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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심야 로켓배송 하던‘쿠팡 퀵플레스’기사 사망
유족 기자회견,러시아 월드컵 축구쿠팡에 항의 서한 전달
지난달 쿠팡 심야 로켓배송을 해오던 40대 택배 기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노동계와 유족이‘과로사’라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와 고(故) 정슬기씨(41) 유족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처참한 로켓배송이 부른 타살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했다.이어 쿠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지난해 3월부터 쿠팡 퀵플렉스 기사로 일해온 고인은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남양주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병원이 밝힌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이었다.
대책위는 “고인의 사망원인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증상인 뇌심혈관계 질환”이라며 “정씨가 평소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하루 약 10시간 30분을 근무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정씨가 이렇게 주6일을 근무해 주 평균 63시간,러시아 월드컵 축구야간노동 시간 할증(30%)을 적용시 주 77시간 24분을 일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특히 지연 배송이 발생할 경우 배송구역을 회수해 사실상 일을 주지 않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씨엘에스·CLS)의‘클렌징 제도’가 과도한 노동을 강요한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쿠팡CLS와 영업점 간 계약에 따라 아침 7시까지 배송 완료를 지키지 못하면 영업점 계약이 해지되거나 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다”며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만든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정씨는 하루 약 250개의 물품을 배송했는데,러시아 월드컵 축구사망 50일 전엔 배송 물량이 340여 개로 늘어났다.물품을 인계받기 위해 남양주에 위치한 캠프와 배송지인 중랑구 일대를 3번 왕복하고,러시아 월드컵 축구동료 택배 노동자의 업무 지원에 동원되는 등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렸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쿠팡 측은 그간 택배 기사 사망 사고 등과 관련해‘자사 소속 직원이 아니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그러나 대책위는 고인이 쿠팡CLS 직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근거로 쿠팡 측에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공개된 카톡 대화에서 쿠팡CLS 직원은 숨진 정씨에게 “슬기님 6시전에는 끝나실까요.○○님(동료 배송기사) 어마어마하게 남았네요”라고 말했고,러시아 월드컵 축구이에 고인은 “최대한 하고 있어요.아파트라 빨리 안되네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등의 답장을 보냈다.
회견에 참여한 고인의 아버지 정금석씨는 “제 아들은 무릎이 닳아서 없어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자신이‘개 같이 일하고 있다’고 표현한 아들을 생각하면 아비는 가슴이 찢어진다”며 “사람을 사람답게 여기지 않는 기업의 횡포가 제 아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었다”고 토로했다.
퀵플렉스는 1t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에게 건별 수수료를 주고 배송을 맡기는 쿠팡의 간접고용 형태를 말한다.쿠팡이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쿠팡친구(쿠친·옛 쿠팡맨)와 달리 퀵플레스 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쿠팡CLS측은 “택배 기사의 업무 시간과 업무량은 배송업체와 기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며 “쿠팡CLS는 택배 기사의 업무가 과도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에 명시된 주 작업 일수와 작업 시간에 따라 관리해 줄 것을 배송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