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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슈거 소주 잇따라 인기 끌자 하이트진로 맥주 제품 출시
GS25는 스타트업과 협업 제로 막걸리 3종 출시…"2030 타겟""운동을 업으로 삼고 있는지라 '제로슈거(Zero sugar)'라는 개념이 있기 전엔 술을 입에 댈 생각도 잘 하지 않았습니다.지금은 제로슈거 알코올 제품에 감지덕지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기장군에서 헬스장을 운영 중인 40대 A씨가 제로슈거 소주에 대해 이같이 반응했다.그는 대한민국보디빌딩협회가 주관하는 광역시급 지역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몸 관리에 철저한 보디빌더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대다수 보디빌더의 생활은 대회 시즌 전후로 나뉜다.시즌 때는 출전을 위해 고된 운동은 물론 제한된 식단까지 병행,음주는 양심에 따른 금지나 마찬가지였다.그나마 비시즌 때에야 음주를 조금씩 할 수 있었으나,초조함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022년부터 제로슈거 소주가 잇달아 나오면서 음주에 대한 부담은 어느 정도 덜어냈다고 A씨는 전했다.그는 "알코올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것은 매한가지이지만,설탕 없는 게 어디냐"며 요즘엔 주변 선·후배들도 가벼운 안주와 함께 소주를 즐긴다.직업에 제한받는 사람으로선 위안거리가 하나 생긴 셈"이라며 기뻐했다.
제로슈거 소주는 운동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다이어트와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술을 마시더라도 비교적 칼로리가 낮은 제로슈거 제품을 찾는 것이다.
제로슈거 수요가 높아지자 주류 회사들은 최근 기존 제로슈거 소주에 이어 과일맛 소주와 맥주 등 제품군 확장에 나섰다.제로슈거 막걸리도 출시된 상태다.
앞서 주류 시장에서 제로슈거의 첫 시작을 알린 회사는 롯데칠성음료다.2022년 9월 무가당 소주인 '처음처럼 새로'를 선보이면서 줄곧 화제였다.롯데칠성음료가 16여 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 소주이기도 했고,기존 '처음처럼'에 비해 도수를 0.5%로 낮추고 패키지 역시 초록색이 아닌 투명색으로 바꾸는 등 제품명처럼 새로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출시 첫 달에만 29억의 판매를 기록했고,같은 해 10월 27억원,11월과 12월에는 각각 50억원,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지난해에는 연매출 1000억을 넘기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새로'를 '새로'로 공식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다.'새로'가 소주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강화돼 독자 브랜드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이런 인기에 힘입어 올해 4월 중순부터는 새로운 라인업인 '새로 살구'를 출시했다.살구 과즙을 첨가한 제품으로 소주 특유의 쓴맛을 줄이고 상큼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도수 또한 12도로 낮춰 더 가볍고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새로의 영향으로 하이트진로 역시 지난해 1월 자사의 인기 소주 제품인 '진로'를 제로슈거 컨셉으로 전격 변경해 출시했다.기존의 맛과 전통적인 병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타겟으로 삼아 알코올 도수 역시 16도로 낮춰 이전 진로보다 낮은 칼로리를 제공했다.
올해 3월에는 가볍게 마시는 음주문화 확산에 따라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한 '진로 골드'를 시장에 내놓았으며,내달 제로슈거 제품군을 맥주로 확대한 '테라 라이트' 출시를 예고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 라이트 기획 초기부터 다이어트와 저칼로리에만 집중하지 않고,가볍지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맥주를 완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알코올 도수를 기존 테라보다 4.6% 낮춘 4도이며,칼로리도 3분의 1 정도로 낮췄다"고 강조했다.
주류 업계의 제로슈거 열풍은 소주·맥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새로운 제조법을 앞세운 스타트업의 당류 없는 막걸리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최근 스타트업 뉴룩과 손잡고 제로슈거 막걸리 '뉴룩 3종'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해당 제품은 뉴룩 양조장에서 자체 개발한 발효공법으로 제조돼,당류는 물론 제거됐으며 칼로리도 일반 막걸리의 절반 수준인 100g당 23.6㎉로 낮췄다.
종류도 기존의 막걸리와 얼그레이향,레몬향으로 나뉘어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20·30세대,특히 여성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았다.단맛은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로 냈고 도수는 일반 맥주와 버금가는 4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업계는 제로슈거 술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광고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세인 이유에 대해 온라인상 넘쳐나는 정보 때문이라고 했다.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먹방'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던 일부 개인 방송인들이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에서 제로슈거 소주를 마시는 등 다이어트 성공 소식을 전했다"며 "이런 개인 방송의 인기가 소비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