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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한-베 다문화가족 청소년 초청캠프'
부모 이혼·별거로 베트남으로 돌아간 아이들
"한국에서 헤어디자인·한국어 공부하고 싶다"
경복궁 찾은 청소년들…"한복 너무 예쁘다"
14일 오후 경복궁 경회루 앞에서 만난 다문화가족 김모(15)군의 말이다.한국·베트남 복수국적자인 김군은 베트남에서 어머니,외할머니,야구 연고지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김군은 이날 파란색 두루마리에 검정 갓을 쓰고 경복궁을 찾았다.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구슬땀을 훔쳤으나 얼굴엔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김군은 한국 국적을 선택하고 군대도 가고 싶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김군을 비롯한 베트남 거주 다문화가족 청소년 10명을 한국에 초청했다.이들은 부모의 이혼,사별 등으로 어머니와 함께 베트남으로 돌아간 아이들이다.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한-베 다문화가족 청소년 초청캠프'에서 서울대학교,잡월드,국립과천과학관 등을 방문했다.일정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함께 경복궁을 찾았다.여가부 국외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이날 뉴시스 기자가 만난 김군은 수줍게 자신의 꿈을 '헤어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김군은 "오랫동안 이 일에 관심이 있었고 주변에도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베트남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한국에서 일도 배워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꿈을 위해 한국어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김군은 "시간 날 때마다 혼자 공부해서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한국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한국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아빠가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은 언제나 제 고향이고,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불볕더위에도 김군의 얼굴에선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김군은 "경복궁 풍경이 정말 아름답고 한복도 정말 예쁘다"며 인터뷰를 마친 뒤 친구들에게 뛰어갔다.학생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김군과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경복궁 근정전과 경회루를 돌며 역사 해설을 들었다.여학생들은 분홍색,야구 연고지하늘색 배경에 꽃이 화려하게 수놓아 있는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빨강,파랑 곤룡포에 갓을 쓴 남학생들도 보였다.땡볕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은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거나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기도 했다.이들은 무더위에도 베트남어 전문 해설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 경복궁을 찾은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은 초등학생 1명,중·고등학생 9명으로 총 10명이다.국적으로 보면 한국 국적 7명,한국·베트남 이중국적 3명이다.이들 대부분은 부모의 이혼,별거 등으로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서 살고 있으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여가부는 이 같이 베트남으로 귀환한 결혼이민자와 동반 자녀가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2019년부터 체류,교육,법률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는 베트남 북부의 하이퐁 외무부와 남부 껀터 한-베 돌봄센터와 함께 초청캠프를 진행했다.처음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청소년의 성장과정,장래희망 등을 검토해 참여인원을 선정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베 가족들은 지난해 열린 현지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이번 행사를 두고 "베트남에서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이 자부심을 갖고 보다 넓은 세상과 문화를 접하며 미래 진로를 구체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청소년이 한국,야구 연고지베트남 양국을 잇는 세계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지 지원화 함께 한국 문화 체험 기회 제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