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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겨자씨교회 가보니

김재영(왼쪽 첫 번째) 겨자씨교회 목사와 이성우(왼쪽 두 번째) 경감이 지난 7일 교회 본당에서 특별 찬양을 부르고 있다.
김재영(왼쪽 첫 번째) 겨자씨교회 목사와 이성우(왼쪽 두 번째) 경감이 지난 7일 교회 본당에서 특별 찬양을 부르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텁지근한 열기가 확 밀려들면서 땀냄새 등이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주일이었던 지난 7일 서울 동작구의 한 빌라 지하에 자리잡은 겨자씨교회(김재영 목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불편한 마음이 밀려들었습니다.

“너 예수께 조용히 나가 네 모든 짐 내려놓고/ 주 십자가 사랑을 믿어 죄 사함을 받으라.”

무반주로 찬송가 539장‘너 예수께 조용히 나가’찬송을 부르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누가 들어도 음정이나 박자가 맞지 않았습니다.듣기에도 불편했습니다.귀를 불편하게 하는 찬양임에도,자멜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게 하는 더운 환경임에도 예배에 참석한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찬양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목회자와 예배를 돕는 교역자들을 빼곤 참석자 10여명은 노숙인들과 지체장애인이었습니다.몸과 마음이 불편한 이들이었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겨자씨교회는 소외 이웃들과 함께 지하 공간에서 매주 이렇게‘불편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예배 중 기도시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기도하는데 어눌하면서도 솔직 담백한 간구들이 와 닿았습니다.그 가운데 한 청년의 기도가 귓가에 꽂혔습니다.

“하나님 제가 잠을 집에서 안 잤습니다.그냥 시간 맞춰서 빨리 오려고요.그리고요.오늘은 통바지를 잘 입고 왔습니다.단정하게 입고 왔습니다.그리고 성경 공부도 잘하게 해주세요.성경책도 잘 보게 해주세요.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기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른바‘방배동 모자 사건’의 아들인 최모(40)씨였습니다.이 사건은 2020년 재건축을 앞둔 서울 서초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최씨의 어머니가 숨진 지 약 반년 만에 발견된 일입니다.발달장애를 안고 길거리를 배회했던 아들 최씨가 아픔을 딛고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는 이들에겐 저마다 무거운 인생의 짐과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보기엔 불편한 예배였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오히려 깊은 위로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예배가 끝난 뒤 그들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을까요.

모임을 일궈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직 경찰관이었습니다.이성우(56) 경감은 교회에서 무보수 강도사로 이들을 섬기고 있었습니다.그는 김재영 목사와 함께 노숙인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회복과 자립을 돕고 있더군요.9년째 노숙인들을 돕고 있는 이 강도사는 월급의 3분의 1을 노숙인 돌봄에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의 도움을 받은 이들만 5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지하교회에서 만난‘민중의 지팡이’는 마치 낮은 자들의 생명줄 같았습니다.

이 경감은 내년에 목사 안수를 받습니다.노숙인과 지체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불편한 이들과 불편한 곳에서 드리는 불편한 예배가 왜 필요하고 소중한지 이 강도사는 삶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불편한 교회에서 함께 드린 이날 예배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습니다.

이 경감은 “제게 노숙인은 형제나 마찬가지입니다.경찰이기 이전에 저는 그리스도인으로 그저 함께하고 싶었습니다”고 말했습니다.이 같은 공동체가 곳곳에 세워진다면‘방배동 모자 사건’같은 가슴 아픈 비극들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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