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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주도하는 지역안보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들이 한데 모여 미국 중심의 세계 일극 체제를 비판했다.사실상 반(反)서방 연대를 구축한 것으로, 중국은 북·중·러 삼각구도에 갇히는 대신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며 서방에 맞서는 개도국의 맹주 역할을 맡으려는 모양새다.
 
◆SCO에서 커진 반서방 목소리
 
SCO 정상들은 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연례 정상회의를 열고 국제 정세와 회원국 안보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로또 심상화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로또 심상화파키스탄,이란,인도에다 이번에 새로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벨라루스까지 SCO 정회원국은 대부분 서방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각국 정상은 서방의 제재와 고립 전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저항’이라는 단어를 쓰며 회원국 간 단결을 강하게 촉구했다.그는 미국 등 구체적인 국가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서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시 주석은 연설에서 “SCO 회원국들이 간섭과 분열이라는 현실적 도전에 맞서 더욱 단결하고 외부 간섭에 공동으로 저항해야 한다”면서 “냉전적 사고방식이 SCO 회원국들에게는 실질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취동화이(聚同化異·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은 바꾸는 것) 정신으로 난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중국 등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라는 현실적 리스크를 맞아 우리는 발전 권리를 수호해야 한다”는 말을 통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제 다극 세계가 현실이 됐다고 진단하면서 SCO 회원국들의 안보 보장이 SCO 내 최우선 과제의 하나라고 강조했다.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자국이 내놓은 우크라이나전 휴전·평화협상 해법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전 해법과 관련한 별다른 성과는 도출되지 않았다.북한 등 한반도 문제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회의에서는 의장국 카자흐스탄이 제안한‘아스타나 선언’과 2030년까지의 회원국 경제협력 전략 등을 담은 여러 문건이 채택됐다.
 
회원국들은 아스타나 선언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 악화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다수의 민간인 사망과 인도주의적 상황 악화를 야기하는 행위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이 선언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굳건히 유지돼야 한다는 SCO NPT 서명국들의 입장도 담겼다.
 
이번 SCO 정상회의가 끝남에 따라 1년 임기인 SCO 순회의장국 자리는 중국으로 넘어갔다.
 
◆習,중앙아시아 정상들과 우호 강조
 
시 주석은 전날에는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 역점 사업을 중심으로 우호 관계를 다졌다.중국 외교부와 관영매체도 이런 소식을 주요하게 다루며 중국과 중앙아시아 밀착을 강조했다.다만 같은 날 개최돼 관심을 모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내용은 간략하게만 소개됐다.
 
시 주석은 서방 진영이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지적해온 전기차·태양광은 물론 전략 자원인 핵심 광물 등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새 협력 영역으로 내세웠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만나 “중국은 우즈베키스탄의 국가 독립·주권·안보 수호를 지지하고,우즈베키스탄이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자 동반자”라며 “양국은 일대일로 협력을 심화하고,태양광·풍력·신에너지차 등 협력을 가속하며,빈곤 감소와 사회 거버넌스 강화 등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은 일대일로 협력을 심화하면서 키르기스스탄의 우수한 농산물을 더 많이 수입할 의향이 있다”며 “중국 기업의 투자·사업을 지지하고 신에너지차·국경 간 전자상거래 영역 협력을 강화하며 양국 철도 프로젝트 건설을 가속할 것”이라고 했다.또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양국은 고품질 일대일로 공동 건설을 추진하면서 무역·투자·석유·가스·태양광 등 영역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며 “카스피해 국제운수회랑 건설로 중국∼유럽 정기열차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시 주석과 만난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아제르바이잔 정상은 모두‘하나의 중국’원칙과 중국의 대만 통일을 지지하고,국제 무대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시 주석은 같은 날 이번 SCO 정상회의 의장국인 카자흐스탄의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오랜 친분을 과시해온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났다.특히 중·러 정상이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에 이어 한 달 반 만에 재회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사실상의 군사 동맹으로 관계를 격상한 최근 행보와 맞물려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중·러 회담 결과 보도자료 분량은 736자(중국어 기준)로 시 주석이 국빈 방문을 한 카자흐스탄과의 회담 결과(2275자)의 3분의 1 가량에 불과했다.중·러 회담 보도자료는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아제르바이잔과의 회담 자료와 비슷한 분량이다.
 
내용 면에서도 시 주석과 토카예프 대통령의 회담에서는 핵심 광물·신에너지 같은 협력 분야를 명시하고 카자흐스탄의 브릭스(BRICS) 가입 지지 등 새로운 입장이 표명됐지만 중·러 회담 보도자료는 대체로 양국이 그간 회담에서 거론해온 발언으로 채워졌다.외교부는 관심을 모았던 국제·지역 문제의 경우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위기 등 지역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만 소개했고 북한과 한반도 문제는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거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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