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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의 경제야 놀자
생산자에게 세금 부과하면
공급 줄어들고 가격 올라
일정 부분은 소비자가 부담
종부세도 전·월셋값에 전가
"보유세 100만원 늘어나면
年 임대료 6만원 올라" 연구도“나도 종합부동산세 내고 싶다.”
종부세가 이슈가 될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소리다.2023년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49만5193명.대한민국 상위 1% 수준의 부동산 보유자가 내는 세금이니,로또 796그 세금 나도 내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그런데 훨씬 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종부세를 내고 있다.종부세를 납부하고 싶다는 사람 중에 이미 종부세를 낸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어떻게 된 걸까.
○아이스크림에 세금을 매기면?
일찌감치 시작된 폭염에 아이스크림 판매가 늘어났을 것이다.정부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스크림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고 치자.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소비자보다 아이스크림을 팔아 돈을 번 기업이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아이스크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은 2000원이고,정부는 기업이 아이스크림 한 개를 판매할 때마다 세금 5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이제 아이스크림의 공급 곡선은 위쪽으로 500원만큼 이동한다.즉 아이스크림 공급이 감소한다.
공급이 줄었으니 가격은 오른다.세금 부과 후 아이스크림의 새로운 균형가격은 2300원이 됐다.여기서 5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이제 기업이 아이스크림 한 개를 팔아서 버는 돈은 1800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아이스크림 한 개에 500원을 세금으로 냈는데 기업이 버는 돈은 200원밖에 줄지 않았다.그럼 나머지 300원은?이 300원은 소비자가 부담했다.2000원이던 아이스크림 가격이 세금 부과 후 2300원으로 올랐으니 소비자도 세금으로 300원을 낸 셈이다.정부가 기업에 매긴 세금 500원 중 200원만 기업이 내고 300원은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이다.이렇게 세금이 시장 참여자에게 배분되는 현상을‘조세 귀착’이라고 한다.
○월세 사는데 종부세를?
부동산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종부세 등 보유세를 인상하면 겉으로 볼 땐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만 늘어나는 것 같다.하지만 주택 보유자는 임대주택시장의 공급자이기도 하다.이들에 대한 세금을 늘리면 임대주택 공급 감소→전·월세 가격 상승 경로를 통해 보유세 일부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상위 1% 부자에게 부과한 세금을 부자가 아닌 사람까지 분담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 결과가 많다.파이터치연구원은 2000~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2개국의 주택 보유세와 월세 변화를 분석했다.연구 결과 주택 보유세가 1% 증가하면 월세가 0.0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종부세를 100만원 더 부과하면 월세가 연간 6만원 오른다는 얘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2년 10월 발표한‘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보고서에서는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10%포인트 오르면 전세 가격이 1~1.3%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늘어난 세 부담의 일부가 전세 세입자에게로 옮겨 간다는 의미다.
○부자들이 집을 더 산 이유
종부세는 집값을 잡는 데도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2021년‘한국 주택 정책의 장기 효과’논문에서 종부세 강화 등 수요 억제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린 메커니즘을 규명했다.요약하면 수요 억제 정책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요 감소가 공급 감소를 낳고,
로또 796공급 감소 폭이 수요 감소 폭을 초과해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대출 규제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진 사람이 저축을 확대하면서 실질 이자율이 내려갔고,
로또 796실질 이자율이 하락하자 부자들이 저축 대신 부동산 투자를 늘렸다고 두 교수는 분석했다.부자들의 주택 소유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돌고 돌아 이들의 주택 구매를 부추기는 정반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종부세법 1조엔 이렇게 나와 있다‘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도입 20년을 맞은 종부세는 집주인의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집값을 잡지도 못한 채‘나도 내고 싶다’는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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