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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엔진 10년간 개발
GE·P&W·롤스로이스PLC 과점
허가 없이는 K전투기 수출 불가
한화에어로,베가스준M&A로 몸집 키워
단순 하청 넘어 설계 기술력 확보
6월 두산과 엔진 선행연구 끝내
연구인력 2028년 3배로 확대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력 제품인‘K9 자주포’를 수출할 때마다 독일 눈치를 봐야 했다.K9 자주포에 장착된 MTU 엔진이 독일의‘국가 전략자산’으로 지정된 까닭에 자주포를 수출할 때마다 독일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와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 갔던 수출 계약이 무산된 것도 독일이 어깃장을 놓아서다.
이를 갈던 한화는 지난 2월 1000마력급 전차용 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해 K9 자주포에 장착하기 시작했다.이제 K9 자주포를 수출할 때 독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기술 독립 나선 한화에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차 엔진에 이어 전투기 엔진도 개발에 나섰다.한화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만든 설계도 등을 토대로 항공기 엔진 핵심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45년 동안 이 분야에 몸담은 만큼 상당한 제조 노하우를 쌓았다.이를 기반으로 설계 능력을 갖춘 개발사로 진화한다는 계획이다.두산에너빌리티도 엔진 개발에 합류했다.두산이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개발한 가스터빈은 국내 여러 화력발전소에 들어서 있다.업계 관계자는 “전투기 엔진은 응축된 공기에 연료를 태워 터빈을 돌린다는 점에서 가스터빈 발전 방식과 비슷하다”며 “정부가 두산의 가스터빈 기술을 높이 산 이유”라고 말했다.정부는 제조 역량을 갖춘 한화와 터빈 기술을 보유한 두산이 합작하길 바라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한화와 두산은 지난달 선행 연구를 끝내고 조만간 기본설계에 들어간다.정부가 엔진 개발에 들이는 사업비는 향후 10년간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소재 개발과 부품 가공 기술까지 내재화하면 사업비는 5조원 이상으로 불어난다.엔진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형 전투기 KF-21을 개량한 기체에 실린다.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수송기에도 이 엔진이 들어간다.
한화가 자체 엔진 개발에 뛰어든 건 각국의 수출 통제 때문이다.미국 등 35개국이 참여한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에 따라 첨단 무기와 부품은 개발사 승인 없이 수출할 수 없다.KF-21에 장착되는 엔진도 GE가 라이선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KAI 마음대로 수출할 수 없다.
해외에 기술을 이전할 수 없는 구조다 보니 항공 엔진의 핵심 기술은 영국 롤스로이스PLC와 미국 GE 및 프랫&휘트니(P&W) 등 3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후발 주자인 일본 IHI는 독자 개발에 성공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납품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프랑스 국영 방산 업체 사프란은 GE와 협력해 엔진을 제조하고 있다.
○M&A로 핵심 기술 확보
한화가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인수합병(M&A)이 있다.2019년 미국 항공 엔진 부품 업체 이닥(EDAC)을 3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핵심 부품인 엔진 회전체 제조 역량을 확보한 덕분이다.이전까지 한화는 엔진 외형인 고정체만 양산했다.회전체는 엔진이 외부 공기를 흡입해 연소한 뒤 터빈을 돌려 추진력을 얻게 해주는 부품이다.김종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글로벌엔지니어링팀장은 “회전체 기술을 확보하면서 항공 엔진에 들어가는 모든 철강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덤으로 110여 개에 달하는 미국 항공 엔진 부품 제조 네트워크도 갖췄다”고 말했다.업계에선 한화가 항공 엔진과 관련한 기술을 대부분 터득한 만큼 두산과 협력해 터빈 기술을 확보하면 독자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는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현재 250명 정도인 연구 인력을 2028년 800여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한화는 GE,베가스준P&W 등과 수출 통제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술 협력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는 개발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1일 엔진 부품사업부와 항공사업부,베가스준미래항공연구소를 통합한‘항공 엔진사업부’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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