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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황 조선업,더비 카운티 경기이주노동자 3년간 4배 증가.차별과 저임금으로 지탱해온 산업,'위험 신호'

▲ 화성 리튬전지 제조 공장 화재 합동 감식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토안전연구원,더비 카운티 경기고용노동부,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공동취재] ⓒ 연합뉴스
6월 24일,군에 납품하는 리튬 1차전지를 생산하는 화성 아리셀에서 전지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빼앗겼다.한 번의 사고로 23명이 죽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지만,더비 카운티 경기그 중 17명이 이주노동자였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이는 조선소에서도 이미 시작되었고,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이주노동자 중대재해의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2024년은 조선업 중대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1월~5월 사이 벌써 9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노동자 13명이 목숨을 빼앗겼다.이들 중 12명이 하청노동자였고 그 중 2명은 이주노동자였다.
 
▲  2024년 조선소 산재 현황 ⓒ 이김춘택
 
초호황을 맞이한 조선업에 지난 2~3년 동안 이주노동자 고용은 대폭 확대되었다.2021년 3570명이던 조선업 이주노동자는 2022년 6078명,더비 카운티 경기2023년 1만3258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전국금속노동조합,<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2023).특히 한화오션의 경우 2022년 699명에서 2023년 2201명,2024년 3561명으로 5배 넘게 늘어났다.그리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그 결과 지금 한국 조선업은 이주노동자 중대재해 위험에 맞닥뜨려 있다.이번 아리셀 참사와 같은 중대재해가 조선업에서도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업 이주노동자 고용의 급격한 확대는 조선소 직접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하청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저임금 구조를 굳건히 유지하겠다는 재벌대기업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20~30년 일한 숙련 하청노동자가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구조가 현 시기 조선업 인력난의 핵심 원인이란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하청노동자 임금을 대폭 올려 정상화하기보다는 더 낮은 임금을 받는,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인 이주노동자를 노동시장 외부에서 대거 유입하는 방법으로 인력난을 해결하려고 한다.그 결과 하청노동자 저임금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오히려 조선업 호황기에 임금체불까지 발생하고 있다.정주(하청)노동자와 이주(하청)노동자의 '바닥을 향한 경쟁',그것이 조선업 인력난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선택이다.
 
조선소를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 

그렇다면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는 왜 조선소 작업현장의 위험을 높이는가.가장 큰 원인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다.이는 특히 최근 조선업에 늘어난 이주노동자가 대부분 'E7비자'(특정활동비자)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기존에 조선업 이주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E9비자'(비전문취업)의 경우 비자발급 요건에 일정한 한국어 능력(EPS-TOPIC 합격)이 들어있다.

이 경우에도 그 기준이 높지 않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 기초적인 한국어 단어들을 아는 정도였다.그런데 E7비자의 경우 일정한 기술을 갖춘 인력이라는 이유로 E9비자와 같은 한국어 능력 기준이 없다.결국 최근 확대된 조선업 이주노동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E7비자 노동자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채 조선소에 취업하게 된 것이다.*
 
단적으로,이주노동자가 많은 직종 중 하나가 발판(족장)인데,한화오션 한 발판업체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100여 명 일하고 있는데 국적이 무려 20개국에 달한다.그중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도 한 업체 이주노동자 100여 명이 사용하는 언어가 십여 가지에 이를 수 있다.특히 발판 직종은 10여 명으로 구성된 반원들 사이의 협업이 중요한데,각기 다른 10개 언어를 사용하는 이주노동자가 한 팀으로 일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언어 소통 문제가 조선소 작업현장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E7비자는 이름은 특정활동비자라고 하여 일정한 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비자인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송출국에서 인력 모집과 송출을 담당하는 브로커는 속성 직업훈련 과정을 개설하고 사람을 모은다.직업훈련이란 말 그대로 자격증을 따기 위한 속성 과정이다.예를 들어 조선업 핵심 기술력인 용접이라고 하면,더비 카운티 경기용접 경험이 전혀 없는 노동자가,더구나 조선소는 생전에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노동자가 몇 주 동안의 기초 교육으로 용접 자격증을 따면 용접 기능 인력으로 인정받아 E7비자로 한국 조선소에 취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주노동자를 손쉽게 대규모로 구하려고 정부가 기존의 기준을 낮추어서 가능한 일이다.이전에는 용접 자격증에 더해 2~3년의 용접 경력이 있어야 E7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그런데 정부가 용접 경력 전혀 없어도 현지에서 간단한 기량 검증만으로 비자 발급을 가능하게 바꿔버렸다.
 
이렇게 조선소 생산시스템을 전혀 모르고,용접,도장,발판 등 자신의 작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 높지 않은 이주노동자가 조선소에 취업해 작업 이해도를 높이고 생산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그리고 그 시간 동안 현장은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노동자가 새로운 작업장에 취업해서 얼마 지나지 않은 초기에 산재 사고 발생률이 더 높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도 증명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죽음은 하나의 신호다 
 
이번 화성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에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 구조를 잘 몰라서 피해가 더 커졌다는 언론 보도를 보며 얼마 전 조선소 현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가 떠올랐다.점심시간이었는데 그 이주노동자는 "식당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점심밥을 먹을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일하고 있는 것이 지금 조선소 이주노동자의 모습의 한 단면이다.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번 아리셀 참사처럼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26일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재벌대기업과 정부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저임금 그리고 죽음에 바탕해 한국 조선업을 유지해왔다.그리고 그 차별과 저임금은 그대로 유지한 채 거기에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더해 한국 조선업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그러나 이렇게 해서 한국 조선업이 유지될 수 없다는 신호는 이미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2024년 조선소에서 발생한 연이은 중대재해가,이주노동자의 죽음이 그 신호의 하나이다.이 같은 신호를 재벌대기업과 정부는 애써 무시하려고 할 것이다.그렇다면 이제 노동자 스스로가 그리고 시민들이 그 신호를 감지하고 반응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더비 카운티 경기E7비자 이주노동자가 처한 문제점은 매우 심각한데,<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는 이를 인신매매(고액 브로커 수수료),취업사기(이중계약서 작성 강요),강제노동(사업장 변경 불가)으로 표현하고 있다.이 같은 문제는 E9비자가 그나마 고용허가제법에 따라 국가기구가 송출-유입 업무를 담당하는 반면,E7비자는 송출-유입 업무가 민간에 맡겨져 있어 온갖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용균재단 회원이자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으로 활동하는 이김춘택 님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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