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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희 디셈버앤컴퍼니 CPO
국내 로보 어드바이저(인공지능 투자 자문 서비스) 시장 1위‘핀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디셈버앤컴퍼니(디셈버)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수학 박사 김일희(42)씨다.그냥 수학을 잘해 수학 박사로 불리는 게 아니라,카이스트 수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만타가오리미국에서도 수학으로 가장 유명한 프린스턴대에서 이산수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최근 만난 김 CPO는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수학자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지금 이렇게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다”며 “2013년,회사 창업 초기에 합류했을 때 직원 7명 중 4명이 수학과 출신이어서,회사 분위기도 마치 수학과 연구실 같았다”고 웃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투자 자문에 응하거나 직접 굴려주는(일임) 서비스다.김 CPO는 핀트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AI 엔진‘아이작’개발을 이끌었다.그는 “없는 문제를 만들어 해결하는 게 수학과 AI의 닮은 꼴”이라고 했다.10년 가까이 AI 개발을 해온 김 CPO는 최근 전공을 되살려 수학 유튜버도 겸직하고 있다.그의‘인생 함수’에 어떤 변수가 더해진 것일까?
김 CPO에 따르면 그가 전공한 이산수학은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합친 학문이다.그는 “교수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해놓고 허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생각만 하는 게 수학과 연구였다”며 “한 달 내내 그렇게 생각하다가 답이 나오면 암스트롱이 달에 깃발을 꽂을 때와 같은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문제는 한 달이든 석 달이든 기약 없이 생각만 하는 기간이 너무 괴롭다는 것이다.그는 “문제가 해결돼야 즐거움을 느끼는 나와 달리 어떤 학생들은 성패와 상관없이 그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그들을 보면서 내가 평생 연구를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졸업 후 국내의 한 대기업에 AI 개발자로 취업했다.한국이 그리웠고,대우도 좋아서 택한 회사지만 3개월 만에 나왔다.그는 “스무명 정도 직원이 수기로 입력해 답을 구하던 문제를 자동으로 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만타가오리업무를 잃은 동료들이 오히려 불편해했다”며 “대기업에서 일하는 게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김 CPO는 수학과 출신이란 공통분모로 알게 된 사람들이 창업한 디셈버에 합류했다.그는 “한국에서도 노후를 대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 자산을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며 “프라이빗 뱅킹(PB)에서 이런 투자를 해줄 수 있지만 문턱이 너무 높다”고 했다.로보 어드바이저는 수많은 계좌도 동시에 관리해 PB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핀트는 지난해부터는 연금 저축 서비스를 시작했다.그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관리가 필요하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추구하는 연금 저축 상품 특성상,장기 투자와 손실 방어에 특화된 로보 어드바이저가 어울린다”고 했다.
수학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다.김 CPO는 2022년 7월 수학 유튜브 채널‘일희수학(12Math)’을 시작했다.7개월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했고,올 초에는 20만명이 넘었다.콘텐츠에 돈을 내는 유료 회원까지 생겨나자 유튜브 내용을 담은 책도 최근에 냈다.그는 “사람들이 수학을 재밌다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했다.
12Math 채널에는 근의 공식 없이도 방정식을 푸는 법이나‘확률형 아이템’의 원리를 수학으로 설명하는 동영상 등이 올라왔다.그는 “고등학교까지 한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세계 최상위권인데 대학 이후에는 오히려 반대”라며 “입시 과목으로만 수학을 접하다 보니 사람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못 느끼기 때문에 재미에 방점을 뒀다”고 했다.
김 CPO에게 수학 잘하는 법을 물었다.그는 “내가 머리가 좋다거나 수학적인 기술이 뛰어난 건 아니고,호기심이 좀 강한 편일 뿐이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생각을 이어가면 누구나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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