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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못 찾아 애타는 유족들퇴원한 남편 “딸에게 전하지 못해”
“딸 소지품 확인도 안 해줘” 울분
“아빠 가는 모습 보여 달라” 오열
시신 훼손돼 사망자 번호로 기록
사망자 23명 중 2명만 신원 확인
부검 통해 사인 파악·DNA 채취
이번 참사의 사망자 대부분은 외국인 근로자다.중국인 17명 외에도 라오스인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오스 국적 사망자의 남편 이모(51)씨는 뇌혈관 수술을 받고 퇴원하자마자 지인으로부터‘공장에 출근한 아내가 연락이 안 된다’는 전화를 받고 충북 괴산에서 급히 차를 몰고 화성중앙병원장례식장으로 향했다.모텔을 운영하는 이씨와 주말부부로 지내던 아내가 그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수술을 잘 받으라’는 내용이었다.머리에 흰색 붕대를 감은 이씨는 “딸에게 아직 아내의 죽음을 전하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뼈대만 남은 아리셀 공장 앞에서도 가족들을 찾는 애타는 유족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이곳에서 일하던 49세 여성 조카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여성 4명은 이날 “어떻게 꺼내.저 안에 있는데 어떻게 들어와 꺼내와”라고 반복하며 소방당국의 출입 통제선 앞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결혼을 앞둔 딸을 잃은 중국 국적의 채모씨도 화재 현장 인근에서 “함백산(장례식장)에도 시신 4구가 있어 우리 딸인가 싶어 목걸이만 보여 달라고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만 댔다”면서 “목걸이 사진이라도 찍어 달라고 했지만 안 찍어 준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망자 중 가장 먼저 신원이 확인된 세 남매의 아버지 김모(52)씨의 유족들도 참사 발생 이튿날인 이날 아침 일찍부터 화성송산장례문화원을 찾았다.김씨는 평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아리셀에서 연구직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시신이 이송되는 모습을 본 김씨의 유가족이 경찰에게 “아이들이 아빠 가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게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오열한 뒤에야 김씨를 만날 수 있었다.
화재 당일인 지난 24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 시흥시에 거주하는 중국인 남성 A씨는 화성송산장례문화원을 찾아 “오늘 근무였던 사촌 누나 2명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시신을 확인할 수 있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참사가 벌어진 아리셀 공장의 다른 건물에서 일하던 A씨의 친형은 화를 면했지만,콤파니사촌 누나 강모(52)씨와 강모(45)씨의 이름은 외국인 사망자 명단에 올랐다.
이날 국과수에서는 화재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DNA를 채취할 예정이다.발견된 사망자 23명 중 2명만 신원이 확인됐고 일부 시신은 육안으로는 성별을 판별하기 어려운 상태다.경찰은 전날 협력업체 등을 통해 화재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의 명단을 확보해 대부분의 사망자 명단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인 5명을 제외한 사망한 외국인 중 가족이 한국에 없는 경우 가족이 있는 본국의 영사를 통해 현지에서 DNA를 채취해 전달받아야 해 정확한 신원이나 시신이 유족에게 인계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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