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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사망자 시신 부검 착수
23명 중 신원확인 피해자 2명뿐
대기자들 “혹시라도…” 실낱 희망
“부검 전 남편 보게 해달라” 호소
외국인 사망자 18명 불체자 아냐
정부,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채용입국·통역 등 유족 지원방침
화성시,희생자 합동 분향소 설치
구인난에 올해 E9 규모 4만여명 ↑
의사소통 어려운 저숙련자 늘어
고위험 환경서 안전관리 미비
정부 “외국인 산재 예방책 강구”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락 기다리고 있어.혹시라도,아직 모르니까….”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이틀째인 25일 오후,경기 화성시 청사 인근 모두누림센터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 앞 복도에서 A씨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날 낮 12시 취재진이 찾은 대기실에는 20여명의 유가족이 부검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대기실 너머 복도로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개XX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실종자의 숙모와 고모 등이라고 자신을 밝힌 중년 여성 3명은 “어젯밤에 사고 소식을 듣고 급하게 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악몽 같은 하루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대기실 옆 야외 테라스에서는 한 남성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오후 시간대가 되자 더 많은 유가족이 대기실에 도착했다.한 중년 부부는 먼저 와 있는 이들과 껴안으며 왈칵 눈물을 흘렸다.대기 인원이 늘어나면서 화성시 측은 심리 상황에 따라 유가족들을 분리하기 시작했다.감정의 격앙 정도가 큰 이들 10여명이 우선적으로 다른 층으로 안내됐다.
실종된 가족을 찾아 여전히 화재 현장 근처를 맴도는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기도 했다.공장 직원인 39세 딸을 찾기 위해 급하게 화재 현장을 찾은 중국 국적 60대 남성은 “딸이 올가을에 결혼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한 남성은 “목걸이만 보면 안치된 시신 중에서 우리 딸을 찾을 수 있을 텐데,경찰이 도통 보여주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국과수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사망자 시신에 대한 부검에 착수했다.시신 대다수는 성별 구분조차 어려울 정도 훼손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현재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는 23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신원 확인 작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사망자 중 대다수는 중국 동포 등 외국인 근로자로 확인돼 가족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경찰은 현지에서 피해자 가족의 DNA를 채취하는 등 최대한 신속하게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화재 현장을 찾은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현장 관계자에게 “외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유가족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장에 있는 소방관 등의 안전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화성시는 이날 청사 1층에 참사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들을 기리는 분향소를 마련했다.이곳을 포함해 서신면체육관 2층,동탄역,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채용병점역 등 총 4곳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등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고가 속출하면서 이들에 대한 산재 예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특히 올해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비자(E9)로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외국인 중대재해 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산재 사고 사망자 812명 중 외국인은 85명으로 10.5%를 차지했다.외국인 사망자 규모는 2022년(85명)과 동일하나 지난해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 수가 줄면서 비중은 소폭 늘었다.이 비중은 매해 소폭 변동은 있으나 대체로 10% 안팎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취업자 수는 92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지난달 기준 15세 이상 취업자가 2891만5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중은 3.2% 정도다.고용보험 상시가입자 기준으로 하면 비중은 더 줄어든다.지난달 전체 고용보험 상시가입자가 1539만3000명,이 중 E9 비자와 방문취업 비자(H2)를 합한 외국인 규모는 23만4000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산업계에 퍼진 인력난 극복을 위해 올해 외국인 도입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진다.정부는 올해 E9 도입 규모를 지난해보다 4만5000명 늘어난 16만5000명으로 정했다.기존 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이 종사할 수 없던 음식점업(한식)과 호텔·콘도업 사업장에서도 7월부터 근무가 가능하다.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중대재해 가능성은 더 커진 셈이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가 산재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예방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3월에‘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예방 강화 방안’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공단 관계자는 “외국인의 산재 예방 필요성이 높아져 연구에 나서게 됐다”며 “연말쯤 연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를 계기로 외국인 근로자 도입 뒤 안전교육 등‘관리’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전교육이 미비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된 게 아닌가 생각되고,사고 발생 시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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