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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서울 서초구의 한 실내 공연장에서‘북아현동 가는 길’을 부르고 있다.오동욱 기자
“문득 깨보니 작은 새 / 보이지 않고 차가운 / 겨울밤 날갯짓하던 / 아 너의 목소리 들리지 않으니 / 나 노래할 수밖에…”.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연장에서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북아현동 가는 길’을 불렀다.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합창단‘지보이스’가 부른 북아현동 가는 길은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동료를 기리며 만들어진 노래다.
김 교수는 “지보이스의 가사를 보면 많은 사람이 나온다.그중에는 성 정체성에 대한 혐오로 죽은 자기 합창단 동료에 대한 노래도 있다”며 “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도 그렇고,성 정체성을 이유로 받은 혐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있다‘노래하는 공장 의사의 작은 음악회’다.김 교수가 자신의 직업을 일컬은‘공장 의사’는 산업 현장의 근로 환경이나 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뜻한다.
경향신문이 7일 만난 김 교수는 올해 들어 4번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누가 죽어야만 그제야 깨닫는다”며 “이런 차별과 죽음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음악회를 통해 주변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공유하고,아픔과 고통을 더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다.
그의 시선은 소외된 이들,차별당하는 이들을 향해 있다.지난달 공연에서 김 교수는 성소수자 단체 합창단‘지보이스,탈시설 중증발달장애인들과 장애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모인‘노들노래공장,이주노동자 밴드‘스탑크랙다운’등에서 악보를 받아 편곡을 의뢰했다.김 교수는 “노랫말을 되새기며 이들의 아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음악회를 시작한 것은 종합예술단‘봄날’에서 연대 공연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봄날은 세종호텔노동자,파울리뉴산업재해 유가족,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사회참여합창단이다.그는 “많게는 한 해에 43회 거리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파울리뉴노래하는 사람도,파울리뉴듣는 사람도 위로를 받았다”며 “노래의 힘이 세다고 느꼈다”고 했다.
최근에는 경기 화성에서 일어난 아리셀 화재 참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김 교수는 “복잡다단한‘기형적 하도급 구조’가 만든 모순이 터진 것”이라며 “산업 구조와 고용 형태의 변화에 맞춰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해 작업에 배치되기 전 해당 작업이 노동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발생 가능한 사고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미리 알 수 있어야 하지만 책임이 불분명한 불법 혹은 편법 파견은 이를 점점 어렵게 만든다는 취지다.그는 다음 공연으로 아리셀 화재 참사를 당한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특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 교수는 노동건강정책포럼 대표·중대재해전문가넷의 공동대표로 2019년엔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인 고 김용균 사망 사건 특별조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그는 “직업병 피해자를 만나고 공장에 가면서 좀 더 차별없는 사회,파울리뉴안전한 사회를 바라게 됐고,파울리뉴음악회에도 그런 바람을 담았다”며 “우리 애들도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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