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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참사 피해자 15명이 여성 이주노동자
불안정·저임금 일자리에 더해진‘위험의 고리’
국제결혼,저출생 대책,다문화 가정,돌봄·가사노동,식당,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그간 이주여성과 관련해 미디어에 주로 언급된 키워드다.2020년 겨울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이 사망하면서 비닐하우스와 같이 열악한 주거환경이 사회문제로 불거졌다.그러나 노동 주체로서의 이주여성과 안전 문제가 전면적으로 조명된 적은 없다.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이주여성의 노동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참사 피해자 23명 중 15명이 여성 이주노동자(중국동포 14명·라오스 출신 1명)였다.
흔히 제조업 공장은 남성 이주노동자의 일터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그러나 공장엔 여성 이주노동자도 존재한다.이번 피해자들은 배터리 검수와 포장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중국동포이자 수년간 이주민 상담을 해온 박연희씨는 화성 참사 피해자 다수가 여성 중국동포라는 데 놀라고 안타까웠다고 했다.박씨는 지난 7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성 이주민들은 대체로 가사노동자,간병인,아이 돌봄,요양보호사,식당과 같은 서비스업종에서 많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조업 공장에도 많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위험에 노출돼 있는 문제가 이번 사고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윤자호 유니온센터 연구위원은 “여성 이주노동자는 서비스업에서 많이 일하기는 하지만 제조업에서도 상당 부분 일을 하고 있다”며 “외주화된 위험을 이주민들이 담당하는 현실을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명의 피해로 극단적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한국에서 실제 일하고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 규모는 정확히 모른다.공식 통계가 없다.통계청·법무부가 발표하는‘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의하면 2023년 5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15세 이상 외국인 여성은 32만3000명이다.산업별 취업자는 도소매·음식·숙박업 10만7000명,광·제조업 8만1000명,사업·공공서비스 7만7000명이다.다만 이 수치에서 미등록 체류 상태의 여성 이주노동자 등은 빠져 있다.
학계에선 세계적으로 여성 이주노동자의 수가 증가하고,그렇게 이주한 여성들이 가사,경막하 출혈돌봄,성적 서비스,단순 노무 등 성별에 따라 분업화된 노동을 전담하는‘이주의 여성화’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한국 여성 이주노동자 지위가 남성보다 불안정하고 열악하다는 분석은 여럿 있다.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의하면,여성은 임시·일용근로자 비율이 48.2%로 남성(29.2%)보다 높았고,상용근로자 비율은 45.7%로 남성(67.2%)보다 낮았다.이번 화성 참사에서도 피해자 상당수는 용역업체를 통해 일용직 노동을 한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윤자호 연구위원 분석에 의하면,2021년 중국동포의 월 소득구간 중 300만원 이상 비율이 남성 34.6%,경막하 출혈여성 4.6%로 남성이 30%포인트 높았다.100만~200만원 미만 비율은 남성 12.5%,여성 32.2%로 여성이 19.7%포인트 높았다.결혼,임신,출산 등 영향으로 여성 이주노동자가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비정규직이자 저임금인 여성을 선호하는 업체들의 수요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