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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얼차려'(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어머니가 19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자신의 편지를 공개했다.
박 모 훈련병의 어머니 A씨는 "지금도 그 비통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까"라면서 지난 5월 24일 새벽 3시께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의식없는 상태에 있던 아들을 떠올리며 이같이 토로했다.
A씨는 "12사단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아빠를 향해서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아빠를 안아주면서 '걱정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며 "오히려 엄마,수업참관아빠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던 우리 아들.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슬퍼했다.
이어 "우리 마음을 군대는 알까.이 나라의 우두머리들은 알까"라면서 "대낮에 규정에도 없는,군기훈련을 빙자한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 있는 부하를 두고 저지하는 상관 없는 군대에서,살기 어린 망나니 같은 명령을 받고 복종하는 병사들의 마음을 알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째도 안전,둘째도 안전,셋째도 안전하게 훈련 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의 말을 기억한다.우리 아들의 안전은 지켜주지 못했는데 무엇으로 책임지실 거냐"며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아니면 '나는 아들이 쓰러진 날에 부대에 없었다'라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옷을 벗을 것 같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인 걸까"라고 따져 물었다.
A씨는 아들 박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게 된 이유를 언급하며 원통해하기도 했다.그는 "(아들이)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며 "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뿐일 텐데,수업참관그게 그렇게 죽을죄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또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서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 것"이라며 "그렇게 뛸 수도 없이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일어나 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였다고 한다.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고 했다.
그는 "아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군에서 어떤 사람이 전화와서 부모가 올라와야 한다고 하더니 저희가 빨리 올라 올 수 있는 교통편을 알아 봐주겠다더라.그 때 아빠가 제게 '빨리 헬기를 띄워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으로 이송해라'라고 소리를 쳤다.우리가 어떻게 갈지가 아니라 아들을 어떻게 큰 병원으로 옮길지 고민하라고 말해줬다.참 기가 막혔다"고 적었다.
이어 "제게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결정을 하라 해서 '무슨 일 생기면 우리가 결정했다고 하려고 그러냐.아들에게 무슨 일 나면 그 병원에서,그리고 나라에서 책임지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며 "지금 이들이 무슨 책임을 지고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A씨는 "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이다.엄마,아빠 너무 멀고 힘드니까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그랬는데…배려 깊은 아이였는데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다.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용산역 광장에 차려지는 '시민 추모 분향소'를 운영한다.박 훈련병 어머니는 오후 6시부터 시민들을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