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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최소화,실물로 구현한 공포
영화‘에이리언 : 로물루스’개봉
영화 역사상 가장 역겹고 치명적인 괴생명체‘에이리언’이 돌아왔다.숙주인 인간의 몸을 터뜨려 버리는 유충,개불처럼 미끈한 머리,온몸에서 뚝뚝 흐르는 점액,강철도 녹여버리는 산성 피….에이리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영화‘에이리언 : 로물루스’는 괴생명체와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에 집중했다.전작들이 세계관을 꾸준히 확장해왔다면,이번엔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돌아갔다.처음 본 이들은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한 충격으로,오랜 팬들은 고전에 대한 향수로 흡족해질 만하다.
올해로 45주년을 맞은 에이리언 시리즈는 리들리 스콧을 시작으로 제임스 캐머런,데이비드 핀처,장 피에르 주네 등 명감독들이 거쳐 갔다.이번엔 세계관의 창시자인 리들리 스콧이 제작하고‘맨 인 더 다크’등 쫄깃한 공포 영화를 만들어 온 페데 알바레스가 연출을 맡았다.어린 시절 에이리언 시리즈의 열성적인 팬이었다는 알바레스 감독은 이제는 SF 고전이 된 1·2편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두 편의 장점을 충실히 계승했다.
시간적 배경도 2142년으로 1편과 2편 사이의 시간대를 다뤄‘에이리언 1.5′라고도 불린다.식민지 행성의 광산에서 노예처럼 착취당하던 청년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버려진 우주 기지‘로물루스’를 찾은 이들은 봉인돼 있던 에이리언을 깨우게 되고,뮌헨 프라이 부르크인간을 숙주로 삼으려는 무시무시한 외계 생명체와 사투가 벌어진다.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연출한‘에이리언2′의 미공개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식민지 행성의 일꾼들 사이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저 아이들이 20대 초반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각본을 써내려갔다.
시리즈 중 가장 어린 주인공들이 등장한다.1·2편을 이끌었던 우주비행사나 직업군인 대신 20대 초반의 천방지축 캐릭터들로 변주를 주고,현대의 기술을 활용해 고전을 화려하게 되살렸다.할머니의 손맛을 세련되게 재현한 뉴트로 감성의 맛집을 보는 듯하다.우주선 내부의 스타일이나 화면 구도,인물 설정,스토리 전개까지 1편에서 영리하게 빌려온 요소들이 곳곳에서 빛난다.
제작 과정에서도 CG를 최소화하고 전통적인 방식을 이어받았다.요즘의 괴수 영화는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하고,뮌헨 프라이 부르크후반 작업에서 컴퓨터로 만든 괴물을 덧씌우는 게 일반적이지만 알바레스 감독은 수제(手製)를 고집했다.2편에 참여했던 특수분장 전문가,뮌헨 프라이 부르크로봇 공학자,인형 조종사들을 모아 다양한 종류의 에이리언을 실제로 제작했다.
인간의 얼굴에 들러붙어 목을 조르고 입 안에 유충을 집어넣는‘페이스 허거’는 알루미늄 뼈대와 3D 프린팅한 나일론 관절로 만들어졌다.긴 복도를 따라 70마리의 페이스 허거가 무리지어 쫓아오는 장면은 좀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짜릿하다.피와 점액으로 뒤덮인‘체스트 버스터’가 인간의 몸을 뚫고 나올 땐 CG로도 만들기 어려운 끔찍한 외양에 오만상을 찌푸리게 된다.알바레스 감독은 “시리즈의 열성팬으로서 사실적인 느낌이 중요하단 걸 잘 알기 때문에 모든 에이리언을 실제로 만들었다”고 했다.
제목의‘로물루스’는 로마 건국 신화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에서 따왔다.주인공 레인(케일리 스패니)은 인간형 로봇 앤디를 남동생처럼 보살펴 왔다.잘못된 선택으로 인간보다 선했던 앤디가 냉혹한 로봇으로 변하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로봇인 남동생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게 만든다.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를 매력적으로 연기한‘프리실라’로 베네치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데 이어,이번엔 에이리언을 향해 총을 난사하며 여전사로 변신한 배우 케일리 스패니도 주목해야 할 듯하다.
인간과 생명,뮌헨 프라이 부르크인공지능(AI)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던 전작들과는 결이 다르다.공포와 액션에 무게를 두고 대중적으로 만들어졌다.복잡한 설명 필요 없이 생존이 유일한 목표기 때문에,에이리언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국내에선 15세 관람가를 받았지만 유혈이 낭자하며 잔혹한 장면이 꽤 많다.미국에선 R등급(17세 미만은 성인 동반 시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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