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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데어라이엔의 EPP,1위 안정권에 안도…친EU 중도세력에 손짓
2019년 인준투표 '9표차' 턱걸이 통과…伊멜로니의 행보도 관심
[EU 집행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제10대 유럽의회를 구성할 의원 720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유럽연합(EU) 정계 재편 작업이 본격화된다.
10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따르면 주요 정치그룹(교섭단체) 대표들은 선거가 끝난 지 이틀만인 11일 첫 회동을 할 예정이다.
새로운 유럽의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정치그룹 간 수싸움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유럽의회는 국적이 아닌 정치성향·이념이 맞는 각국 정당간 정치그룹을 형성해 활동하는 독특한 체제다.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치그룹마다 전략적으로 새로운 정당을 영입하면서 참여 정당이 일부 변동되기도 한다.
최소 7개 회원국에서 의원 23명이 모이면 새로 정치그룹을 결성할 수도 있다.현재 7개인 정치그룹과 다른 새로운 그룹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각 정치그룹은 물밑 협상을 벌여 제10대 의회가 개원하기 전인 내달 15일까지 소속 정당과 의원 명부를 등록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모든 정치그룹이 과반(361석)에 한참 못 미친 만큼 정치그룹 간 '대연정'을 구성하는 작업도 병행된다.
일단 협상의 주도권은 잠정 예측 결과 185석으로 1위가 유력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중도우파 정치그룹 유럽국민당(EPP)이 쥐고 있다.
EPP의 최우선 과제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EU 정상회의에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된다는 전제하에,이후 유럽의회 인준 투표 가결에 필요한 과반 찬성표를 확보하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날 예측 결과 발표 직후 승리를 자축하면서 지난 5년간 협력해온 제2·3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137석 예측)과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79석 예측)과 '친EU 대연정'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시사했다.
선거 전 예상과 달리 EPP가 안정적으로 1위 자리를 지킨 데다 제2·3당을 합하면 절반을 훌쩍 넘는 4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처음부터 강경우파,극우와 손을 잡았다가 향후 5년간 입법 추진 과정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같은 대연정 전략의 이유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S&D와 자유당그룹이 EPP의 제안에 응하더라도 인준 투표 가결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건 EPP로선 고민거리다.
2019년에도 EPP는 폰데어라이엔의 집행위원장 후보 확정 뒤 S&D와 자유당그룹,여기에 기후공약을 앞세운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까지 더해 480여석에 달하는 대연정을 구축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가결정족수(374표)보다 겨우 9표 많은 찬성 383표를 얻어 인준 투표를 턱걸이로 통과했다.
인준투표가 무기명 방식이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EPP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이번 선거에서 '킹메이커'로 부상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강경 우파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 일원인 멜로니 총리의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은 약 28.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유럽의회에서 최소 2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EPP로선 멜로니 총리 정당의 지지를 확보하면 일종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
햐지만 S&D,쇼트트랙 월드컵 2차 계주자유당그룹은 EPP가 녹색당 대신 ECR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연임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EPP는 양자택일해야 하는 처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0일 독일을 방문해 우선 올라프 숄츠 총리를 비롯한 독일 중도좌파 진영 표심잡기에 나섰다.
그는 친정인 기독민주당(CDU)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격동의 시기에 안정과 책임감,쇼트트랙 월드컵 2차 계주연속성이 필요하다"며 S&D·자유당그룹과 대화가 첫 단계라고 말했다.
독일 중도좌파는 조건부 지지를 선언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은 '우익 포퓰리즘,극우주의 세력에 기대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녹색당도 "폰데어라이엔의 민주적 과반 달성을 기꺼이 돕겠다"며 복지와 기후대응·평화·안보 문제를 두고 집행위 구성을 협상하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극우 세력 간 이합집산도 향후 EU 정치지형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멜로니 총리는 프랑스에서 압승한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RN은 유럽의회에서 ECR보다 더 극우로 분류되는 정체성과 민주주의(ID) 대표 정당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의 선전을 계기로 EU 정치권에서 이탈리아의 발언권이 커질 절호의 기회를 거머쥔 만큼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EPP 소속이었으나 탈퇴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피데스당(FIdesz)이 멜로니의 설득에 ECR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각종 스캔들 여파로 ID에서 제명당하고도 유럽의회에서 최소 1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대안당(AfD)은 이번 선거에서 유럽의회 입성에 성공한 다른 국가 군소 극우 정당을 포섭해 신생 정치그룹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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