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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운정3지구 3·4블록 당첨자들 LH 앞 집회
인천,동탄 등 1510가구 '낙동강 오리알' 신세
LH "사전청약 제도 폐지.당첨지위 유지 불가""나라에서 만든 제도,나라가 책임져라" "사전청약 당첨지위 승계하라"
최고 온도가 31도를 넘어선 지난 11일 오후 2시께.경기 파주시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주사업본부 앞에 40여 명이 모였다.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사전청약 당첨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22년 6월 사전청약에 당첨돼 '내 집 마련'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지난달 28일 시행사 DS네트웍스의 공급계약 취소 통보 문자를 받았다.사업이 물거품되면서 당첨자 지위와 본청약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DS네트웍스는 분양 홈페이지를 통해 "최초 안내와 같이 본청약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불가피한 이유로 사업 취소를 안내드린다"며 "사업 취소로 인한 사전공급 계약은 별도 방문 없이 취소되고 한국부동산원 사전당첨자 명단삭제 및 청약홈 계좌부활은 7월 2주차부터 진행된다"고 안내했다.
집회를 찾은 A씨는 "청약홈에서 청약통장을 써서 청약했기 때문에 이렇게 허망하게 취소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라며 "당첨되고 기뻐했던 시간 동안 모든 청약기회를 놓쳐버려서 이제 다시 지원해봤자 당첨될 가능성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참석자 B씨는 생후 95일 된 아이를 안고 한 손엔 선풍기를,다른 한 손엔 피켓을 들었다.그는 "부모님께 한 푼도 받지 않고 신혼집을 조금씩 넓혀간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는데 허탈하다"라며 "2026년 하반기라던 입주가 2027년으로 미뤄져서 거기에 맞춰 전세 계약도 연장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사업이 언젠가는 다시 시행될 테니 당첨 지위 승계권만 주면 된다"며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과 기회비용을 날렸다.분양가는 더 높아지겠지만 그래도 (본청약을 할지 말지) 선택할 기회만 달라"고 강조했다.
민간 사전청약 물거품 1510가구…구제 조치 없어
사전청약에 당첨됐지만 돌연 취소 통보를 받은 건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만의 일이 아니다.LH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전청약을 조건으로 민간에 매각한 사업장 55곳 중 11곳이 토지계약을 해제했다.이중 5곳(1739가구)은 사전청약을 받은 뒤 사업을 취소했다.'낙동강 오리알'이 된 사전청약 당첨자는 1510가구에 달한다.
1월 경남 밀양시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S1블록(사전청약 320가구)과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 우미린(278가구),지난달 경기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 리젠시빌란트(108가구)가 토지계약을 해제했다.이달 4일엔 파주 운정3지구 3블록(402가구)과 4블록(402가구)까지 사업이 취소됐다.
하지만 다른 민간사업자에게 당첨 지위 승계를 강제할 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LH 관계자는 "사전청약 제도 자체가 폐지됐기 때문에 당첨 지위 유지가 불가하다"며 "새로운 사업자에게 기존 청약자 몫의 물량을 빼놓도록 하거나 당첨 지위를 인정토록 할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사전청약 문제는 어떤 공고문을 가지고 책임 범위를 약속했는지가 중요하다.정부 차원의 대안이 없다"라며 "공고 당시 누가,얼마나 책임져야 하는 걸로 약정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만에 하나 공급자나 정부 쪽에서 귀책 사유가 있다면 도리는 다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구제를 전제로 재검토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본청약 지연도 수두룩…민간 외 공공도 마찬가지
한편 사업취소 5곳 외에도 24곳이 사전청약 실시 후 본청약을 아직 시행하지 않았다.오산세교2 A14블록 우미린(사전청약 1391가구),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 A16블록(1239가구) 등이 지난 2021~2022년 사전청약한 뒤 감감무소식이다.단지 규모는 1만4595가구,야구 외국인팬사전청약 당첨자 수는 1만2827가구다.
민간 사전청약은 취소 또는 지연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당첨자들이 시행사와 맺는 계약서 내용엔 '설계변경,소송,지구계획 변경,문화재 발굴,사업지연 등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사전청약에 당첨된 단지의 사업 취소 또는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어서다.
LH는 민간 사전청약 취소 토지를 직접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납된 토지 입지를 판단해서 공공이 직접 착공하겠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건설업계 사정으로 주택공급이 축소될 우려가 있으니 공공이 착공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선언으로,특정 필지를 염두한 건 아니다"라며 "민간에서 추진할 여건이 충분히 되는 곳까지 LH가 시행하겠다는 건 아니다.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국토부와 조율하는 등 선행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하남교산 A2블록(사전청약 1056가구),야구 외국인팬구리갈매역 A1블록(1125가구) 등 공공분양 단지 82곳이 본청약이 이뤄지지 않았다.LH 관계자는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분양은 일정이 다소 지연될 순 있지만 취소 우려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