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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미얀마 국적 노동자 “안전교육 들어본 적 없어”
이주민단체,참사 진상규명·피해자 지원 등 대책 촉구
‘코리안 드림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가’
경기 화성 리튬전지 제조 공장 화재 소식이 전해진 25일 이주노동자들은 애도의 목소리에 더해 이 같은 반응을 쏟아냈다.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이주노동자라는 소식을 들은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다 죽는 게 전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방글라데시 국적 A씨(38)는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하자마자 “방글라데시나 네팔보다 잘산다는 한국에서 사고 한 번으로 23명이나 죽는 게 말이 되냐”고 먼저 말했다.A씨는 2011년 한국에 들어와 부산,경기 의정부시 등의 공장에서 일했다.그는 “사고 소식을 들은 방글라데시 친구들이‘한국에서 오래 일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위험하면 금방 떠나야겠다’고 말했다”며 “다들 자기 일처럼 얘기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번 사건은 20명 이상이 한 번에 죽어서 더 많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죽었다는 소식은 매일 1~2명씩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 죽음들은 주목받지 못하지만 많은 이들이 죽고 있다”고 말했다.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한국에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올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계속 사고로 죽느냐’는 등의 댓글이 보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번 사고가 한국에서 일하며 자신들이 마주한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A씨는 “그동안 공장에서 일할 때 안전 교육,카지노대피 교육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일단 일을 시키고 교육 같은 것은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2년 한국에 온 미얀마 국적 마웅 티엔(38)도 “공장에서 일할 때 교육을 안 받았다”며 “한국말을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은 교육을 해도 못 알아듣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그는 “큰 공장은 길이 엄청 많아서 대피로를 모르면 (사고 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것”이라며 “외국인들은 알아서 미리 대피로를 알아보거나 한국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둔다고 했다.A씨는 “일하던 공장에서 손가락이나 다리가 잘리고 50㎏짜리 부품에 깔리는 사람들을 봐왔다”고 했다.A씨 역시 방진마스크 없이 일하며 분진을 많이 들이마신 탓에 진폐증 수술을 받고 산업재해 신청을 한 상태다.그는 “이번 사고도 안전관리를 잘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죽지 않았을 텐데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전국이주인권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화재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카지노안전대책을 촉구했다.단체는 “이주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는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됐지만 아무런 근본적인 개선책이 없었다”며 “문제가 누적되는 사이에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의 두세 배 비율로 끊임없이 스러져갔고 결국 이번 같은 최악의 대형 참사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