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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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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모터) 소리가 왕왕왕,레우스그것도 한 대가 아니고 여러 대가 돌아가니깐요.그 속에서 일을 하니까 상대방이 가만가만 얘기하면 아무것도 못 알아들어요 소음 때문에…거기를 27년을 있었어요.”
ㄱ(72)씨는 전화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에도 질문을 몇 번이고 되물었다.26년 8개월.ㄱ씨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한 뒤 양쪽 귀에 감각신경성 난청을 얻었다.상대방이 크게 얘기하지 않으면 대화를 알아듣기가 어렵다‘위이이잉’종일 돌아가는 필터프레스 기계 옆에서 8시간씩,레우스잔업이 있으면 최대 16시간씨 근무하며 기계를 세척했다.27년간 기계 소음에 노출된 뒤‘산재 인정’까지도 고통이었다.근로복지공단은 ㄱ씨의 난청이 직업병이 아니라며 장해급여 지급을 거부했다.장해급여 부지급 결정 이후 약 4년간의 싸움 끝에 ㄱ씨는 지난 4월에야 법원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영민 판사는 ㄱ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공단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지난 5월 확정됐다.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26년 8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었고,그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거나 자연경과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현재의 난청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난청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영풍문고’로 잘 알려진 영풍그룹이 운영하는 아연 제련소로,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4위 규모다.영풍 석포제련소는 중금속 오염수를 배출하고 산성비를 유발하는 등 갖가지 환경 논란을 일으켜 문제가 됐다.2018년 폐수 70t을 낙동강에 불법 방류해 20일 조업정지를 받았고,환경부의 주민건강 조사 결과 제련소 인근 주민의 카드뮴·납 농도가 국민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왔다.중대재해도 이어졌다.2023년 12월9일과 10일 원하청 노동자 4명이 비소에 중독됐고,하청 노동자 한 명은 숨졌다.1997년부터 14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스러졌다.2018년부터 2022년 5년간 산업재해 신청 및 승인 현황 자료를 보면,제련소 노동자의 산재 승인 건은 연평균 5.8명(직영 노동자 1%)꼴로,금속 제련업 평균 재해율(0.71%)을 넘었다.
이곳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이들의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ㄱ씨 주변에는 ㄱ씨처럼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다 병을 얻었지만 아직도 산재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ㄱ씨에 앞서 감각신경성 난청 1심 산재 인정을 받은 배점순(68)씨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배씨는 2008년부터 10년 1개월간 일한 뒤 난청을 얻었다.소음성 난청으로 산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기각 판정을 받았지만 법원은 2023년 4월 배씨의 손을 들어줬다.하지만 공단의 항소로 진행되고 있는 2심은 기약도 없이 1년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배씨는 근무 3년 만인 2011년부터 건강검진결과상 청력이‘비정상’으로 진단을 받았다.회사에서 실시한 특수건강진단상 청력 저하가 확인돼 2014년에는‘기타 명시된 청력소실’진단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공단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작업환경측정결과가 난청 산재 인정의 기준이 되는 85㏈ 이하였다는 이유로 배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장의 소음을 측정한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실제로 원고에게 노출된 소음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배씨쪽 주장을 받아들였다.공단은 1심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에서는 배씨가 가진 당뇨 질환을 이유로 업무 관련성이 아닌 기저질환 때문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배씨는 “귀가 멍할 때까지 일하고 하면서 10년을 일한 건데,그 기계 때문이 아니라고 하니 너무 억울하다”며 “노동부가 오고,레우스측정을 하고 할 때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위험한 것들은 끄고 그랬다.실제로 내가 하루 종일 서서 듣는 것과 잠깐 측정한 것이 같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을 얻은 진현철(72)씨 역시 항소심에서 계속해서 산재 여부를 다투고 있다.진씨는 6년9개월동안 이곳에서 일하다 2018년 급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진씨가 일한 영풍제련소는 “소음·먼지·냄새로 일하기가 너무 힘들었던 곳”이다.진씨는 “냄새가 너무 심해서 일을 못할 때도 있었다”며 “마스크를 낀다고 숨을 안쉬는 건 아니지 않나.그 공기를 내가 다 들이마셨던 것”이라고 말했다.진씨는 1년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매일‘피 주사’를 맞고 “죽다 살아났다”.진씨 역시 공단 산재 심사에서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가 지난해 11월 1심 소송에서 이겼다.하지만 역시 공단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진씨는 “할 수만 있다면 한번 나와 똑같이 일하고,레우스똑같은 병에 걸려보라고 하고 싶다”며 “병 앓은 지만 6년이 넘었다.항소까지 하면서 너무 시간이 길어지니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지난해 12월 급성 아르신가스 중독 중대재해 이후 노동부가 실시한 근로감독에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60여건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 기사☞[단독]‘중대재해·환경오염’석포제련소,산안법 등 64건 위반) 배씨를 대리하고 있는 안혜진 변호사는 “기존에도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인해 악명이 높던 기업이고,열악한 업무 환경에 대해서 널리 알려져있다”며 “공단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1심에서 인정된 배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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