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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지그시 눈을 감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건반 위에 손을 올리자 객석은 숨을 죽였다.대담하게 시작한 첫 음과 함께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무대 위로 번져나갔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륵스키가 친구인 러시아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 11개를 음악적으로 옮긴 작품이다.그림을 묘사한 연주인 만큼 그동안 수많은 음악가들이 자신만의 해석으로 이 작품으로 편곡했다.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리사이틀은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2036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임윤찬이 만들어내는 과감한 선율에 한순간 얼어붙은 듯 집중하며 소리에 빠져들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 두 곡을 시작으로 차이콥스키가 계절적 변화를 표현한 '사계',전략 전술 차이무소륵스키의 대표작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 임윤찬은 음악적 서사를 켜켜이 쌓아 올렸다.
'전람회의 그림'은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냈다.경쾌한 발걸음으로 전시장을 걷는 것처럼 묘사한 '산책'(프롬나드)은 음울한 분위기의 제1곡 '난쟁이'와 한 곡처럼 이어졌다.임윤찬은 마치 건반을 뜯어내는듯한 날카로운 리듬과 불규칙하고 저돌적인 선율로 기묘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제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는 유쾌한 리듬에 초점을 둔 원곡과 달리 기괴한 박자와 불협화음으로 채웠다.제7곡 '리모주의 시장'에선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휘몰아치듯 치는 화려한 기교 뚜렷한 강약 조절로 시끌벅적한 시장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제11곡 '키예프의 대문'에선 천재의 음악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작품 속 러시아 교회의 종소리를 경건하게 표현했던 다른 피아니스트와 달리 임윤찬은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타건으로 건반을 사정 없이 두드렸다.
낮은 음부터 높은 음으로 순식간에 미끄러지듯 질주하고,전략 전술 차이페달을 밟지 않은 왼발로는 과감하게 발 구르기를 했다.폭주하듯 강렬하게 끓어오르는 연주에 객석은 미동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돌았다.그야말로 '물아일체'였다.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 연주곡에서도 임윤찬만의 해석이 돋보였다.
멘델스존의 '무언가'에선 가장 대중적인 마장조(Op.19-1)과 대중적이지 않은 라장조(Op.85-4)를 선보였다.화려하거나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었지만 임윤찬은 부드러운 연주로 섬세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관객에게 선사했다.
이어서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사계'에선 객석의 정적을 활용하며 연주를 선보였다.1월 '난롯가'부터 12월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러시아의 열두달은 임윤찬의 해석과 어우러지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3분의 4박자 왈츠풍의 연주곡이 끝나자 객석에선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임윤찬은 커튼콜에서도 관객을 또 한번 매료했다.객석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몇 차례 무대에서 나갔다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한 임윤찬은 피아노 의자에 털썩 앉더니 앙코르곡으로 차이콥스키의 '모멘트 리크'를 연주했다.
계속된 환호성에 임윤찬은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인 뒤 두번째 앙코르곡으로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연주했다.연주 도중 객석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여러 번 울렸지만 그의 집중력은 흐트러짐 없었다.앙코르 연주를 마친 후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비스듬한 자세로 인사했다.
임윤찬의 리사이틀은 오는 12일 대구콘서트하우스,15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전략 전술 차이17일 경기 부천아트센터,19일 광주예술의전당을 거쳐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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