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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달 25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독자위원들은 6월 한 달간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국제 뉴스가 하나도 없는 날도 많고,국제 뉴스 중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안을 다루는 관점도 경제와 군사 두 가지 뿐이다.이 경우에도 직접 관찰이나 심층 분석이 뒷받침되지 못할 때가 많다.6월 4일자‘마초의 나라 멕시코에서 첫 여성 대통령’은 상당히 부적절하다.다른 나라에서 한국 관련 보도를 할 때‘인구 소멸의 나라’로 하면 보기에 어떨까.셰인바움 당선인에 대해선‘유리 천장을 깼다’는 얘기가 전부다.18일자 푸틴이 북한을 방문할 때 나토 사무총장의 핵무기 실전 배치 주장을 크게 실었다.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인데,대표적 매파인 옌스 스톨텐베르그의 말을 별다른 맥락 없이 전달한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24일엔 영국 극우당 대표의 “나토나 EU가 러시아를 도발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실렸다.영국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궤멸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다른 분석도 없이 큰 존재감도 없는 사람의 말을 왜 크게 썼을까.반면,6월 10일 유럽 의회 선거 보도는 6월 11일자 기사 하나에‘마크롱이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극우가 약진했다’고 한 게 전부였다.그럴 일인가.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4~7일 계속 모디 총리 3연임 성공 관련 보도가 대부분 경제나 주식 관련이었다.지금 인도는 글로벌사우스의 중심이고 브릭스 참여를 신청한 나라가 40여 개국이다.글로벌 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 외교의 좌표라는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내용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경제 측면에만 기사가 집중됐다.모디 정부가 과반 의석에는 실패했는데,가장 큰 원인은 실업 등 경제 문제였다.그런 상황이 글로벌사우스의 리더십이라던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에 답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다.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기사 관련 형식적으로 우리는 한-아세안,한-아프리카,한-중앙아시아,한-EU 이런 식의‘1+다자’회의를 굉장히 선호한다.일본이 옛날에 많이 하던 행사 중시 방식이다‘1+다자’는 여러 국가와 우리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아젠다 세팅과 사후 과제 이행 등 국가 역량 차원에서 버거운 일이라는 점도 언론이 짚어줘야 한다.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6월 23일자 4면‘우크라 무기 지원 여러 옵션,러시아 차차 알면 흥미진진할 것’기사는 “무기 지원은 여러 옵션이 있고 살상이나 비살상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분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이게 기사 제목이었다.북·러 조약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어쨌든 무수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전쟁이 게임도 아니고 러시아나 우리에게도 중대한 문제다.단순히 흥미진진할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 그렇게 표현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본다.이같은 경솔한 발언의 사려 부족에 대한 비판도 기사에 포함돼야 했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150억 배럴 매장 가능성과 관련된 19일자‘해외 기업 참여 때 현행법상 채굴량의 80% 이상을 내줘야 한다’는 기사가 흥미로웠다.독자들 입장에선 원통하고 억울한 감정이 들었을 거 같다.하지만 원유 산업은 한 번 뚫을 때마다 1000억씩 들여 1조원 어치를 뚫으면 3조짜리 유전이 발견될까 말까 한 도박에 가까운 산업이다.6월 20일자 젠슨 황 기사는‘성공했다‘엄청 잘 나간다’는 식의 단순한 메시지가 전부였다.엔비디아는‘스마트 그린’이라는 GPU를 수조 원 들여 만들어 놓고도 이걸 어디다 쓸 줄 몰라 힘들어하다가 블록체인 채굴과 AI 붐이 터지면서 도약했다.실패와 극복 과정을 더 깊게 다뤘다면 좋았겠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위원장)=까르띠에전 기사가 여러 차례 실렸다.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아닌 사업적 목적이 있는 기업과 함께 하는 행사치고는 기사가 너무 컸다고 본다.6월 6일자 2024년 미래사회 연구 포럼에서 인구 감소를 받아들이고 축소 경제 시대에 맞춰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 좋았다.출산율이 아무리 높아져 봐야 지금 0.6인데 그게 1.2까지 가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적어도 10년,20년 걸리는 일이라서 앞으로 30~40년은 생산력이 줄어드는 게 예정돼 있다.그런 사회에 어떻게 적응할 거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좋았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6월 1일 북한발 오물풍선 관련 보도가 시작됐다.22일 현재 약 40건의 관련 기사가 나왔다.정부와 군의 대응,국민의 불안,
kbo 팀 마스코트 이름전문가 의견이 종합적으로 잘 다뤄졌다.정부의 강 대 강 대응에 대해 중앙일보의 우려를 표명하고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해 정부의 긴장 관리 대책을 촉구한 점이 주목된다.다만,
kbo 팀 마스코트 이름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일까.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택한 이유가 뭘까 등에 대한 심층적 접근은 아쉬웠다.앞서 5월 29일자 12면‘윤 대통령,채 상병 사건 이첩 당일 국방장관과 세 차례 통화’기사가 조그맣게 실렸다.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 이슈가 본격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임을 알리는 중요한 기사였다.6월 채 상병이 언급된 기사는 30여 개 정도지만 이슈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보도는 없었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6월에도 빅테크 뉴스가 많았다.특히 바다 건너 애플(WWDC: 연례세계개발자회의 관련)과 엔비디아 소식은 세상 변화의 최전선 이야기라 더욱 관심 있게 읽었다.두 회사 모두 삼성전자의 라이벌이다 보니,여전히 기사 말미 또는 서브 기사에‘삼성 위기’프레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애플의 행보는 스마트폰 디바이스 영역을 넘어 큰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삼성과의 대비가 항상 필요한 것인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동해 석유·가스 시추’를 대통령이 국정 현안 브리핑이라는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 맞는 지와 발표 시기·방법 등을 비판적으로 보도하지 못한 게 특히 아쉬웠다.그리고 액트지오 오너의 방한 기사(6일자 14면)와 인터뷰 기사(12일자 14면) 등으로 해명에 무게를 뒀고 그 내용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또한 14일자 B2면은 국가별 면적이나 지질학적 특성,매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시추공 숫자만 비교해 한국의 시추 노력이 정치에 가로 막힌다고 보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17일자 세제 개편 보도 관련해서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방송에 나와 세제 개편의 구체적 내용까지 불쑥 제시한 뒤 8시간 만에 대통령실이 그게 여러 안 중 하나라고 한 일련의 과정이 매우 신중치 못했지만 비판이 없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6월 24일자 6면‘고령 택시기사 딜레마’는 고령 택시기사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균형 있게 다루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다만 고령 택시기사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정서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다뤄 아쉬웠다.연령별 교통사고 발생률 등 실증적 자료에 근거해 논거를 제시했어야 한다.교통사고는 여러 연령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고령자가 유발한 사고만 기사화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도 있다.고령 택시기사는 신체적 반응 능력이 다소 둔화할 수는 있지만,오랜 운전 경험과 시내 곳곳의 도로 사정을 꿰고 있다는 강점도 있다.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6월 20일 1,2,3면‘인구 비상사태 선언’기획 기사 관련 일·가정 양립 및 주거 및 양육 세 가지 카테고리로 변경된 정책을 집중 소개하고 주요 내용이 컬러 박스에 시각적으로 잘 정리됐다.다만‘육아휴직 급여 월 최대 150만원→250만원’은 3개월에만 해당하고 그 후 3개월 단위로 줄어든다.그런데 박스 안만 보면 1년 내내 2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6월 18일 1,6면‘최태원 100배의 오류 고법 이혼판결문 정정’등 기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주장한‘100배의 오류’표현이 합리적인지 검토가 필요했다.판결 정정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별세 전후의 지분가치 증가를‘12.5배,355배’에서‘125배,35.5배’로 수정한 것이다.0하나를 빠뜨리고 계산해 생긴 10배 오류라 본다‘최태원 100배 오류 주장,고법은 10배 오류 정정’또는‘0 하나 빼먹은 고법의 이혼판결문 정정’등의 제목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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