유력시된다"라며 "김 위원장의 방남 일정이 청와대에 전달됐고,이에 따른 준비 작업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한 것이다.또 다른 정부 소식통도 "북한에서 방남에 대한 답이 와 9일쯤 청와대가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본다"라며 "이후 북한의 의전팀이 곧바로 서울을 찾을 것이다"라고 전했다.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연내 서울 답방이 현실화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같은 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북측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를 받은 바 없다"라고 <세계일보> 보도를 부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한 최종 답변은 12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친서에 담겨 있었다.이날 언론에 공개된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연내 서울 방문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김정은 친서 전달 사실을 공식 발표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두 정상이 평양에서 합의한 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라며 "김 위원장은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라고 전했다.
A4 2장 분량의 김정은 친서는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됐음을 공식 확인시켜 주었다.다만 서울 답방의 여지를 남겼고,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재천명했다는 의미는 있었다.
2022년 12월 1일 SBS 보도 "김성태,김정은 친서 받았다고 과시"
그렇다면 '누가' 김정은 친서를 남한 측에 전달했을까?당시 청와대는 김정은 친서가 '인편'을 통해 전달됐다는 점만 공개했고,포커 정석전달 방법이나 장소 등 구체적인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사이에 여러 소통 창구가 있는데 (친서는) 인편으로 전달됐다"라며 "(다만) 북측 인사가 직접 전달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북측 인사가 직접 전달하진 않았다'는 이 관계자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김의겸 대변인도 "남북 사이에 여러 소통 창구가 있고,그중의 한 창구를 통해서 전달해 왔다"라고 말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김 대변인이 공식 발표하기까지 김정은 친서 전달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당시 언론들은 남한의 국정원과 북한의 통일전선부가 직접 움직였을 것이라고 보고 '서훈-김영철 라인'에 주목했다.김영철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국정원과 통일전선부의 핫라인을 통해서 김정은 친서 전달을 사전에 통보했고,서훈 국정원장이 판문점으로 가서 직접 수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난 2022년 12월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받았고,이것을 사업에 활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SBS '끝가지판다'팀은 12월 1일 자 <"김성태,김정은 친서 받았다고 과시하더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성태가 김정은 위원장과 감영철로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받았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라고 보도했다.
검찰은 김정은 등의 친서가 주중 북한 총영사관 직원으로부터 중국을 방문한 쌍방울 직원을 거쳐 김성태에게 전달됐다는 전달 경로에 대한 진술도 확보하고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쌍방울그룹이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640만 달러가 북한에 건네졌고,친서는 그에 대한 답례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어 "지난 2019년 쌍방울그룹이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광물자원과 에너지,철도 개발 등 경협 합의서를 체결한 상황에서 김성태가 김정은 등의 친서를 과시하며 투자금 유치와 주가 부양에 활용했을 가능성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에 송금된 800만 달러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한 용도라는 검찰의 공소사실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오히려 '800만 달러는 쌍방울그룹이 계열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지불한 비용 중 일부'라는 국정원 문건이나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청와대 발표 전 북경 공항에서 김성혜 실장한테 김정은 친서 받아
검찰발 SBS 보도는 김정은 친서 전달자의 실체에 더 깊이 다가가지는 못했다.다만 김성태 전 회장이 주변에 "내가 김정은 친서를 받았다"라고 자랑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만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김 전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자랑하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은 친서의 전달자가 쌍방울그룹 대북사업의 중개자인 안부수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안부수 회장의 측근이자 아태협 핵심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안 회장은 2018년 12월께 중국에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갑자기 북경으로 출국했고,포커 정석북경공항에서 대기하던 김성혜 실장으로부터 김정은 친서가 든 가방을 받았다.이어 12월 30일 김의겸 대변인이 김정은 친서 전달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뉴스타파>가 보도한 국정원 문건,포커 정석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포커 정석안 회장은 같은 시기(2018년 12월)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부장을 만났고,중국에서도 김성혜 실장을 두 차례 만났다.이후 안 회장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중개자로 적극 나섰다.
안 회장이 받아온 김정은 친서가 '어떤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다만 안 회장을 국정원 협조자로 관리하고 있던 블랙요원(신분을 위장해 공작하는 특수임무요원) 김아무개씨를 통해 김정은 친서가 국정원에 전달됐고,국정원이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안부수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전달했다는 것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 내용과 어긋난다.1심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면,이미 500만 달러를 지급한 김성태 전 회장이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 측에) 300만 달러의 비용을 지급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한 것이 아니라면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쌍방울그룹과 김성태 전 회장이 대북사업에 나선 배경에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안부수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가져와 전달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김성태 전 회장이 쌍방울그룹 대북사업의 중재자로서 안 회장의 위상과 가치를 인정하고 계열사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사업의 성공을 확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김 전 회장이 대북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결정적 배경에는 김정은 친서를 가져온 안 회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쌍방울그룹과 북한측(아태위,민경련 등)은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심양과 단둥 등에서 총 여섯 차례 접촉했다.쌍방울그룹은 같은 기간 김형기 전 통일부차관(전 청와대 통일비서관),김영수 전 현대아산 전략기획실장(전 국회 대변인),안부수 회장 등 대북전문가들을 사내이사와 상임고문,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했고,정관의 신규사업목적에 '자원개발·광물성 제품 개발' 등을 추가했다.
특별히 안 회장과는 업무협약,남북교류협력사업 강화 등을 위한 후원협약을 체결하고,아태협의 사무실을 쌍방울그룹 본사(서울 동대문구 신당동)에 입주시켰다.검찰이 이재명 지사의 방북비용이라고 주장했던 800만 달러가 북한 측에 건네진 시기도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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