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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 전 의원,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입법 로비 의혹 기소
후원금 고리로 한 입법 청탁 문제 반복에도 '솜방망이 처벌' 반복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이 '입법 로비 창구'로 악용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검찰은 최근 윤관석 전 의원을 입법 청탁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윤 전 의원은 욕실 자재 제조업체 대표의 청탁을 받고 관련법 개정안 통과에 영향을 미친 의혹을 받는다. 그 대가가 금품과 정치후원금 수수라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윤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입법 청탁 의혹도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입법 청탁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여야 의원들을 향한 전방위적인 로비가 사회를 뒤흔든 적도 있다.'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이 대표적이다.청목회는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에게 3억여원 상당의 금품과 후원금을 건넸다.그러나 이들은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등 가벼운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입법 청탁 사건의 경우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하는 등 혐의 입증이 까다롭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윤 전 의원에게)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하겠다"는 검찰 측의 입장이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이유다.
'입법 청탁' 수도법 개정안 일사천리로.공동 발의자는?
윤관석 전 의원이 입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수한 금액은 2270만원 상당이다.욕실 자재 제조업체 대표 송아무개씨에게서 절수설비 관련 법 개정안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들어준 대가다.검찰은 이와 관련해 2017년 6월~2023년 3월 후원금 650만원,2024 프로야구 시범경기골프장 이용료 770만원 등을 송씨에게서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를 윤 전 의원에게 적용했다.윤 전 의원은 송씨에게 다른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후원금 850만원을 내도록 한 혐의(제3자뇌물죄)도 받는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가 6월27일 밝힌 윤 전 의원의 공소사실이다.
논란의 중심에 등장한 법안은 수도법 개정안이다.절수설비를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 제조·수입하려는 자는 해당 절수설비에 절수등급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송옥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윤 전 의원을 비롯해 남인순·신현영·양정숙·이성만·이수진·이원택·정청래·최인호 등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개정안은 2021년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개정안이 발의(2021년 3월)된 이후 1년도 안 돼 일사천리로 처리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해당 개정안이 윤 전 의원의 입법 로비 의혹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이와 관련해 윤 전 의원에게 '제3자 뇌물죄'도 적용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윤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며 "국회의원으로서 입법권과 관련된 뇌물을 수수한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 전 의원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경우 관련자 진술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문제는 사건 관련자들이 명확한 진술을 하지 않거나 의원의 연루 의혹을 부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녹취록에서 촉발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은 예외이지만,2024 프로야구 시범경기통상 쪼개기 후원금 등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선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나오기 쉽지 않다"며 "관련자들의 진술 신빙성이 혐의 입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현실에선 의원 대신 회계책임자나 사무국장 등 보좌 직원들이 책임을 대신 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의원에게 중형이 선고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도 했다.
청목회 사례서도 의원직 상실 피한 의원들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청목회 사건'도 대표적이다.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는 2003년 5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을 위해 조직된 단체다. 청목회의 숙원사업은 청원경찰들의 복지 향상과 관련한 개정안 통과였다.핵심은 정년 연장 보장 등이다.사건은 청목회가 개정안 통과를 위해 일부 의원에게 입법 로비를 벌이면서 불거졌다.
청목회 사건에서도 관련법 개정안은 빠르게 처리됐다.판결문 등에 따르면,청원경찰과 관련한 관련 개정안은 2005년 3월 발의됐다.의원 22명이 개정안에 서명했다.그러나 이는 관련 부처가 반대하며 진전되지 못했다.이후 청목회는 2008년 9월부터 특별회비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2009년 11월까지 모인 회비만 6억5000만원(이월금 7000만원 포함)이다.
이 가운데 3억830만원이 의원 로비 활동에 사용됐다.방식은 '쪼개기 후원금'이다.현행법상 법인이나 단체 명의의 정치후원금 지원은 금지이기 때문에,가족 등 개인을 동원해 1인당 10만원씩 나눠 입금한 것이다.의원에게 건넨 금액은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에 달했다.개정안은 2009년 4월 발의된 이후 8개월 만에 본회의에서 가결됐다.국회 입법 기능은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반해,입법 과정은 이익단체의 '돈'에 따라 발빠르게 진행된 모습이다.
법원의 판단도 '솜방망이'에 그쳤다.청목회 회장은 2011년 2월 1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같은 혐의로 기소된 청목회 간부 2명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2심에 이어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이들의 형은 확정됐다.권경석·조진형·유정현(한나라당),최규식·강기정(민주당),이명수(자유선진당) 등 의원 6명 역시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판단을 받으면서 중형을 피했다.
유사한 문제는 이후에도 되풀이됐다. 김병일 전 한전KDN 대표가 전순옥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낸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사례다.21대 국회에선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쪼개기 후원금 문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공수처는 현재 태 전 의원의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반복된 문제는 관련법의 재논의 필요성에 방아쇠를 당겼다. 현재 제도는 '오세훈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계기로 등장했다.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깨끗한 정치를 내세웠다.당시 정치인들은 기업·재력가에게 정치자금을 의존했다.이를 개인들의 소액후원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 오 시장의 안이었다.▲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의 인적사항 공개 ▲10만원 이하 익명 기부 가능 ▲세액 공제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마련된 배경이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다.개인의 소액후원,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로비 창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형식적으로만 보면 '뒷돈'은 아니다.공식 계좌로 들어온 후원금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청목회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이는 로비의 창구로 활용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의견도 거론됐다.선거관리위원회는 2021년 5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에 '정치자금 상시 공개'를 담았다.중앙당과 그 후원회,시·도당,후원회를 둔 국회의원 등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을 매월 인터넷에 공개한다는 것이 골자다.이는 정치자금의 상시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밖에 선관위는 2016년 8월 정치자금 실시간 공개를 포함해 '정치자금법 위반행위 자수자 보호 방안'의 개정의견을 냈다.불법 정치자금 제공자가 자수하면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범죄 신고자에 준해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자수자에게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이후 이러한 면책 규정은 마련됐으나,국회의원 후원회 등의 정치자금 상시 공개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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