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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의 한 페이지 졸업,프로야구 구단 감독이젠 내일을 고민합니다
폐광 광부 '시원함·섭섭함' 만감 교차
'광부의 노래' 가사 직장생활 회상 울컥
은퇴 이른 나이·자식 걱정 재취업 준비
물류센터·고소작업대 등 일자리 찾아
"한 번 더 열정 쏟을 기회 있었으면…""검은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지난달 30일 국내 최대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88년 산업 역군의 임무'를 마치고 문을 닫았다.광부의 노래 가사처럼 탄광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청춘을 바친 역사의 주역들을 직접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장재규(71)씨는 30년 채굴 생활을 하다 정년퇴직 후 하청으로 들어가 지난해까지 운반 일을 했다.33년 경력의 장 씨는 "반평생 일했던 곳이니 시원하기도 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크다"며 "작년에 퇴직할 때는 마음 속으로 눈물이 막 나려고 했다"고 했다.
1988년 제대 후 입사해서 37년간 장성광업소에서 채탄 일을 해온 이은성(60)씨도 "올해 정년인데 마침 회사가 문을 닫는다.몸 바쳐왔던 회사가 내 손에서 끝난다고 하니 아쉽다"며 "마음이 가벼워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무겁다"고 했다.
35년 경력의 이기범(57)씨는 "원래 제대하고 3년만 일하려고 했는데 지금까지 했다.일한 지 30년째 됐을 때 아들,딸이 파티를 해주더라.그때 마음이 울컥했다"며 "이제 온몸이 아파서 더 이상 일을 못하기 때문에 시원하기도 하지만,한편으로는 먼저 떠나 보낸 동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1993년 장성광업소에 입사해 채탄과 기계정비 일을 30년간 해온 문윤기(57)씨도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크다.말로 다 어떻게 표현이 되겠냐"며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46년 경력의 배도연(69)씨도 정년퇴직 후 촉탁기술자문위원으로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그는 "긴 세월 어떻게 말로 다 표현이 되겠냐"며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하다"고 했다.
30년 이상 광산에서 채탄과 전기 일을 한 김영호(49)씨는 "종업식날 부른 광부의 노래 가사 내용이 직장생활과 비슷해서 울컥했다"며 "정년까지 10년 정도 남았는데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문을 닫게 돼서 많이 서운하다"고 했다.
1991년 장성광업소에 입사한 박충구(58)씨는 "안전감독 일을 해서 순직재해사고를 많이 봤다.그때 떠나보낸 동료들 생각이 나서 안타까웠다"며 "앞으로는 좀 편안하게 쉬고 싶다"고 했다.
1983년 입사해 30년 이상 채탄 일을 한 김두원(61)씨도 "종업식날 순직한 동료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다 시커멓게 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몇 명은 죽고 몇 명은 살고 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38년 경력의 김용덕(57)씨도 "모든 게 주마등 같다.순직한 동료들이 가장 생각이 많이 난다"며 "노동강도에 비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속이 아프지만 뭐라고 말을 잘 못하겠다.만감이 교차한다"며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겠지만,고향인 이 도시가 침체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그는 아들과의 통화에서 "아들,아빠 이제 졸업했어"라는 말을 덧붙였다.
■ "젊은 광부들의 미래는 막막… 당장 내일 무얼 해야할 지"
신종철(47)씨는 채탄 15년,프로야구 구단 감독굴진 3년.도합 18년간 광산 생활을 했지만,아직 50세도 채 되지 않아 일을 더 해야하기에 고민이 많다.신 씨는 "광산이 위험해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했는데,문을 닫으니 당장 내일 아침에 무얼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산재로 아픈 몸을 고치고 나면 옛날에 다니던 물류센터에서 일할 것 같은데,온몸이 아파 일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2004년 장성광업소에 입사해 채탄 일을 해온 김영문(47)씨도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데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한 게 현실"이라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일을 해야하기에 아내는 키즈카페를 운영하고,나는 고소작업대 일을 할 생각이라 관련 자격증을 따 두었지만 고민이 크다"고 했다.
경력 31년의 홍성현(50)씨는 "딱 5년만 벌고 나가려고 했는데 31년이 됐다"며 "애들이 고등학생이다보니 일을 더 해야하는데 광산 일을 오래해서 몸이 많이 아프다.이 나이에 어설프게 뭘 잘못했다 넘어지면 일어나지도 못하니 고민이 많다"고 했다.
채탄 일만 30년 가까이 해온 편재준(55)씨도 "20대 후반부터 광산 일을 해서 팔이 안들어올려질 정도로 몸이 많이 아프다"며 "일을 더 해야하는데 몸도 아프고 지역에 마땅한 일자리도 없어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2007년 장성광업소에 입사해서 채탄,굴진 일을 해온 최인출(53)씨는 "부천에서 노가다하는 친구가 있는데 9개월째 놀고 있다고 하더라.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디 가겠냐.아직 애들이 어리다"며 "광산에서 온갖 청춘과 열정을 다 쏟았는데,한번 더 그런 열정을 쏟을 기회를 주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2001년 장성광업소에 입사한 이종성(50)씨는 "임금이 높은 직장을 찾다보니 탄광에 들어왔다.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대학까지 들어갈 돈이 많은데 퇴직하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며 "이 나이에 어딜 가기도 어렵고 걱정이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화약 관리 일을 해온 임영식씨는 2003년 장성광업소에 입사해 21년간 광산 생활을 했다.임 씨는 "일을 더 해야하니 이 나이에 광산반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며 "아픈 몸을 고치고 나면 다른 광산 쪽으로 직장을 구해서 관리자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까지 장성광업소 안전과장으로 일해온 강현구(48)씨는 "그동안 괜찮았는데 종업식 당일이 되니까 섭섭하고 마음이 이상했다"며 "광산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먹고 살기 위해 일하다보니 지금까지 왔다"며 "애들이 어려서 생활비랑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광산이 문을 닫게 됐으니 걱정이 크다"고 했다.
경력 17년의 김일천(55)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일을 더 해야하는데 아쉽다.이 나이에 취직하는 게 어렵지 않냐"며 "지게차도 특수운전이라고 해서 자격증을 딴다고 되는 게 아니고 경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그래서 고민이다"고 말 했다.
최근까지 기획총괄과에서 17년간 일해온 정인철(45)씨도 "기분이 많이 우울하다.정부 합리화 정책에 의해 정리되지 않았냐"며 "다른 곳으로 이직해서 일을 또 해야겠지만 마음이 많이 무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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