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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흐름과 최근 공개된 통화 기록을 맞춰보면 일종의 패턴이 발견된다.윤 대통령이 움직이면 용산이 일사불란하게 따랐다.그때마다 결정적 장면이 나왔다.
6월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채 상병 특검법’입법 청문회가 열렸다.앞서 공개된 통신 기록 속 전화통화 내용을 설명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앞줄 가운데)의 증언이 주목받았다.©시사IN 신선영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직후(2023년 8월)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강하게 부인했다.당시 이들의 말과 주장을 간추리면,이 수사 외압 의혹의 불씨라고 의심받은 윤석열 대통령의‘격노’는 없었다.대통령실도 관여하지 않았다.외압 의혹은 상관의 명령을 어긴 군 간부(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거짓말로 시작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년여 뒤인 2024년 6월,법원(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 재판)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이들의 통신 기록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통화도,대통령 보고도 없었다던 이들의 주장과 달리 통신 기록에는 전화통화와 문자를 수십 차례 주고받은 사실이 관찰된다.단순히 통화를 했거나 그 횟수가 많았기 때문에‘수사 외압 의혹’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사건 흐름과 통화 기록을 맞춰보면,이들의 통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날이면 어김없이 채 상병 순직사건의 주요 국면이 크게 뒤바뀌었다.그리고 그 출발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
2023년 7월19일 발생한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를 마친 박정훈 대령은 책임자로 당시 해병대 지휘부 8명을 지목했다.2023년 7월28~30일,박 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들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한 뒤 결재를 받았다.7월31일 국회에 채 상병 사망 경위를 보고하고,조사 결과 발표 뒤 경찰에 사건을 이첩해 마무리할 계획이었다.그러나 며칠 뒤,박 대령은‘집단 항명 수괴’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됐다.국방부 검찰단은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이 모두 상관의 명령을 어겼다고(항명) 판단했고,그 우두머리(수괴)로 박정훈 대령을 지목했다.
경찰에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게 박정훈 대령과 해병대 수사단이 받는 혐의의 골자였다.박 대령은 군검찰 수사에서 이렇게 항변했다.“(7월31일) 김계환 사령관이‘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정말 VIP 맞습니까’라고 묻자,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맞다’고 했다(2023년 8월28일 진술서)."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 보고를 마친 박 대령이 경찰에 이첩하려고 하자,김 사령관이‘VIP 격노’를 언급하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취지다.
박정훈 대령이 주장한‘VIP 격노’는‘전언의 전언’이다.그의 군검찰 진술서에 따르면 VIP 격노는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이고,김계환 사령관 역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들은 이야기다.실체가 분명하지 않았다.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이를 근거로 박 대령을‘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그러나 박정훈 대령이‘VIP 격노’에 대해 들은 날인 2023년 7월31일,대통령실과 군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통신 기록과 당시 수사 외압 사건 흐름을 연결하면,
기간별 환율조회그가 들은 전언에 힘이 실린다.〈시사IN〉이 확보한 통신 기록을 보면,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7월31일 오전 11시54분‘02-800’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이 번호는 일반 전화라 사용자는 특정되지 않았지만,대통령실 내선 전화로 알려졌다.
정식 절차 없이 회수된 사건기록
임성근 해병대 전 1사단장(오른쪽)이 6월21일‘채 상병 특검법’입법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이날 임 전 1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왼쪽은 박정훈 대령.©시사IN 박미소 이종섭 전 장관은 이 통화 직후 김계환 사령관에게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지시는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을 통해 이뤄졌는데,이날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과 김계환 사령관 사이 통화 내역이 확인된다(오전 11시57분).같은 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다른 이첩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박 대령은 “유 법무관리관과 통화하면서‘외압’이라고 느껴졌다”라고 주장한다.
〈시사IN〉 취재에 따르면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해병대 고위 간부들로부터 “김계환 사령관에게‘VIP가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다”라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녹취를 확보했다.해병대에 퍼진‘VIP 격노설’은 이종섭 전 장관 또는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서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이종섭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휴대전화로 전달됐다.박 전 군사보좌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이날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통신 기록으로 확인된다.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은 7월31일 이종섭 전 장관,김 사령관과 전화통화를 했다.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윤 대통령이‘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회의에 참석했다.
통신 기록으로 확인되는 주요 국면은 2023년 8월2일이다.박정훈 대령은 이날 오전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를 어기고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다.같은 날 저녁,
기간별 환율조회국방부는 경찰로부터 사건기록을 다시 회수해 왔다.이후 박 대령은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압수수색 영장 등 정식 절차도,전례도 없이 사건기록이 회수된 것은 이번 수사 외압 의혹의 한 축이다.
8월2일 군 수뇌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통신 기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등장한다.박정훈 대령이 경찰에 사건기록을 넘긴 시점은 이날 오전 11시.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오(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했다.오후 1시25분에는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통화했다.임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과 통화 이후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여러 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통화한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8월2일 오후 1시51분 경북경찰청 수사부장과 통화했다.이날 저녁(7시20분께)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에서 사건기록을 회수해 왔다.하루종일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국방부 검찰단의 사건기록 회수를 기점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통신 기록 속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번호는 2023년 8월8일에도 확인된다.국방부 조사본부의 채 상병 순직사건 재검토 착수 전날이다.국방부 조사본부는 재검토 이후 해병대 수사본부의 최초 조사 결과와 달리 혐의자를 두 명만 특정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윤석열 대통령은 8월8일 오전 7시55분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했다.이후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및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했다.이들은 8월2일 이후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가 이날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다.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오른쪽)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이 6월21일 오전‘채 상병 특검법’입법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시사IN 신선영 통신 기록을 보면,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장면(사건기록 회수,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등)에서 항상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번호가 등장한다.윤 대통령의 메시지나 전화가 뜨면,이후 군 수뇌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집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그 직후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한 흐름이 크게 변화했다.대통령실 관계자와 국방부 수뇌부의 관여 여부를 넘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다만 통화 기록은‘정황 증거’다.각 전화통화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그 내용이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수사 외압 의혹의 흐름과 통신 기록은‘의심의 끈’으로 연결될 뿐이다.실제 연락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은 당시 전화통화가 “당시 현안(이종섭 전 장관의 우즈베키스탄 출장,잼버리 등) 관련 통화였다” “수사 외압 의혹과는 관련 없는 업무 전화였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6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통신 기록 내용과 관련한 증언이 나왔다.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개입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드는 말이었다.2023년 8월2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통화 내용에 대한 질문에 “당시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 상병 사망사건 변사사건 기록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증언했다.윤석열 대통령이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한 내용으로 국방부 차관과 직접 통화를 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의‘임성근 전 1사단장 구하기’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대통령실 관여 정황을 증언했다.그는 청문회에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이‘경북경찰청에서 저에게 전화 올 것’이라고 말해줬다”라고 말했다.실제 2023년 8월2일 임 전 비서관은 오후 1시42분 유 법무관리관과 통화했고,그 직후 유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 관계자와 전화를 했다.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청문회에서 “경북청과 통화 내용은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한 내용”이라고 밝혔다.공교롭게도 임 전 비서관도 유 법무관리관과 통화하기 직전인 오후 1시25분에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시사IN〉 취재에 따르면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를 통해‘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당시 국수본 관계자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전 행정관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범철 전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증언은,통신 기록으로 확인되는 대통령실 개입 정황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측면이 있다.특히 신 전 차관의 증언은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으로도 볼 수 있다.윤 대통령이‘직접’기록 회수를 지시했거나 적어도 사전에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왼쪽)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채상병 특검법’을 위한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있다.©시사IN 신선영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대통령실의‘임성근 해병대 전 1사단장 구하기’라는 측면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앞서의 모든 과정이 임 전 1사단장 구명을 위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특히 특정 루트를 통해 대통령실로‘임 전 1사단장 구명 민원’이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JTBC는 6월25일,지난해 5월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추진 계획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를 입수해 보도했다.JTBC 보도에 따르면 이 대화방에서 임성근 전 1사단장과의 골프 모임 등을 계획하는 대화가 오갔다.대화방에는 해병대 출신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 아무개씨와 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 A씨,현직 경찰 B씨,변호사 C씨 등이 있었다.모임을 주도한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 아무개씨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인물이다.법원은 이씨에 대해 “김 여사와 가족 계좌를 직접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깊이 관여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앞서 임성근 전 1사단장은 6월21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 아무개씨를 아느냐”라는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모른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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