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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일수 채운 올해 6월…"노인들 위한 쉴 곳 없어"
"카페도 돈 있는 사람들이야 가지 돈 없는 사람들은 그것도 못 해.그늘만 찾아다니는 거지 뭐."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 급식소 대기 줄에 서 있던 김모씨(77)는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이렇게 말했다.서울 은평구에서 찾아왔다는 그는 "요즘은 해가 늦게 져서 하루가 더 긴 느낌"이라며 "머지않아 더 더워질 텐데 별다른 방도가 없어 걱정이다"고 밝혔다.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며 독거노인들의 여름 나기도 빠르게 시작됐다.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서울 지역 폭염일수는 이달 들어 23일까지 4일이 기록됐다.연간 폭염일수가 35일에 달해 역대급 무더위를 기록한 2018년 6월 1.5일보다 많다.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면 폭염으로 본다.
이날 무료 급식소 앞에는 노인들의 행렬이 길었다.굽이진 골목을 지나 삼일문 내부까지 200m가 넘는 줄이 만들어졌다.따가운 햇볕 탓에 모자를 쓰거나 우산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부채를 부치며 더위를 식히는 노인들도 많았다.
매일 무료 급식소를 찾는다는 정모씨(80)는 "보통 아침 6~7시쯤 나와 오후 3~4시쯤 귀가한다"며 "급식소 앞에서는 기본 1시간 정도 대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최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잠을 설치는 날도 늘었다.그는 "집에서는 선풍기로 버틴다"며 "너무 더우면 찬물을 끼얹으면서 열을 달랜다"고 밝혔다.
부채로 얼굴을 부치고 있던 안모씨(70)는 "혼자 살다 보니 무료 급식소를 다니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며 "너무 더우면 집 근처 공원에 나와 시간을 보내다 들어간다.아무래도 실내보단 실외가 좀 더 시원하다"고 말했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은 하루 270~300명 정도다.오전 11시30분부터 2시간 정도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
강소윤 원각사 무료 급식소 총무는 "어르신들이 더운 여름을 힘들어하셔서 볕을 피할 수 있도록 우산을 400개 정도 나눠드렸다"며 "날이 더 더워지면 콩국수,실시간 하키수박 등 시원한 계절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료 급식소 인근 서울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내에는 계단 등에 앉아 노인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출구 앞 계단에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역사 내부에 앉아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이들도 보였다.
종로3가역 내부 계단에 앉아있던 홍모씨(86)는 무료 급식소가 있는 지역과 배식 시작 시각을 표로 기록한 쪽지를 기자에게 내밀었다.손수 표를 제작했다는 그는 매일 여러 지역을 다니며 무료 급식소를 이용한다.
홍씨는 "생각보다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공원은 너무 더워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나면 실내인 지하철역을 자주 찾는다"고 밝혔다.이어 "공원이나 벤치 수도 많지 않아 걸어 다니면 쉴 곳이 마땅치 않다"며 "노인 수가 많아 노인정에 가도 자리가 없다.노인들을 위한 쉴 곳이 좀 더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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