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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둔화세를 보이며 금리 인하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관심은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 쏠린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4%에 도달할 경우 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2.8%를 기록한 뒤 2~3월 3.1%까지 오른 바 있다.이후 4월에 2.9%를 기록하며 2%대로 낮아진 이후 5월(2.7%)에 이어 6월까지 석 달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이날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고환율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부총재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예상했던 것처럼 하향 추세를 보이며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최근 유가상승 등으로 둔화 흐름이 일시 주춤할 수 있겠으나 근원물가 등 기조적 물가의 하향안정세와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둔화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움직임,도박 제한기상여건,도박 제한공공요금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2%)에 수렴해 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물가 둔화세를 바탕으로 '10월 인하론'이 부상하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낮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2024년 물가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소폭 하향 조정한다"며 "물가는 3분기 2.3%,도박 제한4분기 2.1%로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10월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를 향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11일에 열리는 한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일부 비둘기파적(통화정책 완화 선호)인 조정이 정책 성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짐과 동시에 이 총재를 향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어 통화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1일에는 이민영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말 0.5%에서 올 1분기 말 1.52%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고금리 장기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부담 완화를 위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다만 여러 압박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703조2308억원)보다 5조3415억원 늘어난 708조5723억원이다.2021년 7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도박 제한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음을 내기도 했다.
고환율이라는 복병도 있다.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의 경제 전망 설명회에서 홍경식 부원장은 "금통위 금리 결정에 있어 환율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인데 한은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한다면 원·달러 환율 저하 압력을 키울 수 있어 이를 고려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