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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사건
경기 의정부시 한아파트에 사는 김여림(7)은 올해 봄부터 좋아하는‘탱탱볼’공놀이를 하지 못했다.아파트 놀이터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노라면 어른들한테 혼이 났다.“계속 놀이터에서 공을 차면 학교에 이르겠다”고 윽박지르거나,온종일 놀이터에서 공놀이를 하는지 안 하는지 팔짱을 끼고 감시하는 어른도 있었다.
급기야 지난 5월27일,smi놀이터에 새빨간‘공놀이 금지’안내문이 나붙었다.경비 아저씨는 “주민들 민원으로 어쩔 수 없다”고 했다.그때까지만 해도 눈치껏 탱탱볼 놀이를 하던 여림과 친구들은 아예 공을 가지고 놀이터로 갈 수 없게 됐다.학교 운동장도 문을 닫는 시간,놀이터 외에 딱히 공터를 찾기도 어려운 빽빽한 아파트 숲 속 동네 아이들은 좀 더 위험해 보이는 아파트 주차장 주변으로 내몰려 뛰놀았다.
놀이터에 붙은‘공놀이 금지’는 여림이 한국 사회에서 어린이로 지내며 마주쳐 온 속상한 일들의 한 단면이었다.2년 전 경기 동두천시의 한 테마 마을을 찾았을 때도 여림은 엄마 품에서 서럽게 울었다.엄마 아빠 손을 잡고 찾은 테마 마을에 들어갈 수 없었다.직원은 “일본풍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곳이라 (파손 위험이 있어) 어린이 입장이 안 된다”고 했다‘노키즈존,smi그러나 매주 수요일‘반려동물 입장’은 가능한 곳이었다.
여림 엄마 구진영(37)씨가 참다못해 나섰다.테마 마을 입장을 거절당했을 때,동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공놀이를 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한번 더 비슷한 일이 생기면 절대 그냥 안 넘어가겠다’고 다짐했던 터였다.놀이터에 안내문이 붙은 다음 날,구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위반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의정부지방법원에도 찾아가‘공놀이 금지 안내문을 없애달라’고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공놀이 금지 안내문 하나에 구씨가 인권위 진정까지 낸 이유는 뭘까.구씨는 “어린이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고 말했다.“해외에선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가 우리나라와 달랐어요.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오페라 극장에 아 이를 데려갔는데,smi어린이 특별 할인에다 1층 제일 좋은 자리를 내어 주는 거예요.주위 관객들도 불편해하기는커녕‘이렇게 어린 애가 오페라를 보러 오다니’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요.” 심지어 옆자리 할아버지는‘이 숙녀의 오페라 첫 관람을 함께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보스턴 미술관에서는 회의 자리에 여림이가 앉아 있어도 뭐라고 하기는커녕 다들 너무 좋아하셨어요.” 여림과 함께 집을 나설 때마다 혹여 민폐를 끼칠까‘맘충 ( 아이 엄마 를 비하하는 혐오 표현 )’소리를 들을까 노심초사했던 한국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때문에 구씨는 멈추지 않기로 했다.지난달 27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인권조사관 파견을 요청하는 진정을 보냈다.유엔아동권리협약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공놀이 금지’사건이 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누군가 호루라기를 계속 불고 있으면 다들 인식하지 않을까요.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