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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무역전쟁 6년,뭘 남겼나 그래픽=이철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초대형 공장의 가동 시점을 잇따라 늦추기로 결정했다.제1 공장은 2024년에서 2025년으로,버팔로 슬롯제2 공장은 2024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했다.인텔도 200억달러(약 27조원)를 들여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의 양산 일정을 2025년에서 2026년 말로 연기했다.공장 가동을 늦추는 이유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로 공장 건설 비용이 치솟고,세계적인 반도체 투자 붐으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최근 기업 파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중국 헝다그룹의 전기차 제조 계열사인 헝다신에너지자동차와 헝다스마트자동차는 중국 지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두 그룹은 당초 2025년까지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목표를 세웠지만 중국 내 전기차 과잉생산으로 지난해 고작 1389대를 파는 데 그쳤다.미국이 높은 관세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면서,버팔로 슬롯중국 기업 간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중국 전기차 업계에선 작년 초부터 최소 8개의 대형 제조업체가 생산 또는 영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두 나라 제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비용 증가로 투자가 지연되거나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에도 美 투자 40% 지연
우선 미국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 첫해 발표한 미국 제조업 투자 프로젝트 10개 중 4개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11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이후 추진한 제조업 프로젝트 중 1억달러(약 1370억원) 이상인 114개,버팔로 슬롯2279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살펴본 결과,이 중 약 40%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지연되거나 무기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금액으로는 총 840억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 미국 제조업을 살리겠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시행했다.두 개의 법으로 총 4000억달러 이상의 세액 공제와 대출 및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래픽=이철원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계획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제조업 육성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23억달러(약 3조1500억원)를 들여 에너지 저장 장치(ESS)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가 착공 두 달 만인 지난 6월 일시 중단했다.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26억달러(약 3조5600억원)를 들여 미시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도 일시 중단됐다.제조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데다가 임금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건설 비용이 급증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과잉생산으로 中 제조업 파산 급증”
중국은 미국에 맞서 세계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했지만,공급 과잉으로 오히려 기업들이 파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제조업인 전기차,버팔로 슬롯태양광 모듈,반도체에서 막대한 보조금과 대출 지원이 공급 과잉을 낳았고 기업들의 사정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예컨대 지난해 중국에서 약 5만2000개의 전기차 관련 기업이 폐업했는데,이는 전년 대비 거의 90% 증가한 것이다.중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 업체들도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장의 가동률이 50~60%대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이철원 
반도체 산업에서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로 1차(1387억위안),2차(2040억위안),버팔로 슬롯3차(3440억위안)에 걸쳐 펀드를 조성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중국 기업 정보 사이트 치차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에서 약 1만1000개의 칩 관련 업체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하루에 약 30곳이 문 닫은 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