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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노무현재단과 자신의 계좌를 살펴봤다고 발언해 한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17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검사와 유 전 이사장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유 전 이사장은 2020년 4월과 7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언급하며 한 장관이 자신의 계좌를 사찰했다고 발언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어느 경로로 확인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일부러 밝히지 않겠지만 노무현재단의 주거래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유 전 이사장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조국 사태 와중에 제가 알릴레오를 진행했을 때 대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며 "관심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그래서 '얘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다.뭔가를 찾자'해서 노무현재단 계좌도 뒤진 것 같고…"라고 발언하는 등 계속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또 검찰의 채널A 사건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020년 7월 24일에는 라디오 방송에서 채널A 사건 연루 의혹을 받던 한 전 장관을 지목하며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2021년 1월 재단을 통해 사과 입장문을 배포했다.
당시 그는 입장문에서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러나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먼저,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한 전 장관은 2021년 3월 유 전 이사장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당시 한 전 장관 측은 "유 이사장이 '한 검사장이 내 뒷조사를 위해 대검 반부패부에서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유시민 관련 계좌추적을 했다'는 취지로 약 1년 반에 걸쳐 악의적 가짜뉴스를 유포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또 한 전 장관 측은 "유 이사장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12월 15일까지 한 검사장의 수차례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런 허위사실을 자신의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2019년 12월),로또복권판매점신청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단독 인터뷰(한 검사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당일인 2020년 7월 24일 오전),시사저널 단독 인터뷰(2020년 8월 11일),노무현재단 특집방송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싶다'(2020년 12월 15일) 등에서 반복 유포했다"며 "그러한 '가짜뉴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한 전파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형사재판 1심 재판부는 2020년 4월 발언에는 유 전 이사장이 자신의 발언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본 반면,로또복권판매점신청7월 발언과 관련해서는 '허위성 인식'이 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2020년 4월 발언에도 충분히 허위성이 있다는 이유로 항소했다.유 전 이사장 측 역시 이 발언들이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표명으로 봐야 하고 만약 사실의 적시라 하더라도 2020년 4월과 7월의 발언에 차이가 없는데 1심 재판부가 허위에 대한 인식을 달리 판단했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 전 이사장의 2020년 4월 발언의 경우 당시 한 장관과 채널A 기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7월 발언에 대해서는 당시 이미 한 장관과 기자 사이에 대화 녹취록이 공개가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유 전 이사장이 한 장관이 자신을 수사하거나 계좌를 사찰하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발언하게 된 시기 및 상황을 고려하면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라며 "검찰과 피고인 측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양측의 항소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1심과 2심에서 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