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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팬데믹 '격동기' 이끈 집권당에 "역사적" 참패 진단
고물가·공공분야 악화·정치혼란에 좌절한 유권자,'변화' 주문
주변국 '극우 득세' 와중에 英중도좌파 압승…'집권당 심판' 대열 가세

영국 의회가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의회가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현대 민주주의 역사가 가장 긴 영국에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제1야당 노동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정권 교체를 이루자 외신도 이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다.

미국과 프랑스,독일 등 서방 주요 매체는 보수당이 국정을 이끈 지난 14년 간 사회 저변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불만이 폭발하면서 영국 민심이 집권당을 심판하고,변화를 택했다고 진단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중도 좌파 노동당이 하원 총 650석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410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되는 반면,보수당은 노동당 의석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131석에 그쳐 '역사적'인 패배를 눈앞에 뒀다고 보도했다.

NYT는 2019년 총선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완수를 공약으로 내건 보수당에 표를 몰아준 유권자들의 민심이 이처럼 극적으로 돌아선 것은 보수당 집권 기간 누적된 좌절과 분노가 한꺼번에 분출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4일 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 아내와 카메라 앞에 선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4일 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 아내와 카메라 앞에 선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수당이 유럽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 정권을 잡은 이래 영국은 장기적인 긴축,유럽연합(EU)과 결별한 브렉시트,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등으로 점철된 '격동기'를 거쳤다고 NYT는 지적했다.

영국 국민들은 이 와중에 고물가,의료와 철도 교통 등 공공 서비스 악화를 감내해야 했고,당초 예상과는 달리 브렉시트로 영국행 이민 행렬이 줄어들기는 커녕 2022년과 2023년에 유입된 이민자가 최고조에 달하며 보수당을 향한 민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여기에 팬데믹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엄격한 격리가 시행될 때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총리실에서 파티를 벌인 것이 드러나며 파문을 빚은 '파티게이트',존슨 총리의 후임인 리즈 트러스 총리가 재정 뒷받침 없는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혼란을 초래한 뒤 49일 만에 물러나는 등 정치적 불안이 이어진 것도 유권자들의 환멸을 부채질하며 보수당의 참패로 귀결됐다고 NYT는 덧붙였다.

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 [AFP 연합뉴스]
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 [AFP 연합뉴스]


그러면서 2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보수당이 이같은 정도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것은 보수당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키면서 상당 기간 영국 내에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했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총선 결과는 브렉시트,팬데믹,지난 5년 간 총리 4명을 갈아치운 정치적 혼란과 추문 등으로 얼룩진 10여년을 이끈 보수당에 유권자들이 '강력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집권 기간 측면에서 지난 15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당으로 꼽혔던 영국 보수당이 5년 이 정도로 몰락한 것은 '크나큰 운명의 반전'이라고 짚었다.

또한,영국 총선 결과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급등과 실질 임금 감소 등에 따른 삶의 질 악화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집권당을 준엄하게 심판한 최근 국제사회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짚었다.최근 프랑스,인도,노팅엄 포리스트 대 블랙풀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국 총선에서는 집권당이 나란히 고전한 바 있다.

아울러 WSJ는 보수당의 참패와 노동당의 압승으로 영국 정치 지형에는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어 스타머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키어 스타머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WSJ은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한 검사 출신인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실용적인 정책으로 정치를 안정시키고,보수당이 초래한 혼돈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고 소개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극우가 득세하고,중도좌파가 퇴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영국이 뜻밖에 '사회민주주의의 보루'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도 극우 정당인 영국 개혁당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13석의 의석을 얻으면서 영국 극우 진영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과 지난 10여년 간 존재감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던 중도성향 자유민주당이 61석을 얻으며 부활한 것에도 주목했다.

오는 7일 조기총선 2차 투표를 앞둔 프랑스도 도버해협을 사이에 놓고 마주한 이웃 나라 영국의 총선 결과에 주목했다.

일간 르몽드는 노동당의 압승 소식을 전하면서 보수당의 14년 집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좌절감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르몽드는 영국인들은 보수당 집권 기간 브렉시트,팬데믹,노팅엄 포리스트 대 블랙풀우크라전 여파로 인한 경제적 타격,'파티게이트' 등 여권 정치인들의 추문이 뒤섞인 격동의 몇년을 겪으면서 상당수 유권자가 나라의 미래에 대해 비관하게 됐으며,노팅엄 포리스트 대 블랙풀이런 분위기가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독일 dpa통신도 영국 총선이 노동당의 압승과 보수당의 참패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결과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과반 의석에서 80석을 웃도는 승리를 챙기고,제레미 코빈 대표가 이끌던 노동당은 1935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2019년 총선과 비교할 때 '극적인 반전'이라고 dpa는 짚었다.

dpa는 선거 참패로 리시 수낵 총리의 임기는 재앙으로 끝나게 됐으며,선거 이후 수낵 총리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보수당은 향후 나아갈 방향을 놓고도 내부 알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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