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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책 A씨 등 4년여간 대출 희망자 모집해‘휴대폰깡’한 혐의
“일반 대출 부결…최신폰 개통해야 자금 줄 수 있다”고 속여
총 2700여명 명의 이용…명의자 대다수 신용불량자로 전락
경찰 “개통된 휴대폰 보이스피싱 등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도”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대출이 필요해 찾아온 고객들에게‘휴대폰을 개통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속여 수십억대 부당이득을 거둔 일당 100여명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이들은‘일반 대출은 불가능하다’며 대출을 받기 위해선 휴대폰 개통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일당은 휴대폰이 개통되면 고가의 휴대폰 단말기는 장물업체에 넘기고,유심은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넘기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불법사금융 조직을 꾸려 대출 희망자들을 모집하고‘휴대폰깡’을 한 혐의(범죄집단조직·가입·활동,사기,전기통신사업법위반,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로 총책,상담원,기사 등 조직원 157명을 검거해 전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휴대폰깡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서는 대출이 곤란한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범죄 수법이다.
총책 A씨(30대·남)는 2019년 11월 경북 구미·대구 지역에 대부업체 50개를 등록하고 상담을 위한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했다.그리고선 자신의 지인이나 인터넷 사이트 구인·구직 광고를 통해 조직원들을 모집하고,행동지침을 정해 수시로 조직원들을 교육시키는 등 범행을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저질렀다.행동지침에는‘가명을 사용하라‘손님 1명당 무조건 2대를 개통하라‘마진을 최대한 많이 남겨라’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온라인 대출 플랫폼 여러 곳에 광고를 올려 대출을 희망한다는 연락이 오면 콜센터 상담원들을 통해 이들의 개인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이동통신사 전산망에서 개통 가능한 휴대전화 대수·금액 등을 확인했다.그런 다음,멜 스펙트럼이들에게‘일반 대출이 부결됐다.휴대폰을 개통하면 이를 매입해 자금을 융통해줄 수 있다’며 휴대폰깡을 제안했다.
이후 A씨 등은 대출 희망자들에게 1대당 130~250만원 상당의 최신 휴대폰 단말기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했다.대출 희망자들은 기종에 따라 40~100만원을 받고 일당에게 단말기를 넘겼다.넘겨진 단말기는 장물업자를 통해 국내외로 반출됐으며 유심은 보이스피싱,도박,리딩방 등 범죄 조직에 유통됐다.
이같은 수법을 활용해 총책 A씨 밑에서 기사와 조회업자로 각각 일하던 B씨·C씨는 새로운 조직을 꾸려 범행하다 적발되기도 했다.총책 B씨는 2020년 11월 대구 북구에,총책 C씨는 2021년 11월 대구 동구에 각자 사무실을 열고 휴대폰깡 업체를 운영했다.이들이 대출 희망자들로부터 취득한 피해금액은 64억여원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의 휴대폰깡 범행에 이용된 명의자는 총 2695명이며,이들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3767대에 이른다.이들 중 63%(1717명)는 제때 할부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범죄수익은 총 59억8300만원 상당이다.경찰은 A씨 등이 취득한 현금,금팔찌,멜 스펙트럼차량 3대,아파트 분양권 등 재산 약 11억2600만원을 몰수보전 조치했으며 48억57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선 추징보전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발생했던‘강남 마약음료 사건’에 이용된‘대포폰’(불법유심) 개통·유통 과정을 추적하던 중 A씨 조직의 단서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휴대폰깡은 다른 범죄에 악용되는 등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실제 A씨 조직을 통해 유통된 불법유심 중 172개가 보이스피싱과 불법 리딩방 등 각종 사기범죄에 이용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궁박한 사정과 할부 중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악용한 범죄”라며 “명의자들은 실제 이동통신사에 갚아야 할 할부금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을 받아가 신용도가 나빠질 수 있고 개통된 휴대폰은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리딩방 등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대출을 신청했는데 휴대폰 개통을 유도한다면 100% 휴대폰깡 범죄라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