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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 설치 500일 만에 이전
을지로1가‘별들의 집’에 새 둥지
서울시청 앞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의 운영 마지막 날인 16일 오후 2시34분께 마지막 영정이 내려졌다.그동안 유가족들이 분향소에서 영정을 꺼내 안고 침묵시위와 거리행진 등을 이어 왔지만,알바로 모라타영정이 완전히 내려진 건 분향소가 차려진 지난해 2월4일 이후 처음이다.
희생자 159명을 상징하는 오후 1시59분부터 열린 분향소 운영 종료식에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운영위원장은‘분향소 이전’을 공식 선언했다.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울고 웃으면서,열악한 환경에서 힘들 때마다 진상규명을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오늘까지 잘 버텨왔다”면서 눈물을 삼켰다.이어 “지금까지 유가족들을 버티게 해주신 시민분들,알바로 모라타종교계,알바로 모라타정치계 분들께 감사하다”며 큰절을 올렸다.
분향소는 이날 서울광장을 500일 만에 떠나 근처 서울 중구 남대문로9길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별들의 집’으로 옮겨졌다.지난달‘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좀 더 안정된 공간에서 법에 바탕을 둔 특별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진상규명 활동 지원에 집중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이날 희생자의 영정을 품에 안은 유가족들,알바로 모라타그 뒤를 이은 종교인·시민단체·정치인들은 줄지어 서울광장을 한 바퀴 행진한 뒤 새 추모공간으로 향했다.유족들은 길을 걷는 동안 몇 번이고 영정을 돌려 보며 떠난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고,눈이 빨개진 채로 영정을 품에 꼭 끌어안기를 반복했다.
오후 2시50분께 별들의 집에 도착한 유족들은 흰 천에 쌓여 상자에 넣어지는 영정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오열했다.행여 먼지라도 묻었을까 옷깃으로 영정을 닦고 사진에 입을 맞추며 작별을 고하는 이도 있었다.이어 유가족 4명이 기억공간 앞 검은 천을 당기자‘별들의 집’이라는 현판이 드러났다.별들의 집에는 희생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2022년 10월29일 당시 상황을 기록한 타임라인,유가족들의 투쟁 기록 등이 전시됐다.별들의 집은 고인의 사진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유가족들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이날 별들의 집 개소식에서 권은비 기억소통공간 총괄작가는 “희생자들의 슬픈 모습이 아닌 일상 속에서 밝게 웃는 모습을 담고 싶어 유가족분들께 우리 아이의 가장 사랑스러운 사진을 보내 달라고 부탁드렸다”며 “이 공간에서만큼은 유가족들이 마음껏 울고 웃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희생자 이상은씨 아버지 이성환씨는 “녹사평 분향소가 우리에게 통곡과 모욕의 공간이었다면 서울광장 분향소는 위로와 연대,알바로 모라타투쟁의 공간이었다.이곳은 추모와 함께 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싸워나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별들의 집은 오는 11월2일까지 임시 공간으로 운영된다.특별법에 따라 추모사업위원회가 구성되면 이후 추모 기념관 설립 등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개소식에 앞서 서울광장 분향소에서는 지난 15일부터‘시민과 함께하는 마지막 24시간’행사가 열리기도 했다.유가족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보라색 풍선과 간식을 나눠주며 시민들의 연대에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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