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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이 대체로 흐린 11일,하반기 첫 번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렸다.지난 상반기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금리 상승기의 정점을 찍었던 시기였다.한은은 전세계적인 고금리 기조를 따라 연 3.5% 기준금리를 흔들림 없이 유지했다.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졌다.
치열했던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를 여는 첫 회의인 만큼 무게감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회의장에는 일찍부터 집행 간부들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회의 시작 5분 전인 오전 8시55분쯤 유상대 부총재가 가장 먼저 등장했고,아시안컵 골득실 다득점뒤이어 황건일,장용성,신성환 위원이 다 함께 입장했다.2분 뒤인 8시58분에는 이수형 위원과 김종화 위원이 입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최온정 기자 
금통위원들의 넥타이 색깔은 금리 결정의 어려움을 나타내듯 붉은색과 푸른색 계열이 섞여 있었다.유상대 부총재와 황건일 위원,김종화 위원은 푸른 계열의 넥타이를 맸고,장용성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맸다.넥타이를 매지 않은 이수형 위원은 붉은 계열의 상의를 입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하면 푸른 계열 3명,붉은 계열 3명으로 분류된다.통상 넥타이 색깔은 금리 결정 방향을 시사하는 신호로 풀이됐다.넥타이 색깔이 붉은색 계열이면 기준금리‘인상’으로,아시안컵 골득실 다득점푸른색 계열이면‘인하’나‘동결’로 해석됐다.금통위원들이 넥타이 색깔이 양분된 것을 보여주면서 금리 운용 방향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걸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총재는 회의 시작 2분 전인 8시58분 흰색 넥타이를 매고 입장했다.이날은 아무런 색도 들어가지 않은 흰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직전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던 그였지만,이번 회의에서는 회의실 내부를 돌아본 뒤 말없이 의사봉을 두드렸다.총재가 등장하기 전에도 조용했던 회의실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한은은 이날 금리를 현행 연 3.5%로 동결했다.지난해 2·4·5·7·8·10·11월과 올해 1·2·4·5월에 이어 이번까지 12번 연속 금리를 묶어둔 것이다.동결 기간은 1년 5개월 28일이다.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6%대로 치솟은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작년 1월까지 금리를 0.5%에서 3.5%까지 올린 후 금리를 계속 유지해왔다.
회의에 앞서 조선비즈가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응답자 전원이 오는 11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63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낮추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역대 최고 수준인 한·미 금리 차(2%포인트,한국 3.5%·미국 5.5%)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이는 외국인 자본 유출을 유도해 최근 138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2%)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르면서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그러나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8% 상승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