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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중고생 학업 성취도
“선생님,이해관계가 무슨 사이인데요?친한 사이인가요?”
광주광역시에서 한우리논술 학원을 운영하는 김영란 원장은 최근 중2 학생들에게‘두 집단의 이해관계를 따져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숙제를 냈다가 이런 질문을 들었다.학생들이 이해(利害)의 뜻을 몰라 단체로 찾아와 질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김 원장은 “학생들이‘마음이 아리다’라는 말을 몰라 뜻을 설명해 주니 그냥‘헐’이라고 표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며 “온라인상에서 감탄사로 짧게 대화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어휘력도 낮고 단어 뜻을 추론하는 능력 등 문해력도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 기초학력 수준이 매년 추락하고 있다.특히 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교육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울 정도”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중고생 대상 수업임에도‘물이 차오르다’라는 뜻을 몰라 “물을 어떻게 (발로) 차올려요?”라고 질문한다든지,“차후 충분한 사례를 할 예정”이라는 말에 대해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는 말인가요?”라고 해석하고‘조짐이 보인다’는 말에 “누굴 조져요?욕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는 등 기초적인 국어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사생대회(寫生大會) 뜻을 몰라 서로‘죽기 살기 대회인가’라고 묻는 황당한 일도 있다”며 “지난 6월 수능 모의고사 국어 문제에‘지향하다‘식별하다’같은 단어가 나왔는데 그 뜻을 몰라서 틀리더라”고 했다.
◇학생들 국어 실력 매년 추락
실제 학생들 국어 실력은 매년 추락하고 있다.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7일‘2023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이 평가는 2017년부터 매년 중3·고2 학생의 약 3%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성적에 따라 1수준(기초 학력 미달),2수준(부분 이해),3수준(보통 학력),4수준(거의 모두 이해)으로 나뉜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국어에서 보통 학력 이상(3·4수준)을 받은 중3 비율은 2017년만 해도 84.9%였다.그러나 2019년(82.9%),2021년(74.4%) 등 매년 떨어지더니 작년 61.2%까지 낮아졌다.고2 비율도 2017년 75.1%에서 작년 52.1%까지 떨어져 이제 2명 중 1명은 보통 학력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기초 학력 미달(1수준)에 해당하는 중3 비율은 2017년 2.6%에서 작년 9.1%로 3배 넘게 늘었다.고2 비율도 5%(2017년)에서 8.6%(작년)로 증가 추세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 글 읽기 능력이 떨어진 것을 넘어 아예 독서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경기 평택의 한 고교 사서 교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점심때면 도서관이 학생들로 붐볐는데,국제 친선경기 일정요즘은 아무리 돈을 들여 도서관을 꾸미고 책을 갖춰 놓아도 찾아오는 이가 없다”며 “독서 활동을 하고 감상문을 써오게 유도하고 있지만 긴 글 쓰는 것을 너무 견디기 어려워한다”고 했다.
◇고2‘수포자’16.6% 역대 최고
학생들 국어 실력 약화는 전반적인 학업 성취 능력 감소로 이어진다.이른바‘수포자(수학 포기 학생)’라 불리는 수학 기초 학력 미달 고2 학생 비율이 작년 16.6%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2017년(9.9%) 보다 크게 늘었다.중2 수학 기초 학력 미달 비율도 작년 13%로 2017년(7.1%)에 비해 증가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국어 교사는 “국어 기초가 안 돼 있으니 문해력이 중요한 수학이나 탐구 영역 등 다른 과목 수업도 이해를 못 해 공부에 손 놓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스마트폰 보급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까지 늘어나며 학생들 글 읽기 능력이 급락하는데,국제 친선경기 일정교육과정이 사회 변화를 못 따라간다”고 했다.
다만 조기 교육 열풍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 영어 수준은 최근 몇 년간 반등하는 추세다.지난해 중3의 영어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은 62.9%로 2022년(55.9%)에 비해 크게 올랐다.조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국어(61.2%)보다 영어에서 보통 학력 이상 점수를 받은 학생이 많아졌다.고2의 영어 보통 학력 이상 비율도 작년 70.4%로 2022년(66.3%)보다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