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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경제 균형발전 통한 가능성 키워야
의료 등 도시 인프라 부족이 숙제…포항 신도시 이뤄질까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포스텍 등 국내 최대 수준의 R&D 기반을 갖춘 '포항 지곡밸리'.포항시 제공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포스텍 등 국내 최대 수준의 R&D 기반을 갖춘 '포항 지곡밸리'.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이 '100만 기업 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철강 산업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포항이 2차전지와 수소,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하고 제2의 대도약에 나선 것이다.

◆'철의 도시 포항'의 탄생

과거 포항은 면 단위의 조그만 동네였다.1914년 영일군 포항면으로 시작해 1931년 포항읍으로,1949년에는 포항부로 불렸다.1949년 포항시로 승격했지만 여전히 청어잡이가 성행하던 조그만 어촌을 벗어나지 못했다.

포항시사에 따르면 1960년까지 포항지역의 전체 공장 수는 72개에 불과했다.대부분 어선 수리나 통조림 가공 등 영세공장이었으며 이 곳에서 일하는 종업원 수도 603명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1973년 6월을 기점으로 포항은 첫번째 변화를 맞게 됐다.누구나 무모하다고 비웃었던,대한민국의 첫 쇳물이 쏟아지던 날이다.

포항제철소(현 포스코)의 가동은 인구 5만의 가난한 어촌 동네를 세계 제일의 철강산업도시로 변모시켰다.당시 포항제철소 건립을 추진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포항제철소의 신화를 '영일만의 기적'이라 불렀다.철강으로 나라를 이끄는 '제철보국'의 과제를 포항에 선사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포항의 발전을 이끌었던 철강산업은 산업 다변화와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서서히 침체기를 겪게 됐다.

한국은행의 실물경제지표를 보면 최근 포항철강산업단지의 생산량은 2014년 17조590억원에서 2015년 13조7천680억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아울러 포항제철 설립 이후 매해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던 포항시 인구 역시 1990년대부터 서서히 둔화되기 시작했으며,2015년 52만4천634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50만명 선이 무너지는 상황을 보이기도 했다.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2차전지 선도기업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포항시 제공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2차전지 선도기업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포항시 제공


◆철강에서 2차전지·수소·바이오산업으로

수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도 포항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 산업이 여전히 핵심 축을 이루는 가운데 최근 들어 신재생 에너지,상암 월드컵 경기장 맛집첨단 소재,물류 등 새로운 산업 분야로의 진출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포항이 포스트 철강으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바로 2차전지이다.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 등 앵커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며 지난해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됐다.과거 포항제철소 설립으로 기치를 높였던 '제철보국'의 역사를 2차전지 중심의 '전지보국'으로 이어나가는 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수소에너지,바이오산업 등이 태동하며 포항시의 투자 유치액은 최근 7년 사이 15조1천961억원을 달성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차전지 등 화학공업제품의 수출액은 2016년 1억5천100만달러에서 2023년(10월 기준) 41억4천200만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철강산업의 뒤를 바짝 쫓는 상황이다.

경북 동해안의 관문인 영일만항과 연계한 교통 인프라 개선 역시 포항 발전을 위한 초석 중 하나로 손꼽힌다.사진은 영일만대교 조감도.포항시 제공
경북 동해안의 관문인 영일만항과 연계한 교통 인프라 개선 역시 포항 발전을 위한 초석 중 하나로 손꼽힌다.사진은 영일만대교 조감도.포항시 제공


◆도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

꾸준한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 있지만,아직 포항의 성장에는 걸림돌이 많다.인구 약 50만명의 중소도시 수준을 벗어나기 위해 의료와 교육 등 정주 인프라를 개선해야 하지만,정부 지원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포항제철로 인해 쌓아올린 도시 기반시설은 어느덧 노후화를 맞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곳이 미국 피츠버그시와 일본 토요타시이다.

두 곳 모두 1980년대 중공업 침체로 한 차례 위기 겪었으나 도시 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산업 구조 다각화 및 신산업 육성을 통해 육성시킨 경제발전도 대단하지만,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료,교육 등 도시 인프라 현대화와 문화·관광 자원 개발 분야이다.

기업과 지자체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교육·복지·환경 전반에 걸쳐 균형 잡힌 도시 발전 전략을 추진한 덕이다.

무엇보다 일본 토요타시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혁신,상암 월드컵 경기장 맛집인프라 구축,주거환경 개선 등을 통해 현 일본 경제를 상징하는 대도시로 발전했다.

1959년 기존 코로모란 도시 이름을 아예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로 변경한 것은 본사까지 지역에 두며 지역과 공생하려는 기업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현재 지역에서 쌓아올린 성장 기반을 뒷전에 두고,수도권으로만 거점을 옮기는 국내 기업들의 사례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현재 경북도와 포항시가 역점 추진 중인 포스텍(옛 포항공과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은 단연 '100만 도시 포항'을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이다.포항시 제공
현재 경북도와 포항시가 역점 추진 중인 포스텍(옛 포항공과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은 단연 '100만 도시 포항'을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이다.포항시 제공


◆도시 인프라 개선은 여전한 숙제

산업 다변화에 기반한 성장세 회복으로 최근 포항시는 중소도시를 넘어 '100만 도시'로의 성장을 넘보고 있다.2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최근 동해안 석유·가스 자원 개발 소식까지 알려지며 포항은 유례없는 희망으로 부풀고 있다.

다만,아직 소도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주거환경 등 도시 인프라 개선이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 문제는 포항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이다.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의료 등 도시 인프라의 낙후는 포항이 지금 이상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열악한 지방의료 현실을 개선하고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포항시는 정부에 '포스텍 의과 대학'의 정원 배정 및 설립 인가를 요청했으나,내년도 의대 증원에서는 제외됐다.

앞서 의대 설립을 위해 경북도와 포항시는 동해안 지역민 3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포스텍 의대 설립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정부에 건의했다.2026학년도 의대 정원 150명 배정을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지난 5월 말 요청했다.

포항을 지역구로 둔 김정재 국회의원도 향후 의대 정원 배정 이후를 대비해 교육에 빠르게 돌입할 수 있도록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긴 일명 '포스텍 의대 신설법'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이처럼 포스텍 의대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인구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전무한 경북은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1.4명에 불과해 전국 평균 2.2명보다 한참 낮다.또한 치료가능 사망률 등 각종 의료지표들도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인 포스텍의 공학적 역량과 융합한 연구 중심 의대가 설립될 경우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천600조원에 달하는 바이오헬스 시장에서 포항이 '의사과학자 양성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획기적인 전기도 마련할 수 있다.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개발 사업 초읽기

최근 포항이라는 도시를 둘러싼 최대 이슈는 단연 석유와 천연가스이다.

정부의 탐사 시추 등 과정을 신중하고 살펴보고 매장량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겠지만,이 과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가적 요소도 적지 않다.

관문인 영일만항의 개발과 해양 탐사 관련 산업 육성,상암 월드컵 경기장 맛집에너지 관련 R&D 기반 구축 등으로 이 기회에 해양 전진기지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 포항시의 복안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견인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핵심 현안사업들이 적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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