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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가 전 세계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노래가 인기를 끌며 바이럴되고 있다.이 노래는 북한의 선전가요이기도 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조명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31세의 피아니스트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조던 다니엘스는 최근 자신의 틱톡 계정에 '친근한 어버이'의 커버 영상을 올렸다.하지만 이 노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끄는 공산국가의 선전가요라는 점에서 다니엘스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다니엘스는 김 위원장에 대해 "독재자 같다"면서도 "그러나 귀를 사로잡는 이 노래는 사실 꽤 괜찮다"고 평가했다.그는 2만 회 가까이 조회된 이 영상에서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필리핀에 사는 17세 소년 블루 레이버 차베스는 '친근한 어버이'를 처음 들었을 때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렸다고 WSJ에 전했다.그는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분홍색 가발과 고양이 귀를 장착한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이 영상은 틱톡에서 24시간 만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벨기에의 20세 인플루언서 잔느 카예르트는 자신의 틱톡 계정에 '친근한 아버지'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게시하며 "내가 듣는 유일한 K팝"이라고 적었다.카예르트의 틱톡 계정은 평균 수천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지만 '친근한 아버지'를 활용한 영상은 17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 세계 젊은 층이 '친절한 어버이'에 맞춰 춤을 추거나 음악을 리믹스한 버전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하고 있으며,일부 누리꾼은 이 노래의 인기를 테일러 스위프트의 최신 앨범과 농담 삼아 비교하기도 한다고 WSJ은 전했다.
Z세대 중심의 마케팅 기업 유스 로직의 설립자 코너 블레이클리는 '친근한 어버이'가 확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Z세대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유행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은 더 많은 조회수를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 하에 팝 음악에 가까운 선전가요를 실험 중이라고 전했다.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K팝과 유사한 전자 음악,록 사운드,걸그룹 등을 더 많이 시도함으로써 메시지를 현대화하고 기존의 선전 음악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또 북한의 선전가요가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으며,듣는 이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멜로디로 제작된다고 했다.
'친근한 어버이'는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주택 프로젝트 완공 기념식에서 처음 등장했다.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친근한 어버이' 뮤직비디오에는 한 군 간부가 김 위원장의 품에 안겨 우는 장면이나 조종사,'2024년청년창업지원사업'예비창업자모집공고건설 노동자,어린이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 등이 나온다.노래 가사는 "인민은 우리의 친근한 어버이 김 위원장을 온 마음으로 신뢰하고 따른다"라며 김 위원장을 칭송한다.
2014년 탈북한 이현승(39세) 씨는 북한이 새로운 선전가요를 발표하면 국영 방송을 통해 방송되고 기차역,'2024년청년창업지원사업'예비창업자모집공고공장,군 기지 등에서 수도 없이 흘러나오며,주민들은 노래 가사를 외워야 한다고 전했다.이 씨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노래를 외우도록 훈련받으면 평생 기억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피터 무디는 '친근한 어버이'가 북한 내수용으로 제작됐지만 우연히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이 노래가 인기를 끈 이유로는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신비로운 이미지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이라는 점을 꼽기도 했다.그는 "이 노래의 유일한 차이점은 내용"이라며 "북한이 외부 세계의 대중 문화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1년에는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중국 선전가요 '하늘의 붉은 태양'의 리믹스 버전이 유튜브와 틱톡에서 확산한 바 있다.1975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만화 캐릭터 스폰지밥의 인공지능 버전이 부르는 것처럼 편집된 영상 등이 인기를 끌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