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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코엑스 개최…19개국 472개사 참가
'걸리버 여행기' 전쟁·거짓 없는 '후이늠' 주제
맨부커상 수상자 등 작가·연사 180여명 참석
문체부 보조금 지원 0원 → 첫 자립으로 치러져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홀(3층 C·D관)에서 개막했다.
국내 출판 시장의 위축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전 보조금 지원 중단에도 불구하고 개막 첫날부터 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상기된 표정이었다.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국내외 도서 트렌드를 읽을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는 이정미(43) 씨는 "도서전에 오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며 "흥미로운 책을 찾으러 이 곳 저 곳 다니는 관람객들의 열정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도서전은 정부 지원 없이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단독으로 진행한다.도서전 보조금 성격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도서전 지원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기부금과 회비,참가비 등 출협 자체 비용으로만 치러진다.출판사들의 부담이 우려되면서 행사 규모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참가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민음사·문학동네·다산북스 등 대표 출판사들은 예년처럼 대형 부스를 선보인 반면 대부분 출판사들이 표준 크기 부스를 선택하며 미디어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출판 시장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부스 크기를 줄여서 참가했다.(시장 환경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좋은 위치에 부스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해외 출판사들 중에서는 K-콘텐츠 교류가 늘고 있는 프랑스와 대만,태국의 부스가 눈에 띄었다.비교적 대형 부스를 마련해 자국 도서 콘텐츠를 소개하고 한국 출판계와 다양한 교류에 적극적이었다.
작년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에 힘입어 원작 만화책 '슬램덩크' 단행본 현장 판매로 큰 인기를 끌었던 대원씨아이는 올해 최장수 무협만화 '열혈강호' 30주년 기념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28일 방한하는 일본 만화 작가 모리 카오루 '신부이야기' 부스도 함께 설치됐다.
이와 함께 최근 20-30대 직장인 초년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금융 플랫폼 토스가 출간 한 금융상식서 'THE MONEY BOOK'을 주제로 한 토스 'THE MONEY BOOK STORE'가 주목을 끌었다.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 역시 '밀리 독서 연구소' 테마 부스를 통해 독서 연구를 수행 체험을 선사한다.
올해 도서전은 해외에서 18개국 122개 출판사와 출판 관련 단체가 참가하고,국내 350여개 출판사가 참여해 도서 전시와 강연,사인회,세미나,마켓,현장 이벤트 등 45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후이늠'(Houyhnhnm)이다.후이늠은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여행한 네 번째 나라로,이성적이며 완벽한 세계를 표방한다.'세계의 비참'함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도서전 주빈국은 1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사우디아라비아다.올해 한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은 오만,수교 65주년을 맞은 노르웨이가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참여한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2019)을 수상한 조카 알하르티를 비롯해 미셀 자우너,데니스 뇌르마르크 등 유명 작가들이 도서전을 찾는다.
'후이늠'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통찰해 볼 수 있는 강연 및 전시 프로그램이 5일간 준비돼 있다.두 곳에 마련된 '책 만남' 공간에서는 도서전 기간 매일 출판사와 작가들이 독자들과 만나 소통한다.
도서전 첫날인 26일에는 도서전 주제 도서 '걸리버 유람기'를 새로 쓴 소설가 김연수 작가와 독자가 만나 이 책의 의미와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올해 4개 분야에 걸쳐 공모를 진행한 '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이 열린다.
27일에는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 미셸 자우너(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리드보컬)가 참여하는 '기억으로 이어지는 레시피' 강연이,팔레스타인 분쟁 연구자 정환빈,김민관 기자,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소장이 '평화의 화살표는 어디로 향하는가'를 주제로 인간의 폭력성과 갈등을 살펴보고 평화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미나도 진행한다.
'엠마' '신부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일본 인기 순정 만화가 모리 카오루가 첫 내한 해 28일 도서전 현장에서 라이브 드로잉쇼와 팬 사인회를 갖는다.만화가 쿠이 료코,레아 뮈라비에크 등도 내한해 북토크를 진행한다.
올해 공식 포스터에는 걸리버와 함께 돌고래가 등장한다.2013년 제주 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형상화했다.29일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제돌이'를 통해 동물과 자연이 인간과 상생하는 법인격이 될 수 있는지 의미를 짚는 강연을 진행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트북과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출판사와 서점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는 '책마을' 전시 공간이 마련된다.올해 책마을에는 총 86개의 독립 출판사가 참여하며 국내 출판사 외에도 대만의 서점·독립출판사가 참여하는 등 작년 보다 규모가 커지는 등 볼거리가 늘어났다.
주제 전시 '후이늠'은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 400권의 도서 큐레이션을 통해 저마다의 '후이늠'을 사유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선보인다.도서전 오리지널 콘텐츠로 주제 도서 '걸리버 유람기'와 앤솔로지 도서 리미티드 에디션 '후이늠 Houyhnhnm-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도 선보인다.
'걸리버 유람기'는 김연수 소설가의 입말로 다시 쓰고 강혜숙 작가의 그림을 더했다.'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는 시인 김혜순·박형준·안희연·정호승·진은영의 시 15편과 소설가 강화길·구병모·이승우·임솔아·장강명·천운영·편혜영의 단편소설 7편,남서연·조윤서·하선우 작가의 일러스트 9점이 담긴 도서전 한정판이다.
이 외에도 신간 발표 도서 '여름 첫 책',리커버 도서 '다시 이 책',저작권 세미나,저자 사인회 등 오는 30일까지 다채로운 책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