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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대출 실행된 것 자체가 내부통제 부실 증거 지적
금융권 한 관계자가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 원대 횡령 사건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우리은행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횡령 사실을 파악한 만큼 내부통제가 잘 작동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허위 대출이 실행된 것 자체가 내부통제 부실 사례라는 지적이다.2022년 700억 원대 횡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우리은행이 또다시 100억 원대 유사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빈틈없는 내부통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표 참조).
A 씨가 횡령 수단으로 기업 단기여신을 택한 이유는 본점 감독을 피하기 위해서다.가계대출 등은 본점에서 심사 및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기업 단기여신의 경우 지점에서 대출 전 과정을 처리한다.본점 차원의 정기·불시 감리도 주로 3개월 이상 대출 실행 건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노렸다.이 같은 범행은 5월 우리은행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덜미가 잡혔다.소명을 요구받은 A 씨는 6월 10일 경찰에 자수했고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됐다.
A 씨의 범행이 시작된 지난해 7월은 임종룡 회장이 앞선 700억 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직접‘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한 시점이다.2022년 우리은행에선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697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이에 대한 대책으로 2022년 말 금융당국과 함께‘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이후 자체적으로 더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놨으나 일선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번 횡령 사건은 지점장,전임 감사 등 책임자가 대출 관련 결재 내용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리급 직원에겐 전결권이 없고 대출 업무는 크로스체크(중복 확인)를 기본으로 한다”면서 “무엇보다 기존 내부통제 혁신방안에 자금 인출 검증 고도화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기에 매뉴얼만 잘 따랐다면 얼마든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A 씨의 단독 범행이 아닌 책임자 공모 개연성도 제기됐다.
우리은행에서 유독 대규모 횡령 범죄가 잇따르는 데 대해선‘기업금융 명가 회복’이라는 그룹 차원의 사업 방향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횡령 등 비위 사건은 기업 대출 분야에서 주로 발생하는데,최근 우리은행이‘2027년 기업 대출 점유율 1위 탈환’을 목표로 지점에 공격적인 영업을 주문하면서 직원 개인의 모럴해저드가 나타날 수 있는 빈틈을 노출했다는 설명이다.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전신인 상업은행 영향으로 기업금융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은데,2022~2023년 타 시중은행에 비해 부진한 기업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며 “이에 지점이 실적 압박을 받아 기업 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어 직원 일탈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당 사건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데는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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