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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성현 산림청장 "산사태 예측 어려워져…6부처 협력 강화"
"산사태 대피 1시간 추가 확보…한국 산림재난 대응,세계적 수준 인정받아"
앞으로 9년.지구의 존폐가 걸린 심판의 시간이다.지난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기후위기 골든타임'이 10년 남았다고 밝힌 지 벌써 1년이 지났다.지구는 인류에 경고하듯 폭염·가뭄·폭우 등 점차 더 높은 강도와 빈도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다가오는 장마철,집중호우는 더 이상 위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7월 충북 청주 미호강의 임시제방이 붕괴되고,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오송 지하차도가 잠겨 14명이 목숨을 잃었던 참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경북 예천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사태로 주민 12명의 생명을 앗아갔다.최근에는 경주국립공원 토함산 24곳에 산사태가 발생해 국보인 석굴암도 '시한폭탄'을 안은 채 2년째 방치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상기후 심화로 재난 일상화·대형화될 것
이미 장마권에 접어든 올해도 집중호우와 극한호우가 우려된다.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지난해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또다시 대형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정부와 지자체의 대비책 마련이 기후위기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오송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감사원은 침수 위험이 있는 전국 182개 지하차도를 조사한 결과,132곳에 차단시설이 없었고 159곳은 진입통제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대규모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곳은 복구 작업이 오래 걸려 장마철 전에 완료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문제는 이상기후 심화로 인해 향후 재난은 빠르게 일상화·대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산사태의 경우 극한호우 횟수가 급증하면서 인명피해 위험도 커지고 있다.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산사태 발생 규모를 예측했을 때 2030년대에는 현재의 약 2배,2090년에는 2.3~2.8배 증가할 전망이다.국내 연평균 강수량도 1990년대 이전에는 1225mm에 머무르다 1990~20년 1316mm,2021~23년에 1380mm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산사태 피해 규모에 대한 예측도 더 어려워졌다.2020년 역대 최장 기간인 54일간 장마가 이어지는가 하면,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표지난해에는 남부지방 장마철의 강수량이 관측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지난해 산사태 피해 중 약 73%(459ha 중 335ha)가 경북과 충북 지역에 집중되기도 했다.이같이 산사태 피해 규모는 국지성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지역별 편차가 크지만,최근 전국 어디든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전환될 만큼 폭우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구가 보낸 경고에 따라 재난 방지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산림청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이상기후가 우리나라 산에 가져올 영향은 과연 무엇일까.시사저널은 남성현 산림청장을 만나 이번 여름에 대한 대책과 기후위기를 맞닥뜨린 숲의 미래를 물었다.다음은 남 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산사태 정보 시스템으로 예측 강화에 총력"
40여 년간 신림청에서 근무하면서 숲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을 듯하다.현재 우리나라 산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
"산림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63%를 차지한다.그야말로 최대 육상 생태계지만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림재난(산불·산사태·산림병해충) 피해가 커지고 있다.산사태 피해 지역은 그야말로 전쟁터다.극한호우가 심화되면서 산의 일곱~여덟 방면에서 한꺼번에 토사물이 내려와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는데,저도 40년간 근무하면서 이 정도 (재난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극한호우 영향으로 산사태 피해가 전년 대비 약 2배 늘어난 2410건(459ha) 발생했다.현재 복구율은 어느 정도인가.호우가 시작되기 전에 작업이 완료될 수 있을까.
"(6월23일 기준) 92% 복구됐다.대다수 산사태 복구 사업장은 7월초까지 완료될 전망이다.전년 대비 복구 사업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봄철에 비가 자주 와서 당초 계획보다 일부 지연된 사업도 있었지만,모든 사업장이 (장마 전) 완료될 예정이다."
복구가 지연된 지역에 대한 대비책은.
"6월말까지 완료되지 않은 사업장은 장마 시작 전에 사방댐처럼 주요 공종을 우선 완료할 계획이다.또 장마 기간에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방수포를 살포하거나 현장 감독자 점검을 강화해 관리할 것이다."
산사태 피해 지역은 복구해도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재발 확률은 안 높아진다.복구 지역에 '사방댐'이라는 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해 토사가 내려오지 않도록 막기 때문이다.이를 통해 계곡 경사를 완화하는 골막이나 토석류 유출을 막을 수 있다.또 비탈에는 하단부에 옹벽 등 구조물을 설치해 안전성을 확보한 후 소단을 끊어 풀씨 뿌리기 혹은 나무 심기를 통해 녹화도 한다."
복구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산사태 피해 지역이 개인 땅일 경우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복구할 수 없다.그래서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산림청이 지자체와 협업해 동의를 안 받아도 복구 작업을 먼저 한 후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여름 산사태 피해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제가 산림청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예측이 정말 어려워졌다.지구촌 전체가 그렇다.특히 지역적 편차도 너무 크다.산사태 예방 시스템을 강화해도 시간당 30mm 이상 비가 내리고,하루 동안 계속 내리는 비가 100mm를 넘는 극한호우가 오면 (피해)예측이 어렵다.현재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강우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다."
예측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있는가.
"산림청은 '산사태 정보 시스템'을 강화해 예측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예측시간을 48시간 전까지로 넓히고,범위도 '읍·면·동'에서 '리'까지로 정밀화했다.또 산악기상관측망도 확대해 평지기상과 차이가 큰 산악기상 자료를 수집하는 기술도 높이는 중이다.아울러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산사태 취약 지역을 작년 2만9000여 개소에서 3만4000개소까지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산지 외 피해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기존과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우선 주민 대피시간을 1시간 더 확보하기 위해 산사태 예측정보에 '예비경보'를 추가했다.(기존엔) 토양함수지수가 80%면 주의보,100%면 경보를 발령했는데,그 사이 90%가 되면 예비경보를 추가했다.또 기존 산지 위주의 '산사태 정보 시스템'을 6개 부처의 사면정보까지 통합해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 정보 시스템'으로 개편했다.급경사지(행안부),도로비탈면(국토부),농지(농식품부),국가유산(국가유산청),태양광시설(산업부) 등 관리체계로 일원화된 안전조치를 시행한다."
부처 간 협업이 중요해 보이는데,그간 협업 과정에서 충돌한 지점은 무엇이었나.
"각 부처가 소관 법에 의해 따로따로 관리하다 보니 통합 시스템이 부족했다.가령 법적으로 과수원과 도로,절개지 등은 관리하는 부처가 다르다.그러나 법을 통합할 순 없으니 올해부터 (산사태) 정보 시스템을 통합해 범부처 체계로 대응할 계획이다."
장마철 산사태에 대비해 당부할 대피요령 및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집 주변 산사태 대피소를 미리 확인해 둬야 한다.집이 산지와 연접됐다면 배수로를 정비하거나 산비탈에 비닐을 덮어 정비해야 한다.호우가 오면 지하주차장이나 고압전선 주변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산사태 발생 시에는 최대한 빨리 대피소로 피하고,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표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미리 가스나 전기를 차단해야 한다.만약 건물을 벗어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건물 가장 높은 층,산과 먼 공간으로 이동하는 걸 당부드린다."
"동남아·아프리카·남미에 산림 기술 전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했다.해외에서 한국의 삼림·녹화 수준을 어떻게 보는가.
"지난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이어 한-중앙아시아 정상회담에 다녀왔다.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삼림·녹화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그동안 동남아·아프리카·남미에 우리 기술을 전수해 왔다.이번에 가서는 산불 방지·진화 기술도 추가했다.한국은 여러 대형 산불과 대규모 산사태를 겪으면서 산림재난 대응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특히 우리나라처럼 산사태 위험정보를 48시간 전까지 예측하는 나라는 전 세계 3~4개국 정도에 불과하다.이 외에도 국내 뛰어난 ICT 기술을 토대로 내년에는 농림위성을 쏘는데,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매우 높다."
이번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성과를 이루었나.
"6월12일 에를란 느산바예프 카자흐스탄 생태천연자원부 장관과 산림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카자흐스탄은 2022~23년까지 서울시 면적의 약 1.6배 규모(10만ha)의 산불이 발생했다.이에 산림청은 협력 분야를 확대해 산불 예방과 대응,피해지 복원에 동참한다.또 연구기관 간 교류도 강화해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해 종자협력이나 산림위성사진과 판독기술을 높일 방침이다.카자흐스탄과의 인연은 2013년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을 계기로 '아랄해 산림복원 사업'이나 '우호의 숲 조성 사업' 등 협력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산림청은 현재까지 39개국과 양자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이를 통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가.
"산림청은 1987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9개국과 협력 중이다.협력관계를 통해 개도국에는 한국의 산림복원 기술을 공유하고,선진국과는 산림경영·정책을 교류해 왔다.산림협력국은 아시아권 16개국,중남미 12개국,아프리카·중동 6개국,오세아니아 2개국,유럽·북미 3개국이 있다.최근엔 캐나다 대형 산불에 진화 전문인력을 현지 파견하거나 몽골에 산불진화교육 등 재난 협력을 넓히고 있다."
향후 산림청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싶다.숲을 통해 편안해지고,문화자원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이산화탄소를 줄여 자연을 지키면서 '휴양·문화자원·생태계' 3가지를 보존하고 싶다.체계적인 산림정책을 통해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다면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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