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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관리 미흡만으로 징계
감독당국 기강잡기용 악용 우려
금융당국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 관련 제재 지침을 공개하자 금융권에선 과도한 제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특히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내부통제 관리가 미흡하다고 판단된 금융회사 임원을 제재할 수 있다는 점이 '임원 압박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실제 금융사고 등 소속 임직원의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검사 과정에서 임원 등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확인될 때 징계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임원이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이 확인되거나 형식적으로만 이행했다고 판단될 경우 '관리의무의 미이행' 등으로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제재의 근거를 만들고 CEO(최고경영자)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책무구조도는 '금융판 중대재해법'이란 평가를 도입 초기부터 받았다.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새 제도 도입에는 동의하지만 금융사고가 없는 상황에서도 임원을 징계할 수 있다는 점에 금융권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도입 초기부터 당국 마음대로 금융사 임원을 제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새 제도의 본질인데 사고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금융사 임원을 과도하게 압박하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못됐다면 문제인 것은 맞지만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은행이 먼저 바로잡을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사고도 없는데 임원을 징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관리의무 미이행'을 어떻게 확인할지도 아직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특히 제재 대상이 임원이라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기강잡기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은행권 관계자는 "연말 인사 시즌 등을 앞두고 정기검사 등이 잡히면 모든 임원이 감독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임원이 관리했어도 형식으로만 이행했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책무구조도 등을 통해 내부통제를 잘 관리했어도 모든 금융사고를 예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개인 직원의 일탈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상당한 주의'를 다했을 경우 제재를 감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례가 없는 만큼 제재 대상 1호가 안 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들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교육 등을 통해 직원들이 내부통제에 대한 확실한 실행 의지를 만드는 것이 금융사고 예방에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같은 우려에 김병칠 금융감독원 전략감독 부원장보는 "금융사의 내부통제 관리는 평상시 잘 작동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기검사에서 금융사의 내부통제가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건 아주 기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